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과학기술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도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는 있다. 자동차엔진의 작동원리를 모르는 사람도 자동차를 운전할 수는 있다. 필자의 구조론은 난해하고 복잡한 이론이다. 구조론은 '복잡성' 그 자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과 마찬가지로 구조론은 구조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다.

구조론은 난해하다. 그러나 배우기가 어려울 뿐 활용하기는 쉽다. 그러므로 구조론의 심오한 원리를 몰라도 '구조론적 사고방식'은 익혀둘 필요가 있다. 구조론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다방면으로 쓸모있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구조론을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운전자가 가솔린엔진의 작동원리을 다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운전은 요령이다. 구조론은 복잡하지만 거기서 몇가지 간단한 요령을 추출할 수 있다. 구조론이 제시하는 바 몇가지 요령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실생활에서의 많은 효용가치를 얻을 수 있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구조론의 내밀한 작동원리가 아니라 그 활용에 대한 것이다. 과학이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우리의 실생활에 과학기술이 활용괴고 있듯이, 우리의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면에 구조론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수학자는 우리가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복잡한 계산을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학을 그저 구멍가게에서 과일 몇 개 사고파는데 잘도 사용한다. 수학자가 수학원리를 잘 이해하여 별자리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내는데 성공하므로서 얻는 이익은 적다. 그러나 우리는 그 난해한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실제로는 수학원리를 적용하여 물건을 매매하고 셈을 치르는데 유용하게 사용하므로서 얻는 이익은 크다.

구조론의 활용은 한마디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일이 존재하는 모든 영역에 구조론이 활용될 수 있다. 구조론은 먼저 해야할 일과 나중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구조론은 최적화를 지향한다. 구조론의 활용은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구조론은 모든 가치창조에 있어서 최단거리, 최고효율, 최적화의 지름길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구조론이 그 자체로서 인간의 일을 대신하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조론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도 되는 일을 구분해준다. 구조론은 먼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알려주므로서 원초적으로 일거리를 크게 줄여놓고 시작한다.

예를 든다면 모든 기기장치의 고장은 반드시 힘의 전달부분, 곧 운동부분에서만 일어난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절대로 고장나지 아니한다. 이런 원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잘 모르는 기계라도 쉽게 고쳐낼 수 있다. 이것은 구조론의 적용 예다.

일들은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다. 일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관되어 있다. 복잡하게 엉킨 실을 풀려면 먼저 실마리(머리)와 실꼬리를 찾아야 한다. 실마리를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구조론을 이런 식으로 일단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므로서 단계적인 접근을 통하여 해야할 일의 범위를 극도로 압축하는데 성공한다.

아무리 복잡한 것도 실은 단순한 것의 중복에 불과하다. 중복을 제거하면 단순화된다. 이에 구조론이 기능한다. '구조론적 사고방식'은 어떤 일이든지 반드시 일의 우선순위가 존재하며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문제해결의 최단거리를 찾아놓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문제에의 접근방법을 알려주므로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인다.

구조론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최단거리를 알려주므로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이고, 시행착오를 예방하며 성공사례를 활용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구조론과 전쟁]
칼을 사용하는 군대과, 총을 사용하는 군대가 전쟁을 벌인다면 당연히 총을 사용하는 군대가 승리한다. 양쪽이 다 총을 사용하고 있다면 편제가 잘 갖추어진 군대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군대에 승리한다. 양쪽 다 편제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이 뛰어난 즉, 훈련된 군대가 훈련되지 않은 군대에 승리한다. 양쪽 다 잘 훈련되어 있다면, 빠르게 이동하는 군대가 느리게 이동하는 군대에 승리한다. 양쪽 다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면 병사의 숫자가 많은 군대가 병사의 수가 적은 군대에 승리한다.

구조론이 유의미한 것은, 여기서 경쟁의 요소 다섯가지를 정확하게 추출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요소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가지가 있다. 그 이외에는 없다. 중요한 점은 이 다섯가지 외에 다른 경쟁요소가 절대로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떤 문제에 임하여 이 외에 다른 경쟁요소가 혹 있는지 검토하는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이 만약 지갑이나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면 그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분은 대부분의 시간을 전혀 가능성이 없는 장소를 뒤지는데 허비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미 확인해 본 장소를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해 보는데 시간을 낭비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해결에 있어서 기억되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원칙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쪽은, 전혀 조사해볼 필요도 없으므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너무나 많이 경험해왔듯이, 실제의 문제해결과 전혀 무관한 부분에서 혹시 모르니까 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해 왔던 것이다.

