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요일.
점심때 5학년 애들이 여자 애들 위주로 피구, 남자 애들 위주로 축구를 했다. 피구는 운동장 중앙선 앞쪽의 조회대 근처에서, 축구는 운동장 전체를 사용했다.
두 경기 다 심판을 봐줄 수 없어서 피구를 봐줬는데, 축구 잘하는 한 녀석이 자기 팀이 지고 잘하는 같은 편 애가 과제 못해서 못나오니 나아질 것 같지 않고, 심판도 없는데 애매한 자체 판정에 그냥 경기장 밖을 나가 버렸다.
음... 아이 마음이 공감은 가나 이렇게 팀 플레이를 해치는 것을 그대로 볼 수는 없다. 다음 주 수금 아침 축구 경기 정지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1주 뒤의 복귀 조건이다.
중간에 '나 안해!' 하고 나간 애를 괘씸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내가 너희들 위해 더운 날에도 얼마나 애쓰는데 니가 이런식으로 예의없이 하냐고 마음 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 아이가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고, 자기가 선택한 셀프 퇴장행동에 대한 후회도 해봐야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갈수록 학교 교육의 희망이 없는 것은 아이들이 정정당당하게 부대끼고 충돌할 기회가 적다는 점이다. 학폭일어날까봐 안전사고 날까봐 가급적 아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줄인다. 상호작용의 빈곤은 아이들의 상황이해능력과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력, 갈등조정능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문제를 만든다. 문제를 조장한다.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갈등과 분쟁이 없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안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좋은 것만 경험할 수 없다. 좋은 것만 경험한다고 행복하지 않고 아이들이 균형있게 자라지 않는다.
상호작용의 양과 질을 늘리는 것, 상호작용 속에서 문제를 유발하고 그것을 인식하고 다루는 경험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이런 경험은 공부만 가르치는 학원에서는 절대 해줄 수 없는 부분들이다. 태권도학원이나 축구클럽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학교는 해낼 수 있다. 이런 좋은 것을 운동도 잘 못하고 동체시력도 안좋은 내가 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나만 하지 말고 같이 하자. 효과도 좋고, 선생님도 생활지도 하기 편하니 해보는 게 이득이다. 어차피 점심시간과 아침시간도 근무시간 아닌가?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도 올리고 싶지만, 참교사 역병이니하면서 행간의 의미를 못읽고 비방만 하는 댓글이 넘쳐날까봐 그냥 참는다. 나도 이제 돌려 돌려 말하기 귀찮아졌다. 어쩌다 나는 학생, 학부모에게 환영받고 교사들에게 욕을 더 많이 먹는 교사가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