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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49 vote 0 2025.04.22 (17:35:44)

    구조론에는 ‘라고한다의 법칙’이 있다. ‘예수는 신이다.’ -> ‘예수를 신이라고 한다.’ 예수가 신인 것과 신이 아닌 것 사이에 아무 차이가 없다. 어차피 예수는 죽었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는 일종의 암호다. 신이라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일치시켜야 한다.


    예수를 신이라고 했더니 사람들의 마음이 일치되었다. 예수가 기적을 일으켰다. 예수는 병을 고쳤다. 사람의 병은 고치지 못하지만 집단의 병을 잘 고친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액션이다. 예수는 없고 예수행동이 있는 것이다. 기적을 낳는 건 예수액션이다.


    신은 있다. 대본이 있고 다르마가 있고 역할이 있다. 임무 안에서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여 결 따라가고 휩쓸려 간다.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진 동물이다. 그것은 우주의 작동원리이자 사피엔스의 진보원리다. 개인의 생각을 말하면 안 된다. 자기소개는 곤란하다.


    다르마 소개가 맞다. 집단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집단은 행동의 일치를 요구한다. 그래서 예수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있어야 하고 집단행동은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지도자는 군림하므로 피곤하다. 죽은 지도자가 비용절감에 좋더라.


    프란치스코가 죽었다. 교황은 좋은 사람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 발도 씻겨주고 예수 흉내를 내야 한다. 거대한 연극의 주인공이다. 그는 교황 배역을 잘 소화했다. 일단 얼굴이 먹어줬다. 전임 베네딕토는 간첩같이 생겨서 손해봤다. 나치 연루설 문제도 있었지만.


    예수가 신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유치하다. 대본이 먹히느냐가 중요하다. 이단이 이단인 이유는 집단지성에 의해 먹히지 않는 대본으로 판정되었기 때문이다. 보편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대본이 변두리에서 오히려 먹히는게 함정이다. 사이비가 번성하는 이유다.


    선과 악의 차이는 지속가능한 연극이냐, 지속가능성이 없는 연극이냐의 차이다. 인간이 연극을 하기 때문에 신은 존재한다. 사람들은 무서운 신보다 약한 신을 좋아한다. 제우스 신은 불벼락을 내리고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휘두른다. 예수는 지팡이 하나뿐이다.


    예수가 신인 것과 신이 아닌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당신이 신이라는 점이다. 예수는 감히 신을 연기하다가 죽었지만 당신은 아직 피둥피둥 살아있다. 그래서 문제가 된다. 신은 예수 버전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당신 버전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는 교황 연기를 했는데 당신은 연기를 잘했느냐다. 예수가 신이면 당신도 신이라서 문제가 된다. 예수가 신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는 쉽지만 당신이 신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대본을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깔때기 속으로 들어와 있다.


    예수가 신이라는 말은 신의 대본을 연기하는 사람이 곧 신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어떤 대본을 받았는지가 문제가 된다. 당신은 신이 아니지만 신은 당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는 신이 아니지만 신은 예수일 수 있다. 대본을 받았으면 연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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