구조론이 여러분의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아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조론은 분명히 응답한다. '질>입자>힘>운동>량' 이 다섯가지 경쟁요소 외에는 전혀 검토해 볼 필요조차도 없다고. 답은 언제나 이 안에 있다. 여러분은 이 다섯가지 순서를 기억하고 순서가 가장 앞서는 1번의 '질'에서 입자>힘>운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을 검토하는 단계적 접근의 방법으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다시 전쟁의 법칙으로 돌아가 보자. 'A'와 'B'두 군대가 있다면 위 다섯가지 경쟁요소 다섯가지 중, A는 어느 쪽이 낫고, B는 어느쪽이 더 낫다고 전력을 비교할 수 있다. A부대는 훈련상태가 좋고, B부대는 병력 숫자가 많다는 식으로 우리는 전력을 비교하곤 한다. 구조론은 이러한 복잡한 전력의 비교를 필요없게 한다.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병력이나 훈련상태는 본질이 아니다.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실제 전투에 있어서 병사의 훈련정도나, 지휘관의 능력이나, 병사의 숫자나, 군대의 사기나 이런 따위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결판은 '질'에서 일어난다. 무조건 '군대의 질'이 나은 쪽이 이긴다. 아무리 잘 훈련된 부대라도, 칼로는 총을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용맹한 군대라도 보병으로 공군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전력의 여러 요소중 대부분은 하등의 논할 필요조차도 없는 것들이다.

다른 부분은 전혀 비교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단 한가지 요소만 가지고 사태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 구조론이다. 나폴레옹의 신출귀몰한 전략도, 징기스칸의 용맹도 필요가 없다. 몽둥이로는 칼을 이길 수 없고, 칼로는 총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사태는 대단히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실은 '질의 요소' 하나만 유의미하고 나머지는 무의미한 것이다. 군대의 질은 곧 총이냐, 칼이냐, 몽둥이냐다. 여기서 승부가 사실상 결정되는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노무현과 이회창의 대결에 있어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실제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승부는 최상위의 요소, 단 한가지에서 결정되며 그 한가지가 무엇이냐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모든 부분들은 이 최상위의 가치 곧 '질'이 동일할 때만 한정해서 조건부로 유의미하다. 양쪽이 다 '총'을 사용할 때는 편제를 잘 갖추어 질서정연하게 진을 친 부대가 무조건 승리한다. 다른 부분은 역시 전혀 따져볼 필요가 없다. 아무리 개인기가 뛰어난 병사라도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어서는 결코 적을 물리칠 수 없다.

군대의 편제는 곧 '입자'에 해당한다. 질>입자>힘>운동>량의 순서에서 '입자' 다음은 '힘'이다. 양쪽이 다 편제를 잘 갖추었을 때, 비로소 병사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이때는 훈련된 군대가 훈련되지 않은 군대를 무조건 이긴다.

그 다음은 운동이다. 운동은 이동의 속도이다. 양쪽 다 잘 훈련되어 있다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쪽이 무조건 승리한다. 그 다음은 양이다. 양쪽 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면 숫자가 많은 쪽이 무조건 이긴다.

이런 식이다. 아무리 복잡한 구조라도 실제로는 단 한가지 경쟁요소만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상위의 가치와 하위의 가치가 있다. 하위개념은 상위개념에 종속된다. 고로 상위의 가치에서 쌍방이 차이가 날 때 하위의 가치는 논할 필요조차도 없다. 상위의 가치가 대등할 때 한해서 조건부로, 비로소 하위의 가치가 판단된다.

무엇을 판단할 것인가를 먼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구조론이다. 굉장히 많은 판단요소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언제나 그렇듯이 단 한가지 본질적인 경쟁요소만 문제가 된다. 전쟁에 있어서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는 언제나 단 한가지다. 그 한가지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구조론과 축구시합]
위 경쟁요소 다섯가지 곧 질>입자>힘>운동>량을 축구경기에 비유해 보자. 질은 히딩크가 강조하는 체력이다. 입자는 조직력이다. 힘은 개인기다. 운동은 스피드다. 량은 정신력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스피드와 정신력을 중요시해 왔다. 그러나 스피드와 정신력은 제 4위와 제 5위의 경쟁요소이다.

