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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742 vote 0 2009.02.04 (17:08:38)

holy_cow.jpg




이 그림이
간판인지 벽화인지

아마추어의 습작인지
전문가의 작품인지는 논외로 하고
 
한자 비슷한 느낌의 벽지무늬와
주변에 휙휙 그어놓은 푸른색 페인트는
 
필자의 의도와 부합한다.
그림에서 질은 기법이나 내용 양측면에서 있을 수 있다.

기법으로 보면 바탕에 기본 백그라운드로 깔아주는 것이 질이고
내용으로 보면 그림에 긴장을 부여하는 것이 질이다.

일단 뭐 하나 깔아주는게 있어야 하고
그것은 본인이 개발해야 한다.



l391204200808292021090.jpg



김명국의 달마도
테두리 굵은 선이 위 벽지와 같은 효과를 준다.

전체적으로 깔아주는 효과가 있다.
계를 통일하는 기본 베이스가 되어주는 것이다.

묵직한 중량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456.JPG



다른 모든 달마도들은
그의 쓰레기라 할 수 있다.

굵은 선을 왜 썼는지 모르겠다.
굵은 선은 바탕에 깔아주는 효과인데

위 그림들에는 공중에 떠 있는게 더 많다.
굵은 선은 계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인데

위 그림들은 그냥 이유도 없이 남이 하니까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굵은 선이 전체에 깔아주지 못하고 한쪽에 치우쳐 있다.

또 망설이고 주저한 흔적이 도처에 드러나서
굵은 선의 선이 굵은 효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일필휘지로 내갈기지 못하고
망설이고 주저한 흔적이 드러나는 것이 선이 가는 그림이다.

질은 밀도다.
밀도란 것은 어느 한 부분만 밀도를 높일 수 없게 되어 있다.

질은 밀도이므로 전체에 전달되어야 한다.
기압이나 수압과 같아서 전체를 그것으로 단단하게 결속하는 것이다.

고흐가 그림 한 귀퉁이만 떡칠할 수 없듯이
그 긴장이 전체에 울려퍼져야 한다.

위 사이비한 달마도들은
그런 긴장과 밀도의 분포가 전혀 없고

굵은 선 뒤에 움츠리고 숨어있는듯이 보인다.
치명적인 것은 모든 달마아저씨들이 한가지 기법을 표절하고 복제하며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4]id: 굿길굿길

2009.02.05 (00:06:56)

구조강론이나 심미안방이나 아리송하긴 매한가지지만...그려도 이 방이 굿길한테 딱 끌립니다. 유혹당해 넘어지고 엎어지고 난리가 아닙니다요..ㅋ^^*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2.05 (13:24:01)


뭔가 느낌이 옵니까?
요 위에 못그린 작은 달마들은
 
잘 보면 전부 바위 뒤에 웅크리고 숨어 있지요.
왜 달마 할아버지가 돌방구 뒤에 숨어서 엿보고 있냐 이겁니다.

쪼잔하게 말이지요.
제 이야기는 화단에서 미술을 생업으로 하는

전문가 양반들과는 다른 겁니다.
그쪽에는 그쪽대로 논리가 있겠지요.

저는 구조론으로 보는 것이며 과학으로 보는 것입니다.
과학은 보편되므로 미술이라는 영역을 떠나 더 넓은 관점에서 보는 겁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예술하는 사람들은 그쪽으로 고집이 있어서

사진가라면 사진에 너무 집착하는듯 하고
김봉남 아저씨는 또 나름대로 자기 집착이 있어요.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하면서
미술애호가들은 그 애호과잉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지 않아요.

사진가들은 사진과잉입니다.
왜 미술은 미술을 깨지 못하고 왜 사진은 사진을 깨지 못하고

왜 패션은 패션을 깨지 못하고 왜 음악은 음악을 깨지 못하는가?
 왜 관객의 기호에 겸손하게 영합하는가?

관객이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겸손한 자들은 죽은 자들입니다.
그들은 시체입니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과학성을 잃으면 취미집단이 되어서
점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순정만화는 눈을 크게 하고 다리를 가늘고 길게 하는 경쟁이 붙는 식이지요.
주변에 꽃장식도 많이 하고.

요즘 순정만화가들 중에는 한컷한컷을 거의 정밀묘사를 하던데
편협해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4]id: 굿길굿길

2009.02.05 (21:14:19)

공감합니다.
예술가들 고집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엉뚱한 고집이라 여길때가 많습니다.

매구판, 탈춤판에 있는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지요.
두가지 경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동렬님 말씀처럼
매구에 흠뻑 빠져서는 디딤새와 너름새, 매조지하는 매도진장단 배김새를 별스럽게 자꾸 지어냅니다.
그렇게 쭈욱 빠지면 초등학생 발표회 분위기가 나는데도 그쪽으로만 파고듭니다.

옛 명인들 가운데도 그런 분들이 몇 있었는데...
시골에 있다가 장구 하나 들쳐매고 도시로 와서는 상품을 파는거지요.

