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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744 vote 0 2005.01.26 (22:06:54)

한국사는 성공한 역사인가? 그렇다. 그런데 무엇을 성공했지? 보시다시피 우리는 자랑스러운 민주화에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화가 대수란 말인가? 그렇다. 민주화가 대수다.
 
그렇다면 대수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돈이다. 사우디나 쿠웨이트는 돈이 많다. 그러나 누구도 사우디나 쿠웨이트를 성공한 나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왜? 배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성공이란 ‘모범형의 창출’에 성공함을 말함이다. 다른 나라가 본받을 만한 모범형의 창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일인당 GDP가 10만불을 넘어도 결코 성공이 아니다.
 
그렇다면 모범이 되기만 하면 성공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 모범을 다른 나라들이 본받게 하는 방법으로 인류문명에 기여할 때 비로소 성공이 된다. 그것이 기록되고 전파되고 남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줄 때 비로소 성공이다.
 
예컨대 태국은 관광대국이다. 많은 나라들이 관광대국 태국을 본받고 있다. 베트남도 태국을 배우고, 인도네시아도 태국을 배운다. 그러나 그런건 본래 안쳐주는 거다. 그런 따위는 가짜다.
 
그것으로 인류문명에 기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경탄은 있어도 존경은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자. 대한민국은 성공인가?
 
● 이렇다 할 대한민국 모델은 존재하는가?
● 대한민국 모델은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고 있는가?
● 다른 나라가 대한민국 모델을 본받게 하는 방법으로 대한민국이 인류문명의 위대한 진보에 기여하고 있는가?
 
위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과연 그러한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델이 전파되는 원리는 무엇인가이다. 곧 보편가치다. 우리의 지향하는 가치가 세계의 보편된 가치로 인정이 될 때 비로소 전파가 된다. 만약 우리의 가치가 세계의 보편가치가 아니라 민족의 특수가치라면?
 
사람들이 관광을 올 뿐 그 가치는 전파되지 않는다. 예컨대 케냐 원주민들의 토속적인 민속축제라든가 뉴질랜드나 스위스의 관광자원들이 그러하다. 사람들은 단지 그 나라들을 구경할 뿐 배우지는 않는다. 감탄은 있어도 존경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 가지 삿된 길을 경계해야 한다.
 
● 사우디나 일본처럼 돈만 많고 배울 거 없는 나라는 되지 말 것.
● 태국이나 케냐처럼 관광만 하고 갈 뿐 존경은 하지 않는 나라가 되지 말 것.
 
많은 사람들이 태국을 관광한다. 관광객들에게 물으면 그들은 대답할 것이다. “나는 태국을 사랑해요. 태국 음식 맛있어요. 나는 태국이 좋아요.” 그러나 건성으로 그렇게 대답할 뿐 마음으로 존경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좋아요.’ 라고 말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많지만 ‘존경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존경할 리가 없다. 뭘 보고 존경해?
 
아세아 안에서 보편가치를 찾아낼 때 진짜다
성공은 반드시 모델의 성공이어야 한다. 모델의 성공이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지만 타인이 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세아모델의 성공이 되고 한국모델의 성공이 되어야 한다.
 
이는 아세아의 특수한 가치로 오해되었던 것이 실은 세계의 보편가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같은 방식으로 한국의 가치가 세계의 가치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아세아적 가치’라는 말은 이광요나 마하티르가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속임수다. 이광요의 성공은 실은 아세아모델의 실패이다. 그것은 반칙이며 편법이다. 세계는 싱가포르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는다. 본받지 않는다. 존경하지 않는다.
 
인류의 보편가치가 아니라 민족의 특수가치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이 본받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말한다.
 
“쟤네들은 원래 안 되는 애들이라구. 아세아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느니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구.”
 
오래도록 아세아는 ‘내놓은 아이’였다. 그러던 아세아가 이제 오히려 그들의 스승이 되는 것이 ‘진정한 아세아적 가치의 보편적 성공’이다.
 
이광요와 마하티르의 애걸은 아세아는 원래 내놓은 아이들이니 엄격한 니네들의 룰을 적용하지 말고 적당히 좀 봐주라.. 뭐 이런 거다. 쪽팔리는.. 비굴하기 짝이 없는 구차한 포즈.
 
아세아적 가치는 성공하고 있는가? 실패하고 있다. 그들의 존경을 받기에 실패하고 있고 아세아가 그들의 스승이 되기에 실패하고 있다. 서구가 아세아를 배우지 않는 한 아세아의 성공은 성공이 아니다.
 
한국 안에서 보편가치를 찾아낼 때 진짜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이 의미하는 것은 이제는 서구가 아세아를 배울 계기가 하나쯤 생겼다는 말이다. 아세아모델이 있고 한국모델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백범모델’로 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계가 한국인을 가장 귀한 손님으로 알고.. 한국인이라 하면 일단 신용을 하고.. 한국인이라면 먼저 사귀고 싶어하는 그런 나라이다.
 