스피드나 정신력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실력이 비슷하다면 정신력이 앞선 팀이 승리한다. 그러나 원초적으로 실력차가 나는데 정신력이 무슨 소용일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입자>힘>운동>량의 다섯가지 경쟁요소 이외에는 경쟁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즉 체력>조직력>개인기>스피드>정신력 외에는 전혀 다른 경쟁요소가 없으므로 다른 뭔가가 혹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다니는데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어떤 문제해결에 있어서 경험자와 초보자의 차이는 여기서 난다. 경험자는 충분한 경험을 통해서 어디에 고장이 나는지 잘 알고 있다. 고로 고장이 나는 기기장치의 운동부분만 조사한다. 그러나 초심자는 전혀 고장이 날 가능성이 없는 곳을, 혹시 모르므로 조사하는데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문제해결에 있어서 우리는 흔히 신출귀몰한 지혜와 술책에 현혹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런 묘방은 소설에서나 유의미할 뿐 실전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1회용으로는 유의미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한번 써먹은 전술은 반드시 노출된다. 한번 속지 두 번 속을까? 본질에서 강해야 한다. 본질은 질이다. 축구에서 질은 체력이다. 세계적인 유명선수 치고 비실비실한 몸집을 가진 선수는 없다.

마라도나나, 지단이나, 나카타나, 올리사베데나, 펠레나 간에 우선 체격과 체력에서 타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들의 굵은 다리와 두꺼운 가슴을 먼저 발견해야 한다. 물론 조직력이나 개인기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원초적으로 체력이 뒷받침 되고서야 유의미한 것이다.

야구라면 베이브 루스의 거대한 몸통, 권투라면 마이크 타이슨의 단단한 근육, 씨름이라면 이만기선수의 국내선수 중 최고인 종아리 굵기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물론 기술도 조직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체력이 뒷받침 되고 난 다음에 유의미하다. 중요한건 우선순위다. 먼저 살필 것과 나중 살필 것을 결정해야 한다. 체력이 먼저이다.


[구조론과 기업활동]
기업이 상품을 생산한다면, 다섯가지 경쟁요소인 질>입자>힘>운동>량의 요소들 중 첫 번째의 경쟁요소가 되는 '질'은 상품의 '소재'가 된다. 즉 그 상품이 쇠냐, 나무냐, 플라스틱이냐, 반도체냐, 고무냐, 종이냐, 시멘트냐에서 그 기업의, 그 상품의 경쟁력이 원초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나무자동차나 플라스틱자동차가 쇠자동차를 이길 수는 업다.(동독에서 만든 트레비는 플라스틱 자동차이다) 이건 질의 차이다. 질이 동일할 때는 입자가 중요하다. 입자는 여기서 기능에 해당한다. 기능은 그 자동차에 자동변속기가 장착되어 있느냐 혹은 에어백이 장착되어 있느냐이다. 이 기능이 동일할 때는 성능이 중요하다. 성능이 동일할 때 효능 곧 가격이 중요하다. 효능이 동일할 때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여기서 경쟁요소는 '질>입자>힘>운동>량'에 따라 각각 '소재>기능>성능>효능>미감(디자인)'의 다섯가지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경쟁이 벌어지는 부분은 이 다섯가지 뿐이다. 컴퓨터이든 자동차이든 청바지이든 삼각김밥이든 경쟁의 요소는 절대적으로 이 다섯가지 뿐이다. 그러므로 이 다섯가지만 단계적으로 검토하면 이 상품이 경쟁력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이 다섯가지 외에 다른 뭔가가 혹 있는지 검토할 필요는 없다. 시간낭비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나무자동차를 만들어놓고는,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해도, 아무리 싼 가격을 제시해도, 절대로 팔리지 않는다. 구조론이 유의미한 것은 판단해야할 대상을 지극히 줄여놓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복잡한 상황에서도 그 순간에 판단해야할 대상은 늘 한가지 뿐이다. 구조론은 그 한가지를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구조론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언제나 판단내용은 총 다섯가지가 있다. 그 다섯가지 중, 실제로 경쟁이 벌어지는 부분은 늘 한가지이다. 먼저 이 다섯가지로 판단대상을 줄여놓고, 다음 순서대로 그 한가지에 집중한다. 그러면 지금 이 상황에서 당장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그 다섯가지는 상품이라면 '소재', '기능', '성능', '효능', '미감'이요 물질이라면 '질', '입자', '힘', '운동', '량'이요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배경', '실체', '연관', '이행', '귀결'이다. 이들은 표현이 다를 뿐 내용에서 동일하다.

