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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10637 vote 0 2010.08.16 (05:29:55)


1. 화성인 바이러스, IQ 187의 사나이

 

벌써 꽤 지난 일이지만, 어느 케이블 방송사의 쇼 프로그램인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IQ 187의 천재 박창현 씨가 출연한 적이 있다. 이 사람은 멘사로부터 인증은 받은 것은 물론이고, 상위 0.4%에 속하는 우수한 지능의 소유자라고 'Y' 클리닉 노규식 원장이 인터뷰에서 밝혔다.


개인적인 이유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뛰어난 두뇌를 이용하여 아이들 과외와 내기바둑으로 생활비를 벌었다고 한다. 이날의 화성인 바이러스(43회)는 고정 출연자 김성주, 이경규, 김구라 씨로부터 천재임을 증명하기 위한 여러가지 테스트를 받은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기억력 테스트, 뒤섞인 트럼프 카드의 순서를 외워기, '님게임' 등을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님게임(nim game)' 이라는 이름의 게임이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이것은 각각 7개, 5개, 3개의 돌을 준비한 후 색깔에 상관없이 서로 번갈아가며 원하는 만큼 돌을 빼내어, 맨 마지막에 돌은 가져가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단, 붙어있는 돌일 경우에만 여러 개를 빼낼 수 있다.)


 

 

2. 모든 경우의 수


 

님게임(nim game)의 유래는 옛날 서양의 선술집에서는 테이블 위에 성냥 상자를 놓아 두었는데 선술집에 오는 사람들이 성냥개비를 이용해 여러가지 게임을 만들어서 내기를 했고, 그 중 하나가 님게임(nim game)이라고 한다. 이후 이 게임은 수학의 재형성이라는 한 분야로 적용되었고, 컴퓨터의 전략게임에서도 중요한 한 장르가 되었다. 라고 검색해보니 나온네. 


 

화성인 바이러스 43[(013935)04-51-37].jpg

 

 


이 IQ 천재는 님게임을 통하여 김성주 씨, 이경규 씨를 쉽게 이겼다. 뭐 당연한 결과겠지만... 하지만 나는 이 IQ 천재 화성인이 이 게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하고 있고, 어떤 경우라도 대처법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만약 일반인이라도 경우의 수를 생각할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그를 이길 수 있었을까? 이경규 씨가 말했드시 100번 붙으면 100번 지게 돼 있는 게임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그가 모든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이긴 것이 아니라, 이 게임의 법칙을 알기 때문에 이긴 것이다. 그가 거짓을 말했다기 보다는 그 자신도 많은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게임의 법칙을 스스로 계산한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모든 경우의 수를 즉각적으로 계산한다고 말하는 쪽이 방송을 기획하는 쪽에서는 그를 일반인과 엄청난 격차를 만들게 하는 편이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과 님게임과는 별 상관이 없다. 원리를 알면 IQ 97 이경규 씨도 이길 수 있다. 게다가 실제로 경우의 수라는 것이 그리 많지도 않다. 원리를 아는 사람끼리 이 게임을 하면 먼저하는 사람이 무조건 유리하다.

 


 

3. 게임의 법칙

 


말하자면, 나도 학생시절에 이 게임을 꽤나 했었고, 단 한번 져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삼촌으로부터 이 게임의 원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삼촌은 이 비밀을 풀기 위해서 일주일 동안 머리 싸메고 고민하셨다고 했다. 그러니 나로서는 엄청난 비급을 얻은 셈.


원리는 간단하다. 세 그룹의 돌을 순서에 상관없이 연속되는 수로 맞춰주는 사람이 무조건 이긴다. (1, 2, 3 처럼) 그 다음은 한 그룹의 돌이 사라지면, 두 그룹을 서로 같은 수로 맞춰주면 된다. 사실 이경규 씨는 두 번이나 그를 이길 기회가 있었다. 이경규 씨가 돌을 가져갔을 때, 천재 화성인이 순간 움찔 했던 것은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 내 눈에는 보이는데, 이경규 씨의 눈에는 안보이는 것이 있다.


그런데 어째서 필연적으로 이런 경과가 나올 수 밖에 없냐하면, 이 게임 자체가 시간에 따라서 돌이 줄어들게끔 되어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비가역인 것처럼, 이 게임 또한 돌이 줄어들지, 둘의 수가 유지되거나 더 많아질 수는 없다. 그래서 7개, 5개, 3개의 돌이 아니라 100개 건, 1000개 건 상관이 없다.


돌의 수는 계속 줄어들게 되어있고, 그렇게 줄어들다보면 언젠가는 연속되는 수를 맞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게임이 아니라 각 그룹의 수가 지나가는 길목(연속되는 수)을 지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고수는 큰 줄기를 볼 뿐, 하나하나 계산을 하지 않는다.

 


1. 질 - 세 그룹의 돌이 있다.


2. 입자 - 게임이 진행 될 수록 돌은 줄어든다.


