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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78 vote 0 2025.04.19 (16:21:37)

    매소드 연기가 뭔지 아는 사람은 인류 중에 없다. 플러스 사고 때문이다. 메소드 연기가 문제가 아니고 약속대련이 문제다. 마이너스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메소드를 플러스하지 말고 약속대련을 마이너스해야 한다. 인간은 마이너스를 못 보는 것이 함정이다.


    아는 척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부분 선문답하고 있다. 평론가 이동진의 헛소리가 그렇다. 뜬구름 잡기다. 메소드 연기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을 한 시간 동안 길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객을 긴장시켜야 한다. 메소드는 방법이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관객을 긴장시키고 집중시키는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면 된다. 내면연기를 하는 방법도 있고, 주변의 소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격정적으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방법도 있다. 메소드의 반대는 상투적인, 정형적인, 식상한, 합을 맞추는 패턴화된 연기다.


    문제는 내레이션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무협지라면 기술을 쓸 때마다 ‘나의 태양신공을 받아랏!’ 하고 기술 이름을 알려준다. 어이없는 일이다. 총을 쏘며 나의 케이투 소총 5.56밀리 보통탄 맛이 어떠냐, 인민군 놈들아!


    웃기셔! 그냥 갈기는 거지 관객들을 배려해서 신고하고 쏘냐? 연기자들 간에 대화를 통해 내레이션을 대신한다. 그러다 보면 김이 빠진다. 전통적인 연기는 배우들 간에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대사를 칠 때 들어가고 나가는 신호를 줘야 한다. 상대의 눈을 본다.


    재빨리 끼어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에게 패턴을 읽힌다. 점차 식상해진다. 문제는 관객이 그런 것에 오히려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어 한다는 점이다. 점차 신파로 가고 뽕짝으로 간다. 똑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클리셰가 등장하는 이유다. 결국 멸망한다.


    영화가 천편일률로 똑같아져 버린다. 관객은 갑자기 극장을 떠난다. 최근 한국영화의 몰락이 그렇다. 미국영화 베끼다가 똑같아졌다. 미드의 특징이다. 문제발견>문제해결>또 문제발생>또 문제해결>무한반복.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미드에 오염되어 망했다. 


    미드는 범인을 잡아도 반드시 놓친다. 왜? 시즌 2를 찍어야 하니까. 주인공이 활약을 해도 관객은 안 믿는다. 어차피 막판에 놓칠 거잖아. 클리셰에 천편일률로 가는 이유는 첫째는 동료와 합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대사를 까먹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사를 암기하기 좋도록 하려고 긴 문장을 몇 단어씩 끊어서 말하며 끊을 때마다 액센트를 높인다. 어휴! 밥통들 하고는. 좋은 대사는 도로 시작해서 목적어에서 높였다가 도로 끝나야 한다. 특히 한국어는 질문할 때가 아니면 문장의 끝이 낮은음으로 되어 있다. 


    동료와 합을 맞추지 않고, 흐름을 끊고, 관객을 불안하게 만들고, 긴장시키게 만들면 과장된 연기라도 매소드 연기가 된다. 말론 브란도 연기는 사실 과장된 것이다. 실생활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인간은 없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스탠리의 행동들. 


    사실적인 연기라기보다는 겁주는 연기다. 문제의 장면에서 말론 브란도는 웃통을 까고 근육을 과시하며 비비안 리를 위협하고 있다. 난폭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겁을 주는 게 기술이다. 메소드 연기가 자연스러운 연기라는 것은 평론가의 착각이다. 


    메소드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합을 맞추는 연기가 어색한 것이다. 배우들이 합을 맞춰야 대사 치기 편하다. 혼자 원맨쇼 하면 다른 배우들은 뻘쭘해진다. 영화가 진부하고, 상투적이고, 클리셰 범벅 되는 이유는 그래야 합을 맞추어 연기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개그맨 이창훈이 무대를 휘어잡으면 최양락은 할 일이 없다. 주인공은 최양락인데 이창훈이 혼자 너무 튄다.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지만, 오히려 그것이 진짜 매소드 연기다. 자연스럽지 않은데 관객들이 자연스러운 연기라고 착각하는 이유는 애드립 때문이다. 


    예컨대 개그맨 이창훈이 갑자기 코를 팠다고 치자 관객은 깜짝 놀란다. 대본에 코딱지를 파라고 써놨냐? 근데 실생활에서는 갑자기 코를 팔 수도 있다. 관객들은 자연스럽다고 한다. 과연 자연스러운가? 천만에. 고도의 계산된 행동이다. 관객을 놀래키려고 한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한테 냥펀치를 날리려다가 들켰다. 눈이 마주치자 민망해서 자기 머리를 긁으며 딴전을 피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가? 애드립이 자연스럽다는 말은 반대로 대본을 따라가는 전통적인 연기가 매우 어색하다는 말이다. 대사가 대부분 억지다. 