여기에 우선순위가 있다. 이 순서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소재', '기능', '성능', '효능', '미감'의 다섯가지 중, 순서가 앞서는 부분부터 차례로 경쟁이 일어난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미처 발명되지 않았는데, 플라스틱으로된 장난감이나 기계장치가 발명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다섯가지 중 지금 이 상황에 맞는 한가지를 골라낼 수 있다. 그 방법은 단계적 검토이다. 맨 먼저 '질'을 논해야 한다. 질이 동일할 때 '입자'를 논한다. 입자가 동일할 때 '힘'을 논한다. 힘이 동일할 때 '운동'을 논한다. 운동이 동일할 때 '양'을 논한다.

그러므로 실제로 현장에서 판단해야할 대상은 늘 한가지 문제로 압축된다. 원초적으로 질이 뒤지는데 기능이나 성능의 우위를 자랑해봤자 그 상품은 절대로 팔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질에서 뒤진다면 모든 역량을 기울여 오직 질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며, 다른 부분은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

컴퓨터라면 초기에는 소재가 중요했다. 기어식이냐 진공관이냐 반도체이냐다. 기어식컴퓨터와 진공관식 컴퓨터는 사망하였다. 텔레비젼도 초기에는 기계식이냐 전자식이냐가 경쟁하고 있었다. 지금 시중에 팔리는 것은 물론 전자식 텔레비젼이다.

소재가 결정된 후 기능이 결정된다. 컴퓨터로 무엇을 할것인가이다. 전자계산을 할 것인가 인터넷을 할 것인가 그래픽을 할 것인가 게임을 할 것인가이다. 매킨토시는 그래픽에 주목했고 IBM은 게임과 워드에 주목했다. 기능경쟁에서 매킨토시가 밀려버렸다. IBM의 기능이 더 다양했기 때문이다.

기능이 결정되면 이때부터 성능이 결정된다. 성능은 고장이 나는가 속도가 빠른가이다. 이 과정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컴퓨터를 싼 가격으로 제공해도 절대로 팔리지 않는다. 중국에 싸구려 냉장고를 판매하려다 실패한 대우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지금 시장이 무엇을 경쟁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질>입자>힘>운동>량의 5단계에서 지음 시장이 3단계인 힘, 곧 성능에서 경쟁이 치열한데 홀로 가격 곧 운동을 내세워서는 반드시 실패한다. 그러나 성능경쟁이 일정한 한계에 달하여 모든 컴퓨터의 성능이 비슷해져버리고 난 다음에는 가격경쟁이 일어난다. 이 부분에 정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성능이냐 가격이냐는 흔히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격 다음은 디자인이다. 자동차의 역사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1930년대에도 요즘 나오는 최신형 스포츠카와 같은 뛰어난 디자인의 자동차가 이미 판매되고 있었다. 물론 시장에서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포드자동차는 디자인이 후진데도 불구하고 무지하게 팔려나갔다. 왜?

시장이 아직은 디자인경쟁에 이르도록 발전하지 않은 것이다. 시장은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1930년대는 성능과 가격에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단계였기 때문에 디자인이 무의미했던 것이다. 반대로 요즘은 디자인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성능이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은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소재경쟁은 단번에 끝난다. 기능경쟁은 제법 오래가고, 성능경쟁은 더 오래간다. 가장 오랜 기간 동안의 경쟁은 가격에서 일어난다. 디자인경쟁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이미 시장이 포화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예고가 된다. 최근 컴퓨터에서 디자인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는 컴퓨터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근접하고 있다는 징후가 된다.

