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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1]이상우
read 2016 vote 0 2019.10.03 (20:03:28)

교실은 모든 학문의 집합체다. 심리학적 접근은 하수에 불과하고, 사회학과 정치학같은 집단 작동 원리, 물리학과 같은 힘의 원리, 교실 공동체의 성장원리를 알아야 한다.
나도 예전에는 어쩔 수 없이 심리학적 설명을 많이 했지만, 그건 심리학이 먹히는 세상이고, 심리학으로 설명해야 사람들의 호응이 컸기 때문이다. 반성한다.

존중만이 능사가 아니고 단호함도 능사가 아니다. 존중과 단호함의 조화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유형으로 보면 존중과 비존중, 단호함과 자유분방함으로 4가지로 설명하다 보니 그런 면도 있다. 존중과 비존중은 인간에 대한 부분이고, 단호함과 자유분방함은 행동(질서)에 대한 부분이다.

고수냐 아니냐의 기준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느냐 못하느냐에서 시작하고, 전문적인 도구를 활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효과성이 판가름난다. 그 다음으로 다음 카드가 있냐 없냐로 나뉠 수 있다. 보통 교사들은 다음 카드가 없다. 애가 폭주하면 어쩔 줄 모른다. 이건 부모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자녀가 한 두명이라 어떻게 가능한데, 교실에서는 한 명이 폭주하면 연이어 폭주하므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정유진의 행복교실처럼 한 10단계까지 알파고처럼 대응카드가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카드를 사용할 때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절차만 거치는 게 아니다. 각 카드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능숙하게 훈련이 되어야 한다.

이 정도면 될까? 한 가지 더 남은 것은 팀플로 하느냐 혼자서 하느냐다. 배후에 페북과 실천교사를 둔 교사는 든든하다. 어떤 일이 생겨도 물어볼 때가 있으니까. 지금과 같이 단군이래 가장 힘겨운 교육적 격변기를 잘 지내려면 잘하는 것 못지 않게 엄한 짓을 안하는 게 중요하다. 진보의 흐름에서 고급지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유진의 행복교실이든 차명스쿨이든, 스탭매직이든, 애듀콜라, PDC든 팀에 속해서 움직여야 팀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팀원의 아이디어를 내것으로 만들어 학급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럼 나는 왜 특정 팀에 안들어가는가? 행복교실은 이미 3년간 함께 했고, 김차명샘과 가끔 필요하면 협력하고, 김택수샘이랑 원격연수 했고, 김진영샘 제안으로 에듀콜라에 자유글 글하나 썼지만 워낙 잘되는 모임이라 굳이 내가 관여 안해도 되었고, PDC는 활성화되기 전부터 PD로 부모들과 1년 동안 공부했다. 성환샘과 유진샘이랑 학폭예방과 대응 공저도 썼다.

위의 특정 팀은 교육으로 보면 학급 총론이고, 학교를 개혁하고, 학교 안팎을 연결하고, 대사회적으로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천교사와 교원노조, 좋은교사모임같은 교육중심 교사단체가 있다. 이 단체에 가입해서 교육현장을 바로 세우고 진정한 교육개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혹자는 나보고 뭐 만들라고 하던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럴 깜냥이 안된다. 솔직한 고백이다.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정확하고, 앞장서서 나서는 것보다 인사참모로 있는 것이 어울린다.

교실얘기하다가 또 여기까지 왔다. 교실로 글을 시작해서 빅픽처를 발설해 버렸다. 어느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게 내 운명이다. 학업성취 - 의사소통기술 - 학생상담 - 부모교육 - 학부모상담 - 학교평화 - 교권 - 갈등조정까지 왔다. 돌이켜 보니 원해서 갔다기 보다 진보의 흐름을 타고 여기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레벨:11]큰바위

2019.10.05 (04:58:55)

갈등해결
갈등관리를 거쳐
갈등조정이 대세인데
갈등전환으로 가야 한다는 게 앞으로 숙제입니다.


패러다임 Shift가 일어나도록 해야하고 그렇게 될 거라고 봅니다.


이러나 저러나 상우샘 화이통和以通!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9.10.08 (01:15:45)

공감합니다. 

갈등을 구조론으로 보면 힘의 영역이 될 것입니다.

대상이 서로 대립하여 맞서고 있는 상황이지요.

갈등전환으로 가는게 맞긴 하나, 갈등상황이 되기 전에

질과 입자 포지션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서서 갈등 그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갈등을 통해 우리의 현상태를 이해하고 갈등을 전환시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이미 갈등상태로 넘어오는 순간 출퇴근 시간 병목현상처럼 답답함을 풀기 쉽지 않지요.

최근에는 경우에 따라서 아예 파국을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깨질 것은 깨져야 새로운 판을 짤 수 있으니까요.  

[레벨:11]큰바위

2019.10.08 (17:30:06)

같은 생각이로군요. 

저도 강의를 할 때면 늘 예방을 이야기합니다 .
그러나 현 교육구조는 "교육공동체"라고 말하기에는 면구스러운 면도 많고, 
학생, 교사, 직원, 학부모, 교육청이 따로 놀아서 공동체성을 찾기가 어려운 면이 많게 느껴집니다. 
갈등의 원인 중에 가장 핵심은 Power라고 생각합니다. 
정보, 자원, 이념, 가치관, 문화, 경제력 등등의 차이가 있으나 모두 힘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질과 입자 포지션에서 압도적인 우위에서서 갈등 그 자체를 예방하는 것은 비용도 저렴하고, 상처도 덜 받고, 사회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도 많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갈등 전에 해야할 일로서 저는 바운더리 교육/강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고, 
갈등 후에 해야할 일로서는 역시 회복적 서클이나, 회복적 정의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무너지고 깨진다는 표현을 바닥을 친다는 것으로 대신하곤 합니다. 
한국 교육은 여러번  바닥을 쳤는데도 아직 사람들이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습니다. 
뼈대가 무너져야 그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에고, 일선에 계신 선생님께 지송 ~ ^^

공감이 되어 댓들을 또 달았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9.10.15 (23:37:13)

구조론연구소에서 죄송할 것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신 말씀에 백번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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