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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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472 vote 0 2018.10.02 (10:32:27)

      
    민란이냐 의병이냐?


    동학운동이나 광주항쟁이나 의병항쟁이나 다 마찬가지다. 부정적으로 묘사하면 민란이나 폭동이 되고 긍정적으로 묘사하면 사회주의 계급혁명운동이 되는데 둘 다 좋지 않다. 지금 학계는 반은 사회주의 이론으로 가고 반은 친일이론으로 가서 얼버무려 놓았는데 한심하다. 이런건 진지한 이야기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왜 사회주의냐 하면 교과서에 뭐라도 써놔야 하는데 그냥 사이비 종교에 홀려서 동학당들이 생난리를 쳤다고 쓸 수는 없잖아. 매천 황현 선생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쓴다. 동학은 무식한 농민들의 미친 사이비종교 놀음이었다고. 이렇게 교과서에 쓰랴? 아니면 민중의 각성에 따른 반봉건 반외세의 계급혁명운동이었다고 쓰랴?


    이론이 사회주의 이론 아니면 친일이론인데 이론이 둘밖에 없으므로 사회주의 이론을 배격하면 당연히 친일파 식민사관이 된다. 미스터 션사인은 친일이론을 따른 것이므로 당연히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드라마를 만들면 당연히 그렇게 된다. 당신이 아무 생각없이 동학운동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만들고 보니 동학은 사이비 종교에 홀린 무식한 농민들의 개난리 생쇼였다. 이렇게 되어 있다. 아무 생각이 없으면 안 된다.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할 생각이 없으면 구조론연구소에 오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동학운동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면 역사공부를 하고 성격규정을 해야 한다.


    춘원 이광수도 역사공부 하지 않은 무식한 소설가였는데 특별히 친일에 뜻을 둔 것이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시류를 타다가 보니 문득 친일파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도 된 것이다. 그땐 다 그랬다고. 내 주변 애들 다 그러더라고. 그래서 나도 그랬다고. 분위기만 맞춰준 거라고. 원래 친일파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의병은 다른 나라에 없는 특이한 사례다. 다른 나라는 용병전쟁 아니면 귀족들의 사병전쟁이므로 의병이 있을 수 없다. 농노가 무장하면 그 자체로 반역행위가 되며 즉 민란이다. 유럽은 봉건시대가 근대까지 이어져서 귀족 중심의 전쟁을 했으므로 의병이 없다. 일본도 봉건 다이묘의 지배 아래 있으므로 의병을 생각할 수 없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은 조선의 장수와 왕을 사로잡아 이들을 앞잡이로 중국을 먹고 천자를 사로잡아 인도를 정벌하면 된다고 믿었다. 원래 일본인들은 세계가 일본, 중국, 인도의 셋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믿었다. 안시성 싸움도 이세민이 고연수와 고혜진을 사로잡아 앞잡이로 세우고 안시성을 털어보려 했는데 원래 그렇게 한다.


    일본인들이 의병의 존재를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획이 틀어진 것이며 그래서 의병의 의의가 있는 거다. 동학운동과 구한말의 의병은 사실상 민란의 성격을 겸한 것이며 엄밀하게 볼 때 의병의 성공사례는 임진왜란 때 한 번뿐이다. 민란은 자기네들끼리 편을 갈라 싸우는게 보통인데 태평천국도 그런 식의 내분으로 망했다.


    백범일지에는 동학의 접주가 된 백범의 부대를 다른 동학당이 습격하여 병사를 뺏어가는 내용이 나온다. 이게 전형적인 민란의 행태다. 그동안 백범은 홍역을 앓아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군대가 없어졌다. 의병은 양반이 주도하므로 그런 혼란이 없다. 의병의 한계는 역시 양반계급의 한계다.


    양반은 전국적으로 단일조직을 가지고 있다. 동원력이 있다는 말이다. 양반이 격문을 돌리면 모두 가담한다. 의병운동은 양반계급의 지도력이 살아있다는 의미가 되고 동시에 양반계급의 위신과 평판이 떨어진 만큼 한계가 뚜렷했다. 민중의 권력의지를 강조하면 민란이 되고 양반의 지도력을 강조하면 봉건체제의 한계가 된다.


