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이후
게임을 지배한다..
이런 표현이 많았는데
지배란 구조론의 권(權)과 통합니다.
기승전결의 기에 서는 것이 권입니다.
주도권의 행사입니다.
주도권은 선수에 의해 가능합니다.
미야모도 무사시의 오륜서에 등장하는 선수잡기와 같습니다.
스스로 판을 설계하고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이는 말하자면 다음 단계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류현진이 잡을 수 있는 선수는
1) 공인구를 테스트한다.
2)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을 테스트한다.
3) 포수와의 호흡을 테스트한다.
4) 타자의 성향을 테스트한다.
5) 야수들의 수비력을 테스트한다.
6) 투구수 조절을 테스트한다.
이와 같은 선수잡기에 의해
상대의 반응을 보고 자기의 대응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입자 포지션에 섰을 때 가능합니다.
힘 포지션에 서면 그냥 힘으로 윽박지르거나 혹은 도망가는 투구를 하거나입니다.
한 명의 타자를 제압하거나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전체의 조율을 통해서 단추구멍을 차례로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승리의 비결은 딱 하나..
무조건 선수를 치는 것이다.. 미야모도 무사시
여기서 선수가 선제공격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권투선수가 잽을 넣는 것은 선제공격이 아닙니다.
응수타진도 일종의 선수잡기입니다.
선수란 자신의 설계한 게임의 판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것이며
그것은 상대의 대응에 따른 다음 단계의 계획을 미리 준비해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다리는 선수도 있습니다.
기다리는 선수는 상대의 선제공격을 유도하므로 후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수를 읽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설계한 판으로 상대를 유인하는 것이며
미야모도 무사시는 보통 거리를 좁혀서
상대가 먼저 공격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하는 수를 씁니다.
이때 상대방은 보통의 대결때 연습한 거리보다 가깝기 때문에 당황해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주저앉게 됩니다.
무사시는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승리합니다.
사랑이든 명상이든 전쟁이든 장사를 하든 무조건 선수를 잡아야 합니다.
선수를 잡으려면 자신이 먼저 마이너스를 행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세가 있어야 합니다.
사이비들은 무엇이든 내려놓아라 비워라 버려라 따위를 쓰는데
세가 없기 때문에 선수가 아니라 후수입니다.
딱 보면 가짜입니다.
설계를 하든 프로포즈를 하든 어필을 하든
반드시 선제대응을 해야 하며 그 선제대응은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은 아니어야 합니다.
dominate란 원래 땅주인을 뜻합니다.
즉 판을 짠다는 거지요.
대상(타깃)이 아닌 공간을 겨냥하는 것입니다.
이는 집주인이 정원을 가꿔놓고 손님을 초대하거나
작가가 글을 써놓고 담화를 하거나
혹은 차를 준비해놓고 대접하거나
자신이 먼저 선제대응으로 자기 영역을 굳혀놓고
상대의 대응여하에 따라 다음 단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멍청이면 쫓아버리고
좀 아는 사람이면 차를 한 잔 나누는 식입니다.
절대적으로 고유한 자기만의 레파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안나 카레니나'영화를 봤는데,
우리나라 막장드라마의 얽히고 설켜 4각관계를 넘은 복잡한 관계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게 한계.
관계를 엮는 데 우리나라 작가를 따라올 만한 곳이 없을 듯 해요.
현실은 모형이 하나만 움직이는 게 하니라
다양한 모형(원리는 비슷하겠지만)이
때로는 적게
때로는 많게 중첩되어 움직여서
때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일어나는 지 알수 없는 경우가 많던데..
이런 점에서는 우리나라 막장드라마 작가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