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때다. 택시 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이명박이 사기꾼이지만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애국심이 생겨서 나라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나라도 그럴 것 같은데.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고 이명박이 개지만 정승 자리에 갔으니 정승처럼 하겠지요.' 내가 말해줬다. 이명박이 잘하고 싶어도 이상득이 가만 안 놔둔다고. 측근들이 가만 내버려두지 않고, 조중동이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면 노무현처럼 맞아 죽는다고.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고. 그건 아주 순진한 생각이라고. 택시 기사가 내 말을 귀담아들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경상도 꼴통인 줄 알고 한 번 찔러봤는데 거품 무네 하고 비웃었을 듯. 그렇다. 이명박은 중도 실용주의자로 포장되었다. 노무현은 우파가 원하는 대로 했으니 이명박은 좌파가 원하는 대로 하겠지. 보통 사람 생각. 왜? 그걸 할 수 있으니까. 이명박이 우파정책 해봤자 정권 바뀌면 다 뒤집어엎는다. 문재인이 좌파정책 해봤자 정권 바뀌면 대못 뽑는다. 그러므로 하나마나 한 좌파정책, 우파정책은 어리석고 반대로 찔러야 한다. 좌파가 우파정책을 하면 대못이 뽑히지 않는다. 박근혜가 통일정책을 하면 극우꼴통들도 받아들인다. 지지자가 원하는 대로 하면 정권 바뀌면 도로아미타불 된다. 업적을 남길 수 없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빼놓고 모두 지지자가 원하는 극단주의로 가서 망했다. 대못 뽑히고 성과는 사라졌다. 노태우는 그나마 낫다. 노태우 북방정책이 살아남은 이유는 우파가 좌파정책을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래야 업적이 남는다. 그러나 다들 지지자가 만든 가두리 양식장을 탈출하지 못한다. 왜 윤석열은 극우가 되었는가? 주변에서 뜯어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 때문이다. 좌파 지지자는 좌파 대통령을 조지고 우파 지지자는 우파 대통령을 조진다. 그리고 망한다. 대못은 모두 뽑히고 성과는 지워진다. 하나마나한 짓을 한 셈이 된다. 좌파가 좌파를 설득하여 핸들 오른쪽으로 꺾고 우파가 우파를 설득하여 핸들 왼쪽으로 꺾어야 되는데. 윤석열이 팽당한 이유는 국민이 윤석열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0.7프로 이기고 5프로 졌는데 그사이 6퍼센트는 순진하게 윤석열이 우파를 설득해서 좌파정책을 하겠지 하고 믿은 사람이다. 왜? 성과를 내는 방법은 그것뿐이니까. 다른 방법은 없다. 그들은 또 속았다. 그런데 그들 5퍼센트가 선거를 결정한다. 지도자는 일반인과 달라야 한다. 지지자를 설득하여 낯선 세계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다. 모세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러다가 예수처럼 죽더라도 말이다. 두 번 다시 노무현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 결단의 정치를 할 대형 이슈가 소멸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급 카리스마형 지도자가 없어도 적당히 굴러가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파격적인 정치는 한국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시시한 정치가 되는 것이다. 정치가 극단적으로 되는 이유는 정치인이 소수 명망가 그룹에 끌려다니기 때문이고 이는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좌우를 넘나드는데 관대하다. 대중이 정당의 주인이 될 때 문제는 해소된다. 이념과 프레임은 지지자들의 갑질이고 문제해결이 진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