과연 그러한가? 세계는 한국인을 사귀고 싶어 하는가? 한국인이라 하면 일단 무비자로 신용하는가? 한국인을 가장 귀한 손님으로 아는가? 우리는 충분히 초대를 받고 있는가?
 
한국이 아세아의 아테네가 될 때 가능하다. 아테네의 성공을 한국에서 재현하므로써 유럽과 아세아가 그렇게 공통분모로 통하는 것으로 인류문명의 보편성을 증명할 때라야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이심전심이 안 된다. 척 하면 착이 아니다. 따로 논다. 그들은 그들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그러나 멀지는 않았다. 스파르타로 낙인 찍힌 한국이 아테네로 인정받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비로소 다투어 한국인을 초대하고, 한국인을 신용하고, 한국인을 가장 귀한 손님으로 아는 날은 온다.
 
그 첫 빗장을 열어젖힌 성공사례는 세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결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극적으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세계를 감동시킨 남북정상회담이다.(이 사실 부정하는 아닌 것들과는 대화하지 마오.)
 
한국의 멋을 끌어내지 않으면 성공이 아니다
왜 한국적 가치의 성공이어야지만 진짜인가? 미식가의 논리를 빌어 설명할 수 있다. 최고의 요리는 그 요리의 원재료가 가진 고유한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설탕이나 미원은 일단 안쳐주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는 원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은 무엇인가? 그것은 선비의 맛이고, 인문주의의 맛이고, 깨달음의 맛이고, 도학(道學)의 맛이고, 선정(禪定)의 맛이고, 박노자가 그렇게 배우고자 하는 무위(無爲)의 맛이다.
 
그런데 이 맛을 미각이 별난 한국인만 느낄 수 있고 백인은 그 맛을 느낄 수 없다면? 그들은 말할 것이다.
 
“저넘들 참 얄궂네. 저렇게 냄새 고약한 것을 맛있게 먹다니. 쯧쯧.”
 
한국의 요리가 우리의 입맛에만 맞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한국에서 맛있는 것이 미국에서도 맛있고 유럽에서도 맛있더라는 것이 아세아적 가치의 성공이고 한국적 가치의 성공이 된다. 그렇게 보편성을 획득해야 한다.
 
중국요리가 그렇다. 세계 모든 나라에 중국음식점이 있다. 중국음식을 싫어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의 스시집도 요즘은 세계 각국에 전파되고 있다.
 
이광요의 실패사례는 무엇인가? ‘한국넘들은 원래 김치나 먹는 묘한 넘들이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건 실패다. ‘어? 한국김치도 먹어보니 맛있네’.. 하는 단계까지 진도나가야 한다.
 
침을 뱉으면 많은 벌금을 내야하고 마약을 하면 사형을 당하고 미국인 소년에게 태형으로 처벌하는 황당한 나라 싱가포르.. 외국인들의 시선은 그렇다.
 
“쟤네들은 원래 안 되는 애들이니까 걍 그렇게 살도록 놔두자구.”
 
이건 성공이 아니다. 포기다. 포기. 세계는 싱가포르를 포기한 것이다. 누구도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부터 싫다.
 
전파되어야 할 노무현의 성공사례는 무엇인가? 백인들이 먹어도 김치가 맛있더라는 그런 성공이다. 햄버거와 김치의 궁합을 기가 막힌 요리솜씨를 발휘하여 끌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가능하다.  
 
부대찌개는 미국의 햄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최고의 한국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마찬가지다. 30년 후에는 그들도 김치를 먹을 것이다. 지금은 스시를 먹고 있지만 말이다.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말이지 김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학문이 중요하고 문화가 중요하다. 영화도, 문학도, 음악도, 드라마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건 철학이다. 가치관이다. 여기서 틀어지면 끝이다. 가치관이 통한다는 것은 '자기편'이라는 말이다. 편들어줄 때 인간은 기뻐한다.)
 
한국사는 성공한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 성공은 조선일보를 극복할 수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한 성공이었다. 한국의 성공비결을 서구가 역수입하게 되었기에 비로소 성공인 것이다.
 
뻔하다. 그들이 우리를 수입한다면 박정희를 수입할까 노무현을 수입할까?
 
 
덧글.. 본문에서 아세아적 가치, 한국적 가치라는 표현은 오해를 낳을 수 있는데(많은 부연설명이 필요할듯) 인류의 보편가치가 쳐주는 거고 민족의 특수가치는 관광객의 눈요깃거리일 뿐 원래 안쳐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세아가 세계사의 주류가 된다면, 한국이 인류문명의 주류로 우뚝 선다면, 한국의 룰이 세계의 룰이 되는 그날이 기어이 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가능한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아세아 안에서 세계의 보편가치를 찾아낼 때, 한국 안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찾아낼 때 가능합니다. 어떻게 가능한지는 궁금하신 분만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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