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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819 vote 0 2009.02.13 (18:15:43)

구조의 포지션은 다섯이다

구조는 일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일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고 시작과 끝이 있다. 이는 인과율에 의해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 인과율이 중간에 변덕을 부린다는데 있다.

주사위를 던졌다. 1의 눈이 나왔다. 또 주사위를 던졌다. 이번에는 2가 나왔다. 원인이 같으므로 결과가 같아야 한다. 원인은 던지기다. 결과는 주사위 눈이다. 원인이 같은데 왜 결과가 다르지?

인과율에 어긋나지 않은가? 이 경우 보통은 확률로 보면 같다며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데 그렇게 얼버무린데서야 되겠는가? 원인과 결과 사이에 셋이 더 있으므로 주사위의 눈이 달라진다.

● 질 - 주사위는 던져지거나 던져지지 않는다.

● 입자- 주사위는 깨지거나 깨지지 않는다.

● 힘 - 주사위는 벽에 맞거나 맞지 않는다.

● 운동 - 주사위는 굴러가거나 굴러가지 않는다.

● 양 - 주사위는 눈금이 1이거나 혹은 2다.

질은 심을 낳는다. 만약 주사위가 액체로 되어 있다면? 질이 심을 낳지 못하므로 주사위는 던져지지 않는다. 입자는 날을 낳는다. 주사위가 흙으로 되어 있다면? 입자가 날을 낳지 못하므로 주사위는 깨진다.

힘은 심이 날을 통제하는 성질이다. 입자가 깨진다는 것은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그 던지는 순간에 무게중심이 그 주사위 전체가 가진 질량 100퍼센트를 대표하지 못한 것이다.

힘은 날 2를 낳는다. 날 2는 주사위가 벽이나 바닥에 맞아서 각도가 꺾여 진행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만약 주사위가 씹던 껌으로 되어 있다면 벽에 붙어버릴 것이다. 각도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주사위는 벽에 맞아서 날 2를 탄생시키며 날 2의 방향으로 굴러간다. 그리고 멈춘다. 멈추지 않으면 눈금이 생기지 않는다. 운동은 값을 낳는다. 주사위가 멈추어서 눈금이 결정되는 것이다.

감기의 원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침투했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주사위를 던졌는데도 눈금이 나오지 않는 수가 있는 것이다. 원인이 같은 데도 결과가 다를 수 있다.

다섯가지 결정하는 지점들이 있다. 질은 바이러스의 침입환경, 입자는 바이러스, 힘은 바이러스와 몸의 싸움. 운동은 감기의 발병. 양은 증상의 드러남이다. 이 다섯 포지션에 각각 변수가 숨어 있다.

여름이라서 바이러스가 없을 수도 있고, 위생이 청결해서 바이러스가 침입하지 못할 수 있고, 몸이 건강해서 발병하지 않을 수 있고, 발병해도 진행이 느릴 수 있고, 진행되어도 증상이 약할 수 있다.

탁구채로 공을 친다. 탁구채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다르면 질. 탁구공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다르면 입자. 탁구대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다르면 힘. 탁구공이 진행과정에서 변화가 있으면 운동.

이 과정을 종합하여 결과를 산출하면 양이다. 내막이 이렇게 복잡한데 그냥 원인과 결과의 2로 환원시키고 잘 모르겠으면 확률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사수가 총을 쏘았는데 계속 표적에 맞지 않는다면 확률인가?

총알이 표적에 맞지 않는 이유는 확률 때문이 아니라 영점을 잡아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적에 맞지 않아도 탄착군이 형성되는 수가 있고 표적에 맞아도 탄착군이 형성되지 않는 수가 있다. 어느 쪽이 나은가?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공격은 엉터리지만 탄착군이 형성된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므로 표적에 맞지 않지만 목표가 뚜렷하므로 위협적이다. 그러나 한겨레나 오마이, 경항 그리고 민주당의 대응은 탄착군이 없다.

그들은 진실을 말하므로 명중되지만 목표가 없다. 그러므로 위협적이지 않다. 단지 원인과 결과만 논한다면 이런 점을 살피지 못한다. 명중하지 않아도 탄착군이 형성된다는 것은 입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내부에 심을 형성하고 있어서 조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 경, 오는 내부에 심이 없다. 구심점이 없다. 리더가 없다. 간혹 명중시키지만 탄착군이 없어서 위협적이지 않다.

탁구채는 나빠도 탁구공은 좋은 경우가 있고 그 반대로 탁구채는 좋은데 탁구공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그렇다. 탁구채는 질이 나쁜데 탁구공은 입자가 좋아서 당장은 위협적이다.

반면 이쪽은 어떤가? 탁구채는 좋은데 공이 나빠서 간혹 잘맞으면 한번씩 명중은 하는데 산발되고 만다. 입자가 나쁜 거다. 이 경우는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 총은 좋지만 훈련되지 않은 병사다.

반면 저쪽은 어떤가? 총은 나쁜데 훈련된 병사다. 일시적으로 승리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훈련되지 않은 병사는 언젠가 훈련될 수 있지만 이미 훈련된 병사는 그게 전력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왜 구조론이어야 하는가? 이런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의 이분법으로 대충 두들겨 맞추려 해서는 이런 미세한 차이를 잡아채지 못한다. 적당히 확률로 도피할 일이 아니다.

  

총이 표적에 맞지 않는 것은 확률 때문이 아니라 가늠쇠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기존의 인과율과 확률로 설명할 수 없다. 맞지 않아도 탄착군이 형성되는 경우와 맞아도 탄착군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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