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은 관계이다. 그런데 과연 한 번 개설된 라인이 영원불멸할까? 그렇지 않다. 일단 이미 라인이 있어야 외력에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라인이 보다 긴밀할수록 외력에 대하여 반응성 혹은 효율성을 발휘할 확률이 달라진다.
예컨대 남녀 관계에서 평등한 커플은 불평등한 커플에 비하여 라인이 긴밀하다. 긴밀할수록 하나의 외력에 남녀 둘이 연동되는 확률이 보다 높으니 확률적으로 보면 보다 더 효율적이다. 긴밀함은 곧 질의 결합 확률과 닿는다.
불평등한 관계에선 커플에 외부환경이 가해질 때 이를 발견한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소식을 알리지 않을 수 있다. 이번 경우엔 1에 대한 2의 라인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계속 이런 식이다 보면 불평등한 커플은 뭐든지 합을 맞출 수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미 있는 라인을 끊는 즉 결별이라는 의사결정 밖에는 없다. 반대로 평등하므로 긴밀한 커플은 외력에 반응할 때 마다 효율을 얻는다. 그리고 그것을 새로운 라인의 재료로서 사용한다.
외부환경을 잘 극복할 때 마다 얻어진 신뢰라는 잉여분은 썸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부부로의 라인으로 신규개설된다. 외부환경은 심지어 불평등한 커플과 평등한 커플 서로 간의 2대2 팀 싸움일 수도 있다.
똑같이 팀 먹고 같이 싸웠더라도 평등했기에 보다 멋진 팀플레이를 일으켰던 평등한 커플 사이엔 이후 신뢰가 추가되지만 불평등한 커플 사이엔 불신이 기존의 라인을 갉아먹는다. 이렇듯 우주는 수많은 라인끼리의 경쟁이다.
무수한 비대칭적 관계는 흩어지다보니 서로 겹치기도 한다. 이때 보다 대칭에 가까운 관계일수록 다른 관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효율이 좋다. 전자가 후자와 충돌할 때마다 후자가 손실 본 구조값의 일부를 먹어치워 덩치를 보존하거나 키워나간다.
외부환경이 가해지지 않는면 라인은 점차 흐릿해지며 존재는 소멸한다. 따라서 둘은 핑퐁을 하며 지속적으로 외력을 조달해 라인을 유지해나간다. 조달되어 소모되는 외부환경 역시 라인이며 두 라인 즉, 두 공간의 겹침을 표현하는 말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