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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69 vote 0 2024.12.22 (19:26:16)


    바다의 마음


    - 이육사(이원록)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恩寵이 잠자고 있다.


    흰 돛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여 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雅量이 간직여 있다.


    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大陸을 푸른 보로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陰謀가 서리어 있다.



    바다에 누워


    - 박해수 (필자 중 1때 국어선생.. 바다를 사랑해서 이름을 해수로 바꾸었다고. 바다와 가까운 경주로 이주.)


    내 하나의 목숨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본다.
    설익은 햇살이 따라오고
    젖빛 젖은 파도는 눈물인들 씻기워 간다.
    일만一萬의 눈초리가 가라앉고.
    포물抛物의 흘러 움직이는 속에
    뭇별도 제각기 누워 잠잔다.
    마음은 시퍼렇게 흘러간다.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가 될까.
    물살이 퍼져감은
    만상萬象을 안고 가듯 아물거린다.
    마음도 바다에 누워 달을 보고 달을 안고
    목숨의 맥이 실려간다.
    나는 무심한 바다에 누웠다.
    어쩌면 꽃처럼 흘러가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외로이 바다에 누워 이승의 끝이랴 싶다.


    ###


    이육사는 시가 뭔지 가르쳐주는 교과서다.
    이육사의 시는 한시나 시조와 닮은 데가 있다.


    김소월도 그렇지만 리듬이 시조 리듬이다.
    정형시에서 자유시로 넘어오면서 우리는 시의 본질을 잊어버렸다.


    지하철 시는 요령이 숨어 있다.
    제목을 퀴즈문제로 내는게 트릭이다.


    뭔 개소리여? 제목을 다시 보면 아하 그렇구나.
    장난치냐? 그런거 있다. 그것은 시가 아니다.


    박해수 시인이 바다의 마음에서 영감을 받았으리라고 본다.
    아이디어는 절대 그냥 생기지 않는다.


    박해수 시인은 이 시보다 좋은 시를 쓰지 못했다.
    박해수 시인의 다른 시는 이런 리듬이 없다.


   (이육사)

    입김을 분다.
    잠자고 있다.
    간질여 본다.
    간직여 있다.
    푸른 보로 싼다.
    서리어 있다.
   

   (박해수)

    노을을 바라본다.
    씻기워 간다.
    누워 잠잔다.
    시퍼렇게 흘러간다.
    안고 가듯 아물거린다.
    맥이 실려간다.
    바다에 누웠다.
    바람처럼 사라진다.
    끝이랴 싶다.


    높은 음자리는 여기서 어떤 리듬감을 잘 포착한 거.


    시인이 되는 방법.
    시 삼천 편을 외우면 된다. (박해수 시인 어록)


    ###


    시의 본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3일치에 있다.
    3일치냐 4일치냐는 상관이 없고 일치가 중요하다.


    정과 반으로 벌리고 합으로 봉합하는 것이다.
    대칭으로 간격을 벌리고 축을 움직여 비대칭으로 봉합한다.


    산맥과 바다와 광야를 벌여놓고
    마지막에 초인이 와서 수습한다.


    바다의 마음에서는
    바다의 은총과 바다의 아량을 바다의 음모가 수습한다.


    광야는 천지인 3재가 등장한다.

    초장 천일과, 중장 지이를, 종장 인삼이 수습한다.


    천일 -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렸으리라.
   지이 -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인삼 -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게 잘 뜯어보면 조선시대 후기의 사설시조임을 알 수 있다.

    중장에 시간이라는 변수를 넣어서 길이를 늘린 것이다.


    다시금 천고의 뒤에 광야에서 부르리..종장의 3543을 좀 줄이고 늘여놓은 구조다. 이런 구조가 보이면 시를 논할 수 있다. 


    1연 - 하늘

    2연 - 땅 공간 

    3연 - 땅 시간 이상

    4연 - 땅 현실

    5연 - 인간 


    질 - 하늘에서 

    입자 - 땅으로

    힘 - 공간에서 시간으로

    운동 - 이상에서 현실로

    량 - 인간으로 


    한방향으로 깔때기의 출구를 향하여 계속 압축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치, 일치의 일치, 일치의 일치의 일치로 계속 추적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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