    왜 의병항쟁은 묻혀졌는가? 동학운동은 사회주의 이론가들이 붙었다. 150년 전에 타임머신이 도착해서 주체사상이라도 배웠는지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들고 계급혁명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근대화 운동이었다고 쓰면 되는데 의병은 양반이 지도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애들이 싫어하여 연구를 하지 않고 방치한 거다.


    그러다 보니 친일 애들이 달라붙어 심리동기로 몰아가는데 저급한 행태다. 미스터 션사인은 전형적인 친일식민사관 역사철학에 근거한 드라마다.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다른거 없고 동기가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고 개인의 내면에서 나오면 그게 식민사관이다.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자질문제로 돌려치는 인종주의 행태다.


    일본인들은 민족성이 우월해서 단결이 잘 돼. 조선인들은 민족성이 열등해서 분열이 잘 되지. 그렇지만 저 더러운 짐승 같은 조선인 중에도 애국자가 한 명은 있었지. 그는 조선의 외로운 영웅이었어. 그렇지만 더러운 조선인들은 영웅을 알아보지 못하고 짓밟았지. 과연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될 만해. 왜? 열등한 종자니까.


    전형적인 식민사관 드라마 패턴이자 스테레오 타입이다. 개인의 영웅주의에 매몰되면 바로 그게 빌어먹을 식민사관이다. 의병이 항쟁한 것은 일본 시스템에 없는 조선만의 특별한 동원구조가 있고 시스템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은 양반계급의 지도력과 농노가 아닌 자유 민중의 권력의지다. 


    농노사회인 일본은 원래 민중이 집권을 꾀하고 반역을 일으키지 못한다. 농노 위에 사무라이 계급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지만 막부가 대량학살을 일으켜 일벌백계로 발본색원했기 때문에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노예 만적과 그 일당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를 보라. 그냥 산채로 강물에 던져졌다. 


    일본의 민란은 그런 꼴이 무수히 일어났다. 조선은 안핵사를 보내서 무마하고 민란의 주동자만 처벌한다. 그러므로 동학운동이 크게 일어나는 것이다. 역사이론은 둘밖에 없다. 사회주의 계급혁명이론과 영웅주의로 포장된 친일 식민사관 인종주의 이론이다. 미스터 션사인은 친일 식민사관 인종주의 이론에 맞추어진 드라마다.


    이론이 둘밖에 없으므로 사회주의 이론으로 가지 않으면 친일 인종주의 이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의병항쟁은 사회주의 애들이 싫어해서 방치된바 우리의 버려진 역사인 것이다. 조선인들은 개인적인 자질은 우수하지만 모래알처럼 단결이 안 된다는 식의 식민사관 노예가 된 것이 당신네들이 듣기 싫어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 반봉건 반외세 운운은 주체사상 개소리고 의병항쟁은 양반의 지도력과 농노가 아닌 자유민 농민의 권력의지가 결합한 것이며 이는 봉건시대 일본보다 진보한 조선의 시스템이며 양반계급의 지도력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의병항쟁 역시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건 중앙조직이 결성되었다는 점이다.


    다만 중앙조직을 평민이 이끌어야 했는데 신돌석 장군이 배제되어 시스템이 망한 거고 로마사를 봐도 민중계급 안에서 집정관과 호민관을 선출하는 것이며 원로원이 집정관을 임명하면 동원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시스템이 안 돌아간다. 만약 신돌석 장군이 전권을 쥐었다면 역사학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쳤을 것이다.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를 치는게 구조론의 방법이다. 양반이 떡을 나눠주니 모두가 좋아한다. 양반만세. 나는 양반이 너무 좋아. 이러고들 있는데 너는 왜 양반의 개가 되었느냐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게 구조론의 방식이다. 드라마가 재미는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재미있으라고 양념을 쳤으니까. 거기에 홀리면 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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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8.10.02 (14:05:39)

감사히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8.10.02 (14:56:09)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는 역사관이 사회주의와 인종주의 밖에 없다는 통찰은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새겨들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레벨:30]솔숲길

2018.10.02 (16:56:23)

자유 민중의 권력의지는 4월, 5월, 6월과 친노와 박그네 탄핵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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