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34 vote 0 2024.04.16 (15:51:30)

    동력


    우주의 근본 모순이 있다. 그것은 부정의 법칙이다. 마이너스의 원리다. 우주는 나빠지면서 동력을 생산한다. 밸런스의 복원력이다. 세상은 변화하며 모든 변화는 나빠지지만 우리는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 나빠지는 만큼 좋아지는 타이밍에 편승해야 한다.


    인간은 죽는다. 이는 나빠지는 것이다. 생명은 탄생한다. 이는 좋아지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나빠지면서 부분적으로 좋아진다. 산기슭에 자라는 야생화는 활엽수에 잎이 자라기 전에 일제히 피어난다. 타이밍이 늦어서 잎이 그늘을 만들면 꽃을 피울 수 없다.


    우주의 원리는 나빠지는 것이다. 엔트로피 증대 원리로 설명된다. 좋아지고 나빠진다는 말은 중립적 표현이 아니다. 자연에 좋고 나쁜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예측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다. 이길 수 있고 확신할 수 있다.


    운명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대신 운명을 믿는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꾸며야 한다. 그 속에 거짓이 있다. 실패한다. 권력 메커니즘 때문이다. 동물은 수컷끼리 싸워서 하나가 남는다. 선택의 여지를 없앤다. 인간은 상대가 기준을 충족하면 다시 허들을 높인다.


    허들을 낮추면 상대가 흥미를 잃는다. 긍정하려면 부정해야 하는 모순이다. 부정은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다. 동물은 동료를 부정한다. 수컷은 다른 수컷을 부정하여 암컷을 얻는다. 사람은 상대를 부정한다. 허들을 높여서 상대가 내 기준에 맞추도록 압박한다.


    사랑은 서로가 허들을 높이는 위태로운 게임이다. 반면 운명은 선택의 여지가 사라진 상태다. 동물은 수컷끼리 경쟁하여 선택의 여지를 제거하지만 인간은 환경의 압박에 의해 선택의 여지가 제거된다. 서로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게임


    인생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고, 쾌락이 아니고, 성공이 아니다. 인간은 이겨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수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렁에서 탈출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세상은 마이너스다. 가만있으면 죽는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행복과 쾌락과 성공은 인간에게 자신이 게임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DNA에 새겨진 본능의 프로그램에 의해 인간은 행복과 불행, 쾌락과 고통, 성공과 실패 중에서 선택하려다가 자신이 힘든 게임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인간은 경사로에 위태롭게 서 있는 존재다. 가만있으면 깔때기 속의 구멍으로 굴러떨어진다. 시험에 든 것이다. 의사결정해야 한다. 안으로는 호르몬을 이기고 밖으로는 환경을 이겨야 한다. 좋은 흐름이 돌아왔을 때 타이밍을 맞추어 동료의 손을 잡아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856 명시감상 김동렬 2002-09-08 22712
6855 서프라이즈 업로드 태그 김동렬 2002-09-08 11001
6854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은..길은정이 편승엽에게 김동렬 2002-09-08 20437
6853 800만원으로 박항서 등쳐먹으려 드는 정몽준 김동렬 2002-09-10 19918
6852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사람들 김동렬 2002-09-10 18459
6851 노무현은 부패를 척결할 수 없다? 1 김동렬 2002-09-11 18063
6850 노무현 학생층 공략작전 대성공조짐 김동렬 2002-09-12 18385
6849 Re..동렬이 아자씨 팬인데요 김동렬 2002-09-12 17685
6848 노무현 잘하고 있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김동렬 2002-09-12 18070
6847 신종 사기수법 조심 김동렬 2002-09-14 17921
6846 포항 구룡포 호미곶 image 김동렬 2002-09-14 17269
6845 Re..태풍 루사에 저항하고 있는 거인의 손 image 김동렬 2002-09-14 18975
6844 Re..태풍이 가고 난 후 image 김동렬 2002-09-14 18200
6843 Re..위 사진에서 손의 높이는 몇미터쯤? image 김동렬 2002-09-15 19664
6842 Re..실은 육지와 바다에 한 쌍의 손이지요. image 김동렬 2002-09-15 19075
6841 반갑습니다. 손님이 많아졌네요-.-;;(ㅁㅜ) 김동렬 2002-09-16 18545
6840 고부간과 아파트 구조 Blitz 2002-09-16 17026
6839 유시민신당과 함께 생각해 보는 민주주의의 미래 김동렬 2002-09-17 17030
6838 부시의 엑스파일 김동렬 2002-09-17 16698
6837 Re..성소는 망해도 너무 망해서 김동렬 2002-09-18 17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