3. 힘 - 연속되는 수가 게임의 목이다. (여기에서 사실상 게임끝)


4. 운동 - 상대가 가져가는 돌에 수를 맞추어 연속되는 수, 혹은 같은 수를 맞춘다.


5. 량 - 이긴다.


 

이 원리를 IQ 187의 천재도 알고 있었으리라. 그는 이기는 판을 만들어놓고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4. 타짜 앞에 호구?

 


사실 약간 룰의 다르긴 하지만 이 게임은 드라마 '타짜'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 7개, 5개, 3개로 시작하지 않고, 다수의 돌로 시작한다는 것과 맨 마지막 돌을 가져가는 사람이 지는게 아니라, 이긴다는 점이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목을 잡으면 맨 마지막 돌을 자기가 갖건, 상대가 갖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원리를 모른다면 100전 100패 인 것이다. 님게임(nim game)을 예로 들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구조를 볼 수 있어야 고수가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고 낑낑 대는 것은 하수다.


노름판도 다르지 않다.
각자 손모가지 걸고 섯다 한판 한다면? 그냥 손목이 댕강 잘리는 것이다. 운칠기삼이라고? 웃기는 소리다. 하우스에 가면, 하우스의 구조 안에 있는 것이다. 게임은 나중 얘기다. 전체 판이 누구에 의하여 움직이는가? 하우스 주인은 누가 이겨도 돈을 벌고, 져도 돈을 번다. 진다면 타짜의 손기술에 지는 게 아니라, 그들의 세력에 지는 것이다. (영화 '타짜'에서는 정마담이 세력의 최고 포지션에 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 어쩌다 말도 안되는 대박이나 쪽박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동물은 뭔가 창조하고 생산하게 되어있다. 거기에 가치가 형성이 되는 것이 주식이다. 필연적으로 시간이 흐르면 경제를 성장하게 되어있다. 님게임에서 게임이 진행 될 수 록 바둑알이 줄어드는 것처럼. 시간에 따른 필연적 흐름이 존재한다.


인프라와 컨텐츠, 노동력이 모여 안정된 시스템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면 돈은 벌게 되어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에 다른 방법으로 전환하거나 손절매를 하기 일수다. 눈에 보이는 정보의 량에 현혹된다. 그리하여 "10년전 그 주식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더라면..." 이라는 노래 들어본 적 없던가?


워런버핏이 단 한번 투자할 때, 개미 투자자들은 수 십, 수 백 번 사고 팔고를 반복한다. 돈은 워런버핏이 번다. 투자로 돈을 잃는 사람들은 정보의 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보의 량이 너무 많아서 돈을 잃는다. 본질은 인간은 창조하고, 창조하면 가치가 생기고, 때문에 시간이 흐를 수록 경제를 성장한다는 것이다.

 

 


5.  열심히 살지 말자.


 

말이 좀 이상하지만, 구조를 본다는 것은 고수가 되자는 것이고, 고수가 되자는 것은 열심히 살지 말자는 것이다. 물론 그 '열심히'의 의미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노가다 하지 말자는 거다. 정보의 량에 휘둘리지 말고, 모든 경우의 수를 낑낑대며 계산하지 말고, 싫어하는 일에 '노력' 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학대하지 말자는 거다.


만약 김연아가 하루 8시간 연습했으면, 그녀가 8시간만큼 노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녀에게는 시간따윈 상관없는 것이다. 연습 그 과정에서 스스로 만족할 뿐이고, 연습과 대회의 차이가 없다. 스스로가 무엇을 창조하는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쥐어 패가면서 공부시켜, 대학가서, 토익 + 어학연수 + 공무원 시험에, 겨우 말단 사원되어서, 결혼하고 애 낳고, 여기저기 인맥관리 해야하고, 그렇게 세월은 가고, 늙어서는 갑자기 할 일이 없고... 그리 살다 가는 것. 무쟈게 열심히 살지만,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하여 결정되어 버리는 삶. 이거 하지 말자. 조금씩 평생 쌓다보면 부자가 된다는 거짓에서 깨어나야 한다.


 

봄 : 낳음 > 여름 : 키움 > 가을 : 걷움 > 겨울 : 비움

 


구조를 모르면 100전 100패다. 자연의 구조에서 배워야 한다. 자연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량이 아니라 질이다. 귀납이 아니라 연역이다. 
 하수는 쌓아서 올리고, 고수는 낳아서 키운다. 하수는 싸워서 이기려 하고, 고수는 이긴 다음에 싸운다. 이기는 씨앗(모델)을 낳아내야 한다.





 

세상의 창, 생각의 틀
www.changtle.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08.18 (16:09:01)


열심히 살지말자.라는 말에 그냥 필이 꽂히네요.^^

천재인데 그 천재가 조금은 뭔가 2% 부족해 보이는 것은...스스로 발견했다고 하는 것에 대한 실체(원리)를 스스로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인들도 그렇고... 천재와 일반인의 중간자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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