    메소드의 오해 – 자연스러운 연기다.

    메소드의 진실 – 합을 맞추는 전통적인 연기가 어색하다.


    무림고수가 대결하는데 한 사람이 늦었다. 왜 늦었냐? 똥 싸느라 늦었다. 자연스러운가? 천만. 똥 싸느라 늦은 게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약속을 정하고 오는 게 어색하다. 대본대로 합을 맞추는 연기가 오히려 어색하다. 과장된 메소드 연기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최민식처럼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거나, 송강호처럼 힘을 빼고 분위기를 장악하거나, 말론 브란도처럼 소품을 활용하거나, 미국영화처럼 좁은 사무실 공간을 계속 걸어가면서 대사를 치거나 등의 방법으로 관객을 긴장시킨다. 왜 미국영화는 걸어가면서 대사 치냐?


    사무실 같은 복잡한 공간에서 커브를 계속 꺾으며 대사를 치면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도 않는데 그게 기술이다. 메소드는 방법이다. 방법을 쓴 거다. 관객을 화면에 집중하게 하려고 미국인은 중요한 이야기를 복잡한 사무실을 걸어가면서 한다는 착각을 낳는다.


    한국 드라마도 사극은 꼭 골목길에서 중요한 대사를 친다. 조선시대는 뭐 관청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국사를 논하냐? 그것도 기술이다. 관청에서 관리가 의자에 앉아서 대사를 치면 화면이 지루하잖아. 메소드도 반복되면 그게 클리셰가 되는 것이고 진부해진다.


    근래에 메소드 연기의 비중이 줄어든 이유다. 홍콩영화는 액션을 찰지게 찍는데 그게 메소드 연기냐? 액션을 합을 맞춘다. 안 그러면 배우가 병원에 실려 간다. 진짜 자연스러운 액션?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영화 찍으면 말에서 낙마한다. 왜? 등자가 없었잖아.


    사실주의로 가면 배우는 전부 병원에 입원한다. 진실을 말하자. 메소드 연기는 자연스럽지 않고, 사실주의도 아니며 때로는 과장된다. 관객이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이유는 합을 맞추지 않기 때문이다. 합을 맞추는 연기가 문제다. 연기로 내레이션 치는 게 문제다.


    대사로 전달할 것을 연기로 전달하면 메소드 연기다. 배우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리려면 대사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소품을 때려 부수는 방법도 있다. 다른 방법을 찾아내면 곧 메소드 연기다. 그러므로 메소드 연기를 하려고 그 인물로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조폭을 연기한다고 조폭생활을 해봐야 하는 건 아니다.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메소드 연기의 반대편에는 대만 무협지가 있다. 화산논검 한다며 무림고수들이 합을 맞춰 대사만 친다. 이게 잘 보면 배우들이 늘어서서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 게 예능프로와 같다.


    왜 무림고수가 무한도전과 완전히 같냐? 왜 무림고수가 분량 뽑으려고 끼어들 타이밍 맞추냐? 유재석은 동료와 합을 잘 맞춰준다. 이렇게 합을 맞추는 게 메소드와 정확히 반대되는 연기다. 메소드 연기는 일부러 합을 부순다. 관객과의 약속대련을 깨는 연기다.


    상투적인, 진부한, 클리셰의 약속대련 패턴을 깨부순다. 관객은 배우의 다음 행동을 알고 있다. 왜? 대사를 받아줘야 하니까. 일본 만담의 보케와 츳코미가 하는 약속대련이다. 그런데 말론 브란도는 약속대련을 깨고 원맨쇼를 해서 비비안 리를 난처하게 만든다.


    이때 관객은 긴장한다. 당황한다. 집중한다. 중요한 것은 관객을 긴장시키려면 약속대련을 깨야 한다는 사실이다. 잘 보면 거의 모든 영화가 약속대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트콤 찍는다. 영화가 아니라 예능을 찍는다. 각자 자기 분량 뽑으려고 기를 쓴다.


    거짓 – 메소드 연기를 하라. 플러스 사고의 실패

    진실 – 약속대련의 틀을 깨라. 마이너스 사고의 성공


    고전극>메소드극>리얼리즘극>홍콩식 액션극으로 흐름이 바뀌지만 본질은 관객을 긴장시키기다. 메소드 연기는 70년대 유행일 뿐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약속대련이다. 주인공이 활약하려고만 하면 4살 먹은 여자아이가 방해하는 게 약속대련이다.


    지구를 구하려는 찰나 꼬마가 '내 인형은?' 지구는 나중에 구하고 인형부터 구해줄게. 이런 추잡한 약속대련을 하는 게 영화가 망하는 이유다. 지구가 망하는데 인형만 구해달라는 정신 나간 꼬마는 현실에 없다. 자연스럽지 않다. 신파에만 서식하는 괴생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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