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read 2574 vote 0 2003.02.17 (14:13:54)

극한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예컨대 어느 엉터리 발명가가 무한동력장치를 발명해서 특허청에 발명특허의 등록을 요구해 왔다면 그 발명이 엉터리라는 점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문제는 발명가들이 순순히 납득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요즘도 일년에 약 40여건의 무한동력장치 발명특허신청이 있다고 한다. 물론 특허를 획득하는 경우는 없다.

이때 그 발명이 엉터리라는 것을 쉽게 증명하는 방법은 극한테스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만약 그 발명품이 열개의 톱니바퀴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 톱니바퀴의 숫자를 하나로 줄이는 것이다. 이때 최소화와 최대화 양쪽으로 테스트를 할 수 있는데 보통 특정한 숫자로 이루어진 것을 최소화시키거나 최대화시켜보면 그것이 가짜임이 드러난다.

인터넷의 의미 중 가장 중요한 개념은 극한개념이다. 그 극한은 자원의 극한이다. 인터넷 이전의 모든 시스템에는 결정적으로 특정한 하나가 빠져 있었다. 그 하나를 인터넷이 찾아준 것이다. 그 하나가 무엇인가 하면 자원의 무제한적인 공급이다. 자원의 무제한 공급이 있어야만 시스템의 완성이 이루어진다. 곧 극한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요는 계인데 계는 하나의 동그라미다. 민족이나 국가나 사회나 그 어떤 것이나 간에 집단이 움직일 때는 무리지어 이동하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병목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 몇명 단위로 이동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예컨대 100만명의 집단이 길을 가다가 강을 만나게 되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1. 100만 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거대한 배가 만들어질 때 까지 기다린다.
2. 각자 자기 배를 타고 건너갈 넘은 우선 건너가게 한다.

이런 문제이다. 인터넷의 의미는 그 배를 한 사람의 설계도에 따라 획일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100만명이 각자 알아서 배를 만들되 100명이든 1000명이든 각자가 알아서 하도록 다양한 팀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 동원되는 팀의 숫자는 무제한이다.

자 어느 쪽이 효율적일까? 100만명이 힘을 합쳐 단 하나의 배를 만드는 경우와 각자 알아서 적당히 배를 만들되 협력할 사람은 협력하고 그냥 혼자갈 사람은 혼자가고 제멋대로 할 경우이다. 언뜻 보면 100만명이 힘을 합쳐서 거대한 하나의 배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비효율적이다.

왜냐? 단 한 사람이라도 먼저 강을 건너야만 먼저 강을 건넌 사람이 강 저쪽에서 이쪽으로 다리를 만들어 올 수 있는 것이다. 양쪽에서 다리를 연결하면 훨씬 더 빨리 100만명이 건널 수 있다. 즉 비효율적으로 가는 것이 알고보니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원리는 증권시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증권시장은 투기와 협잡 등으로 엉망징창이지만 사실 이렇게 투기와 협잡이 있어야만 예방주사가 되어서 더 강해진다. 어떤 천재나 슈퍼컴퓨터가 계산하여 단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 보다는, 여러 벤처에 분산투자해서 확률적으로 성공하는 하나를 건지고, 그 하나가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것이 더 빠르게 답을 찾는 것이 길이다. 왜?

이것이 왜 이렇게 되는가 하면 실은 자원의 여유 때문입니다. 즉 자원이 한정되어 있을 때는 그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쪽이 이기지만, 자원이 무제한일 때는 더 낭비적인 쪽이 결과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된다.

만약 여러분에게 무제한으로 많은 자본이 있다고 치자. 단 하나의 회사에 그 무제한으로 많은 자본을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무제한으로 많은 회사를 설립할 것인가이다. 어차피 자본이 무제한이면 회사의 숫자도 무제한으로 많이 설립하는 것이 낫다. 대부분은 망하겠지만 그 무제한으로 많은 회사 중 단 하나라도 살아남으면 그 하나의 회사가 나머지 전부를 먹여살린다는 점이 중요하다. 왜?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그 살아남은 하나의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 또한 무제한인 것이다.

이것이 인터넷의 원리다. 경우의 수를 무제한으로 확대하여 무제한의 경쟁을 벌이고 살아남는 하나가 무제한적으로 많은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제한도 없다. 문제는 우주와 생명의 원리가 역시 이와 같다는 것이다.


예컨대 세균이 몸 속에 침투해 왔을 때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바이러스의 정보를 해독하여 적절한 대책을 세워서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식으로 구조적이고 효율적인 방위시스템을 갖춘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정반대이다.

인체는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일단 무제한의 효소를 투입한다. 극한테스트와 같은 원리다. 인해전술과 같은 물량작전이다. 그러면 우연히 특정 효소 하나가 그 바이러스에 반응한다. 이건 순전히 확률이다. 운이 나쁘면 그 특정 효소가 발견이 안될 수도 있다. 건강하지 못한 환자가 바이러스에 약한 것은 이 때문이다.

어쨌거나 우연히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하나의 효소를 특정하여 무제한으로 복제한다. 효소를 무제한으로 생산하여 무제한으로 투입한다. 이렇게 우연과 확률이 무제한의 지원을 받아 사전에 완벽하게 설계된 구조를 이기는 것이다.

여기서 극한 개념이 중요하다. 우주의 기본원리가 알고보면 극한의 원리이다. 즉 완벽한 대책, 완벽한 설계, 완벽한 구조가 아니라 반대로 무제한의 물량공급, 무제한의 빠른 검색, 무제한의 빠른 속도, 무제한의 반복실험, 이렇게 무제한의 물량 퍼붓기로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외적으로는 아주 완벽하게 설계된 기계처럼 보여진다.

인터넷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무제한이다. 극한이다. 이것은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사고를 규율한 기본적인 개념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공급하느냐였다. 그러나 우주는 기본적으로 무제한적인 자원공급의 전제하에 만들어져 있다.

예컨대 인류가 마침내 무공해의 핵융합장치를 개발해서, 무제한의 자원을 확보하고, 우주에 기지를 건설하여 무제한의 영토를 획득하고, 무제한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무제한으로 인구가 많다면 이 세상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까?

인터넷은 바로 그러한 가상사회인 것이다. 모든 것이 무제한이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터넷 이용자 숫자는 한정되어 있고 인터넷으로의 정보이동도 분명히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와 가까운 모델임은 분명하다. 필요한 것은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어떤 발상을 하든 인터넷시대에는 기본적으로 무제한의 속도, 무제한의 물량공급이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사회도 이렇게 간다. 정보의 무한정한 공유, 무제한의 물량 퍼붓기, 우연과 확률, 특정한 하나의 무한복제시스템, 대량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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