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7450 vote 0 2005.08.30 (14:04:35)

경주에 세가지 보배가 있으니 이를 신라 삼보라 하자. 그런데 신라 천년의 고도라 하여 이름도 높은 경주를 방문한 사람 중에 신라삼보를 보고 오는 사람은 대개 없다시피 하다.


불국사 석굴암 등지를 찾아다녀 봤자 거기서는 신라인의 숨결을 느낄 수는 없다. 왜인가? 석굴암, 불국사는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기염을 토하며 왕조의 권위를 내세운 바가 된다. 그 따위는 진짜가 아니다.


진짜를 찾아야 한다. 머리 굴려서 만든 가짜 말고, 목적과 의도가 개입한 가짜 말고 원형의 진짜를 찾아야 한다. 진짜는 맨얼굴의 신라인이다.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화장기 없는 그 얼굴이다.


삼국을 통일한 권위의 신라 말고 소박한 우리네 신라를 찾아야 할 터이다.


다르다. 안목 있는 사람이 보는 바는 확실히 다르다. 그렇다면 그대 투덜거리지 말고 배워라. 그대 안목이 없어서는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없다. 안목이 없어서는 좋은 날에 좋은 친구를 당신의 가꾸어진 정원에 초대할 수 없다.


명백한 수준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유홍준이 보는 바는 당신이 보는 바와 다르다. 그렇다면 겸허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들어봐야 할 것이다.


안목있는 유홍준의 견해를 참고하여 신라삼보를 정하면 첫째 진평왕릉, 둘째 삼화령 미륵삼존불, 셋째 부처골 감실석불이다. 따로 경주남산 삼보를 정하면 진평왕릉을 빼고 보리사 미륵불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삼화령 미륵삼존불은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져 있다.


혹여 경주를 들르거든 신라삼보를 찾아보기 바란다. 거기서 무엇이 다른지 느껴보기 바란다. 한국인의 99프로는 거기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유홍준이 미쳤군. 뻥이 세다 말야. 아무 것도 없잖아.”


그렇다.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거기서 당신이 무언가를 느낀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1프로 안에 드는 사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거기서 뭔가를 보아내는데 성공한다면 당신은 제법 뭔가를 아는 사람이다. 그걸로 자부심을 느껴도 좋다.


경주를 방문할 일이 있거든 신라삼보 혹은 남산삼보를 찾아보기 바란다. 그 중에 하나나 둘만 보아도 무방하다. 대개 기슭에 있으니 발품을 팔 것도 없다. 


당신이 거기서 뭔가를 느꼈다면 그 순간 당신은 나와 통한 거다. 유홍준과 통한거고 대한민국 최고의 심미안과 통한거다. 통하는 0.1프로에 들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진평왕릉,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거기서 뭔가를 보아낸다면, 삼불 김원룡선생이 보았던 것, 그리고 삼불선생의 제자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보았던 것 그리고 필자가 보았던 그것을 당신도 보아낸다면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다.

 

보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0.1프로가 아닌 나머지 99.9프로에 드는 사람이다. 왜 그러한가?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의 99.9퍼센트는 진평왕릉을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볼 것이 없으니까 방문하지 않는 거다.  

 

 

삼화령의 미륵삼존불은 경주박물관에 있다. 아기부처가 특히 인기가 있다. 언젠가 남산 정상에서 용장사지 방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삼화령 연화좌대에 올라 전망을 보기 바란다. 이 불상은 박물관으로 옮겨져 있는 이유로 제법 보고 가는 불상이다.
 

 

부처골 감실석불, 이 불상이 왜 용한 부처님인지 아는 사람은 적다. 중요한건 신라인 혹은 조선시대 사람들도 이 작고 보잘것 없는 불상을 제법 쳐주었다는 사실, 당신의 안목이 평범한 신라인들 혹은 조선시대 이름없는 백성들 만큼은 되는지 혹은 그렇지 못한지 비교하여 볼 수 있다.

 

할머니 얼굴을 닮은 부처님, 신라인의 맨얼굴 그대로를 부여준다.
 

 

끝으로 보리사 돌미륵, 권위적인 석굴암 부처님과 비교가 된다. 남산에서 제일 미남 부처님이다. 아들낳기를 기원해서 미륵불의 코를 떼가는 민간의 습속이 있었는데 이 부처님은 너무 미남인지라 코를 떼갈 수 없었든지 잘 생긴 코를 보존하고 있다. 좌대와 광배 세트가 손상되지 않고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덧글..

엊그제 경주를 방문했다. 유홍준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기로 관광객이 제법 늘었겠지 했는데 웬걸 여전히 찾는 사람이 없었다. 볼 줄 모르는 사람은 알려줘도 역시 보지 못한다. 그들은 대한민국 1프로에 들고 싶지 않은 거다.

 

어쩌겠는가. 그렇게 살라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진도 나갈 밖에.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52787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43316
365 왜 박상천이 수구인가? 김동렬 2003-05-17 17095
364 토종 학문의 죽음 김동렬 2005-12-24 17095
363 진선미주성 추가설명 image 9 김동렬 2010-08-11 17097
362 Re..신문사 뺏길까봐 그러지요 김동렬 2002-10-03 17098
361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포르투칼 강세? 김동렬 2006-06-15 17101
360 전여옥병과 김용옥병 박통병, 노무현병 김동렬 2003-05-28 17115
359 DJ가 인기없는 이유는 김동렬 2002-09-18 17117
358 사상가 DJ와 수완가 노무현의 찰떡궁합 김동렬 2003-06-17 17129
357 개념없는 오마이레시안들 image 김동렬 2003-12-15 17133
356 레고블럭의 구조 image 1 김동렬 2009-01-23 17134
355 이회창 벌써 치매증세가 왔다는데 김동렬 2002-10-28 17138
354 사건은 동적공간에서 일어난다. image 김동렬 2011-08-16 17144
353 이게 사실이면 심각한 거 아닌가요? 정민화 2002-12-01 17162
352 김완선의 눈 아다리 2002-10-04 17167
351 민주당은 죽었다 image 김동렬 2003-12-04 17173
350 명상하는 방법 image 16 김동렬 2013-05-22 17176
349 박주현수석은 얼굴마담 수석인가? image 김동렬 2003-05-09 17187
348 민주당쉐이들이 탈당을 꺼리는 이유 김동렬 2002-10-21 17188
347 학문의 족보 2 김동렬 2009-09-24 17196
346 대칭성 원리 김동렬 2009-12-10 17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