살아 생전에 돈은 좀 만졌을겝니다. ㅋ^^*
요란하고 현란해야 사람들이 " 야!! 저것 배울 것이 많겠구나 "하고 모여드니까요.

조잡해집니다. 담백하면서 거센 기개와 힘찬 맛이 하나도 없게 되는거지요.
다 거짓부렁이고 사기란 걸 사람들은 모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매구판과 탈춤판이 가지는 선 굵은 예술의 힘을 소홀히 하고
"  예술이 곧 삶이다. 굿은 놀이다 "는 말을 하면서 일상 살이에 숨어버리는 겁니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대안도 없고 답도 없으니 그냥 머물러 있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여깁니다.

실험 하고 도전도 해서..
우리의 클래식인 민속음악, 전통음악에 현대성을 불어 넣어주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못합니다.
낳아낼 생각이 없지요. 갇혀있습니다.
민속음악, 전통예술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질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신 앞에 홀로 서서 대화하는 마당인 매구판..

자본주의라는 시장과 사회주의 가치가 마치 줄광대가 긴장된 줄타기를 하듯
더 앞선 민주주의 원리를 재현하는 마당인 굿판..

소통해서 사랑을 확인하는 축제판이라는 종합된
큰 그림을 그려내고 상상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선 굵은 그림이란 동렬님 말을 처음 듣고 입에 사악 감기더군요.
윗 그림 달마도에서 말씀 하신 묵직한 중량감 말입니다.

탈춤판, 매구판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경쾌한 중량감이란 말인데 가볍지만 무겁게란 언뜻 모순되는 말이지요.

역시나 무게감이 중요합니다.
처음 매구를 칠땐 발이 떨어지지 않고, 손도 제 맘대로 되지 않으니..가벼운 느낌을 살려야 합니다만
그 속에서도 들숨, 날숨으로 지구 중력을 느끼는 무게감을 몸에 머금고 있어야 나중에 발전이 빠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쉽게 생각합니다.
우스개 무협 이야길 빌리면..
현란하고 요란한 초식엔 솔깃하면서 내공을 쌓는 심법에는 나 몰라라 하는거지요.

경쾌한 중량감은 곧 정중동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매구잽이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 정중동의 무게감이라 나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완전히 질이 달라집니다.

매구 수련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처지고..
게으름도 부리고 해서  제 몸으로 재현하기는 벅찬 일이지만..
눈 명인, 귀 명창은 되니까요..ㅠ

제법 한다는 잽이들은 매구 치면서 소리와 춤으로 공간을 도화지나 그림천 삼아 그려냅니다.
그럴듯 하지요. 그러나 지나가면 헛헛해집니다.

정중동의 무게감..경쾌한 중량감은 공간을 꽉 채운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요즘 말로 포스 넘친다고 합니다만
소리와 춤이 공간을 채워서는 보는 사람을 숨막히게 하는 그런 느낌을 보고 느낍니다.
밀도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거지요.
그런 옛 명인들이 몇 있는데 그저 부럽습니다.

언제 동렬님이 진짜 연기는 공간을 장악하는 능력이란 말을 하셨는데..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어쭙잖게 지방 변두리 소극장 무대에서 연기한 적이 있는데 진짜 그렇거든요.
연기하는 얼굴 표정과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공간을 장악할려는 숨은 뜻이 있습니다.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수법도 그것을 좀더 쉽게 해보자는 수작이지요..
장악한다는 말은 별 뜻없는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한다는 말입니다. 무릉도원으로 걍 만들어 버리는 거죠.
그땐 저도 몰랐지만 말입니다. ㅋ^^*

어떤 예술이든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다 통한다고 보고 다 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저 믿음 뿐이었는데..과학과 합리주의를 바탕에 둔 새 안목이 참말로 시원합니다.
아직 머금지는 못했지만.. 자꾸 보는 눈을 길러야겠다 생각합니다.

그림이나 다른 예술갈래는 보는 눈이 없어서 막힐 때가 많습니다.
공부가 필요한데..ㅠㅠ 힘드네요.

동렬님 덕분에 말문이 터졌습니다 그려..시원하네요.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09.02.06 (12:10:23)

굿길님 머찌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2.06 (12:26:56)

굿길님 좋소.
제가 겪어본 일인데

예술가들은 뭔가 말할 것이 있는데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었소.

본류와 지류가 있는데
본류를 타야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류로 빠지는 우를 범하게 되오.

지류와 본류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어느 순간에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지게 되오.

문제는 관객의 낮은 인식수준.
모든 예술에 공통되는 '본류는 이런거다' 하는 것을

만인이 공식화 하게 되면
본류로 나아가도 외롭지 않을 것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4]id: 굿길굿길

2009.02.06 (15:04:28)

예술가들은 뭔가 말할 것이 있는데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었소. 2

공감 백배... 저도 그렇고..그런 예술가들 둘레에도 허다합니다.ㅋ^^*
제 둘레에서는 저도 왕따 비슷한데....ㅋ 조금 외롭긴 하지만 견딜만 하고....
여기서 외로움도 달래고 힘도 얻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곱슬이님도 힘주셔서 고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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