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두 거인
한국인들은 대략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자기 주변에 있는 것을 싫어한다. 공연히 압박감을 느낀다. 마치 만원버스 안에 덩치 큰 거한이 억지로 밀고들어오기라도 하는듯이 다들 얼굴을 찡그리고 외면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두 거인의 존재가 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거다. 섬나라 근성이다. 반도나 섬이나 큰 차이 없다. 대륙이라면 다르다. 세상은 넓고 인간은 많다. 천재도 많고 거인도 많다. 부담감은 없다.
대륙적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한국은 좁지만 인터넷은 넓다.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참된 용기가 필요하다. 산 같고 강 같은 두 거인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비록 떠나가신 다음이라도.
한국인들은 세상에 진리가 있다는 사실도 싫어하고, 진짜배기가 있는 것도 싫어한다. 지식이 무섭고, 정답이 무섭고, 사랑이 무섭고, 실천이 무섭다. 다 무섭다. 그냥 대충 눈치보며 살다가 죽자는 식이다.
그치만 또 누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주면 따라나서는건 곧잘한다. 그래서 기적은 있다. 그러므로 희망은 있다. ‘박쟁쥐투’런가? 쥐몽박찬 4자대결에 문수 가세라. 오서방 빠졌지만 볼만하다. 멀 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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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속성은 ‘50 대 50의 법칙’이다. 밸런스의 원리다. 이건 단기적인 개념이고, 장기적인 포지션 구조로 보면 삼각구도의 법칙이 있다. 왜? 양자대결이면 너무 급속하게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법칙대로 50대 50이 되어야 하지만, 선수간에 급이 안 맞아서 50 대 50이 잘 안 된다. 삼각구도로 가면 2 : 1이 되어서 팽팽해진다. 지금 박이 50을 먹은 판에 몽과 찬이 나머지 50으로 삼각형이다.
찬이 너무 일찍 망해서 솥발의 구도가 깨지려 하니 또 얼빵하게 문수가 보따리 싸고 구원 들어온다. 이는 한나라당 사정이고, 거기에 야당을 끼워서 경상도만 놓고 보면 박몽유 3자대결이다.
이 중에서 한쪽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 나머지 둘이 합세하는 맛이 있다. 정치인이 연합한다는 말이 아니라, 유권자의 심리가 그렇다는 말이다. 경상도 안의 반박파는 대선때 유쪽에 붙을 가능성이 있다.
몽은 유시민이 경상도에서 박근혜를 잠식해줄 것이므로 어떻게든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이긴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 탈당할테면 탈당하라고 압박한다. 박은 박대로 또 계산이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해도 충청표를 얻은데다가, 유시민이 몽의 한나라당표를 잠식해줄 것이므로 탈당배수진을 치고 배짱부려도 먹힌다고 믿는다. 유시민은 또 몽박전쟁에 어부지리 하는 맛이 있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그렇게 착각한다는 거다. 왜냐하면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도박꾼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본능이 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다.
무엇인가? 유권자들이 상황을 그렇게 보기 때문에 3자 중에 어느 쪽에도 정을 주지 않고 팔짱끼고 지켜보는 거다. 유권자 입장에서 긴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상당히 낙관하고 있는 거다.
그러므로 판이 급속하게 기울지 않는다. 바로 그런 이유로 박근혜가 최근에 상당히 점수를 땄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치고 올라가지 못한다. 분명히 점수를 땄다. 그런데 주가에 반영이 안 된다.
그래서 당분간 박근혜 대세론은 점화되지 않는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박근혜는 노태우 시절의 김영삼 같은 과감한 승부수를 두지 못한다. 결국 지리한 대치가 계속 이어지면서 유권자의 짜증을 유발한다.
판이 이렇게 가면 유시민이 유리하다. 한나라당 선수가 늦게 결정되고 대세론이 불발해야 패배한 쪽의 유권자가 반발심리로 이쪽으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어쨌든 막판에 두 선수가 남는데 그 때는 깡 좋은 사람이 이긴다.
문제는 대략 막판까지 한 쪽에 기울지 않고 팽팽하게 가야 한다는 거.
한나라당 1안은 박근혜 팽하고 운찬이나 몽준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2안은 박에게 공천권을 주고 대신 수정안으로 타협하는 것이다. 3안은 공천권 안주고 대신 세종시 수정안 포기하는 것이다.
현상은 2안을 밀었는데 협상이 안 되어서 좌초한 거다. 1안은 최근에 찬과 몽이 노골적인 정치발언을 많이 해서 상당히 눈길을 끌기도 했으나 도무지 유권자 반응이 없어서 사실상 실패다.
2안은 보시다시피 면전에서 보기좋게 거절되었고, 지금 3안으로 가는 흐름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 경우 의원들이 이탈한다. 의원이 이탈하면 세력이 붕괴된다.
세력이 붕괴되면 위신이 추락한다. 위신의 추락은 유별난 마초공화국인 한국에서 여성정치인의 약점을 정면으로 찔리는 것이다. 공천권 획득실패, 친박분열, 박근혜 고립, 위신추락의 예정된 코스.
박은 김영삼식 승부수를 띄워 한나라당을 지금 접수해야 산다. 심복 부하들의 하극상으로 인한 위신추락이 어떤 참담한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지 박근혜는 아마 모를 것이다. 그게 주로 마초들의 이심전심이라.
박에게는 김영삼식 얍삽한 정치감각이 없다. 사람 한 방에 보내는 거 쉽다. 하극상이면 바로 간다. 자기 식구도 못 거느리고 하극상 당하는 좁은 속아지에 대권이 가당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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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고...
섬기질. 옆 사람 잘되는걸 못보는 속좁은 기질은 극복되어야합니다.
평등하게, 잘되는걸, 도와주는, 그런 분위기,
그게 되어야, 사람이 삽니다.
환경도, 경제도, 내리막이 있지만, 사람은 살려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