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선풍기
read 9102 vote 0 2010.09.02 (19:39:02)

아침 출근 시간쯤 되면 아이들 등쌀에 EBS를 보는데...
그 시간대에 아이들 상대로 과학실험을 진행하는 프로가 있소.

하루는 "부력"을 주제로 실험을 하더이다.
실험을 마치고 아이들 눈높이 맞춰 이론을 설명해 주는데...
설명을 듣고 있으니 짜증이 났소.

Q:"배가 왜 뜰까요?"
A:"부력 때문입니다"

부력은 쉽게 말해서 물에 뜨는 힘이니...
배가 뜨는 것은 부력 때문이라는 답변은...
질문과 똑같은 말을 답변이라고 내 놓는 꼴이 되오.
결국은 동어반복,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오.

그래서 출근길에 가만 생각을 해 보니...
부력의 힘은 결국 중력에서 나오더이다.

물을 담는 그릇이 축이고...
한쪽에는 중력, 한쪽에는 부력이 균형을 맞추는 꼴이 되오.
중력이 커지면 부력도 같이 커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오.

하지만 그릇이 중력을 감당하지 못해서 깨지면...
시스템은 붕괴되고 부력은 존재하지 못하게 되오.

바다는 땅이라는 그릇에 갇힌 물이고...
그 바다에 배가 놓여 물을 밀어내면...
밀어낸만큼의 물이 받는 중력이 배에게는 부력으로 작용하오.

물 속으로 쳐박히려는 힘이 오히려 물에 뜨는 힘으로 작용하게 되오.
땅이 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쪼개지지 않는 한 그렇게 되오.

중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부력 역시 존재할 수 없소.
부력의 정체가 사실은 중력이라니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소.
이 생각을 하니 자연스럽게 구조론이 생각나더이다.

----------------------------------------------------------------

몇 년째 구조론을 곁눈질 하고 있는데...
곁눈질만 해서 그런지 여전히 온전하게 이해할 수가 없소.

나에게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구조론이 관계를 우선시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오.

내가 아는 한 구조론에서는 입자를 인정하지 않소.
관계가 균형을 맞춘 상태를 존재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래서 존재는 Balance가 있고 Balance를 유지하지 못하면 존재가 붕괴된다고 하오.
즉 Balance를 존재의 성립 조건으로 삼는 입장으로 읽히오.

먼저 존재가 있고 서로 다른 존재가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구조론은 이걸 완전히 뒤집어서 보는 입장 아니오?

내가 물리학은 잘 모르지만...
파동 방정식의 의미는 진동과 입자가 분리되지 않음을 나타낸다고 알고 있소.
이것 역시 나에게는 이해 불가한 이야기라오.

진동은 매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매질 자체는 입자가 아닌 진동일 수도 있다는 것이...
그럼 대체 진동은 뭐가 진동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 보니 도대체 뭔 소리인지 모르겠더이다.

관계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존재가 있어야 성립하는데...
구조론에서는 정반대로 관계가 먼저고 존재는 그 다음이라 말하는 듯 하니...
파동 방정식처럼 뭐가 뭔지 모르는 소리가 되고 말았소.

이런 기본적인 시선을 받아 들일 수 없어서 여전히 어려운 것이 되고 말았소.
동렬님이 쓰신 글 중 단편적인 것은 마음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지만...
한 줄로 꿰어 찰 수가 없으니 여전히 대략난감이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124965
159 저장강박증? image 1 김동렬 2011-09-02 8252
158 엄지손가락 1 양을 쫓는 모험 2009-11-17 8254
157 문제해결능력 - 고부간의 갈등 편 image 21 양을 쫓는 모험 2010-01-19 8257
156 혈액형 삼국지 image 2 김동렬 2013-02-09 8260
155 사금 캐는 방법 image 2 김동렬 2013-11-28 8281
154 질문 - 이 사람의 잘못은? image 16 김동렬 2013-07-03 8301
153 비움과 채움의 균형잡기 image 3 ahmoo 2009-05-14 8302
152 진.선.미.주.성에 대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7 아란도 2010-08-03 8325
151 질문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image 24 김동렬 2013-01-11 8325
150 여자가 오래 사는 이유 3 김동렬 2010-10-26 8334
149 의식이란 무엇인가? image 8 김동렬 2013-11-18 8339
148 태초의 비밀. 아제 2010-08-07 8398
147 기술결정론 vs 도구주의 1 오세 2012-02-12 8430
146 남극빙어와 진화 4 다원이 2009-04-14 8455
145 복잡한 인간. 4 아제 2010-08-16 8483
144 김동렬님께 질문이 1 나그네 2008-01-26 8530
143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image 7 김동렬 2013-12-30 8568
142 또 법륜 .. 화가 나는 이유 15 김동렬 2013-11-05 8582
141 럭셔리 골드미스 청담녀 image 12 양을 쫓는 모험 2010-03-17 8590
140 조선8도 지역정서 지여 2011-02-26 8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