글읽기
read 14431 vote 0 2005.08.23 (17:19:09)

본 감독의 퇴장에 부쳐

축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축구를 떠나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도 한마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욕망의 과잉’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 한국은 너무 욕심을 내고 있다. 거기다가 그 무리한 욕망을 달성하는데 성공한 경험도 있다.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는데도 기뻐하는 사람이 없다면 문제가 있다. 목표달성에 성공한 감독이 퇴진해야 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에서 본 감독은 경질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왜인가? 이미 한국인들은 욕망을 줄일 수 없는 단계까지 도달해 버렸기 때문이다. 본감독의 불행이다. 그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본 감독을 경질한 축구협회의 결정은 옳았다고 본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는 한국의 축구수준이다. 여기서 착각.. 첫째 세계축구와 한국축구의 격차는 큰가 작은가? 둘째 그 격차는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아니면 원래 극복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가?

필자의 결론은.. 격차는 크다. 그러나 그 격차는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이런 거다.

무엇인가? 한국인들은 본 감독에게 불가능한 임무를 맡긴 것이다. 즉 한국인들은 4강신화에 도취한 나머지 세계 축구와 한국축구의 실력차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무리한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두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욕망을 줄이는 방법, 일단 독일에 간 것으로 만족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누가 만족하겠는가? 한국인들은 이 방법에 실패했다.

둘째 무리를 해서라도 그 격차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방법, 히딩크 때 그랬듯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장기적인 합숙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동아시아 대회의 중국팀처럼 악착같이 달라붙는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본 감독에게 어떻게 했던가? 우리는 착각했던 것이다. 우리의 실력이 충분히 강한 것으로 착각하고 지원은 않은채 목표만 턱없이 높였다.

그러나 이미 화살은 쏘아졌고 월드컵은 임박했다. 이 상황에서 욕망을 줄이는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투자를 늘리는 수 밖에 없다. 장기적인 합숙훈련을 통해 어떻게든 성적을 내는 수 밖에 없다.

본감독의 실력을 문제삼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꼭 이겨야 하는 게임을 잡지 못했다. 명장과 평범한 장수의 차이는 질 게임은 져주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은 잡는 거다.

본감독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을 졌기 때문에 명장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그도 한국팀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망신을 당하지 않았을 것인바 그에게 미안한 건 사실이다.

한국은 어쩔 수 없는 나라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배수진을 치고 투자를 늘려서 최선을 다해보는 수 밖에 없다. 한국인들은 이미 신화에 중독되었다. 그렇다면 또 한번의 신화에 도전할 밖에.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0630
5566 서유견문 대 조선책략 image 김동렬 2003-12-08 14511
5565 구조를 찾는 방법 2 김동렬 2010-02-10 14503
5564 유시민과 장영달을 지지함 김동렬 2005-03-22 14501
5563 외모 콤플렉스 1 김동렬 2017-05-02 14500
5562 이창호의 이 한수 김동렬 2005-02-28 14498
5561 구조론의 교육적 의미 김동렬 2008-04-12 14495
5560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 8 김동렬 2011-01-12 14485
5559 추미애 수수께끼? image 김동렬 2003-11-12 14484
5558 자연과 인공이 조화할수 있을까요? 꿈꾸는 자유인 2002-10-07 14483
5557 부처를 넘어서 image 5 김동렬 2011-02-23 14479
5556 학문의 역사 보충설명 김동렬 2007-09-30 14476
5555 왜 공부해야 하는가? image 김동렬 2017-05-19 14475
5554 박상천 살아남을 것인가? image 김동렬 2003-07-03 14473
5553 Re..선거철이 되니 정신이상자도 대목을 보겠다고 김동렬 2002-11-07 14472
5552 Re.. 의미없는 이야기입니다. 김동렬 2002-12-11 14471
5551 대륙국가로 웅비하지 못하면 김동렬 2002-09-29 14471
5550 김민석... 드디어.. 철새에 합류... 카카 2002-10-17 14470
5549 병렬이파 철부지들의 자살골 행진 image 김동렬 2003-08-19 14469
5548 선관위의 투표연령 조정 김동렬 2003-07-21 14468
5547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image 김동렬 2004-09-11 14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