[구조론과 건축]
집을 짓는다면 우선순위 1번은 역시 '질'이다. 질은 '소재'이다. 소재는 '나무'', '돌'이냐, '쇠'냐이다. 나무집인가, 흙집인가, 돌집인가, 시멘트집인가, 강철집인가, 비닐하우스인가를 원초적으로 결정한다. 이 '질'을 맨 먼저 판단해야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질을 '나무'로 선택하고 목조가옥을 짓기로 결정했다면, 다음은 입자를 결정해야 한다. 입자는 1층집이냐 2층집이냐이다. 흙집으로는 2층을 지을 수 없고, 나무집으로는 3층을 지을 수 없다. 즉 질이 입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10층집을 짓기로 결정해놓고, 다음 흙집을 짓기로 결정했다면 일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된 경우이다.

이렇게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서는 건축이 불가능이다. 10층짜리 흙집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항상 질을 먼저 결정하고, 다른 사항들은 거기에 연동시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질의 판단이 첫 번째임을 명심하라. 이 원칙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한참 가다가 "이산이 아닌게벼"하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2층집을 짓기로 입자를 결정했다면 그 다음은 힘을 결정해야 한다. 힘은 집을 떠받히는 기둥이다. 기둥의 숫자와 크기와 위치를 결정한 다음에 운동을 결정해야 한다. 운동은 출입구와 복도와 계단의 위치들이다. 맨 마지막으로 량은 인테리어다. 이 순서대로 결정해야 하며 후순위의 결정은 선순위의 결정에 연동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언제나 매 상황에서 결정할 것은 단 한가지 뿐이다. 앞의 단계를 결정하기 전에 뒤의 단계를 결정해서 안되기 때문이다. 그 앞의 단계가 뒤를 제한하여 경우의 수를 극도로 줄여놓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흙집을 짓기로 결정했다면 이미 1층집을 짓기로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10층을 지을까 20층을 지을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한옥이나 흙집이나, 비닐하우스에는 벽난로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다. 구조론은 이런 식으로 결정해야 될 사항의 수를 원초적으로 줄여놓는다.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점은, 어떤 경우에도 질을 반죽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즉 나무집과 시멘트집을 반반씩 섞어서는, 최악의 건축이 되고 마는 것이다. 1층은 나무로 지었는데 2층은 돌로 짓는다든가 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다.

흔히 아마추어 발명가들이 잘 빠지는 오류는, 서로 질이 상이한 두가지를 뒤섞어보면 어떨까 하는 유혹에 빠진다는 점이다. 디자인이라면 주제가 중요하다. 디자인 주제는 한가지로 통일되어야 한다. 이것저것 잡탕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구조론이 알려주는 것들 중, 중요한 한가지는 어떤 단계를 뛰어넘는 일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쇠와 쇠를 연결하는 데는 볼트와 너트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쇠와 나무를 연결하기는 매우 어렵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기는 쉽다. 유능한 목수들은 어떤 경우에도 나무와 나무를 이어서 훌륭한 건축에 성공하곤 한다. 그러나 나무와 시멘트를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구조론으로 설명하자면 한 단계를 뛰어넘는데는 반드시 5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는 법칙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즉 나무와 쇠를 연결하려면 나무와 쇠 둘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실은 나무와 쇠 외에 플러스 알파로서의 제 3의 요소가 보충되어야 하고, 그 플러스 알파를 동원하는 또다른 뭔가가 있어야 하는 식으로 일이 점점 확대된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실생활에서 이를 경험한 적이 무수히 있을 것이다. 어떤 한가지 기능을 더 추가하려고 했는데, 실제로는 잘 되지 않아서 예상보다 일거리가 훨씬 더 늘어나버린 경우이다. 이는 산길을 가는데 지름길로 빠지려고 하다가 도리어 길을 잃고 헤매어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질이 다른 이질적인 두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면 그 구성요소는 겉으로는 2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5다. 3은 내부에 숨어있다. 그러므로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겉으로 쉬워보이는데 실제로는 매우 어렵다.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만약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고 판단되었다면 실제로는 5단계를 더 거쳐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역시 구조론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힘의 전달은 주는 쪽과 받는 쪽이, 항상 동일한 값을 지녀야 한다. 주는 쪽이 100이고 받는 쪽이 50이라면 실제로는 50밖에 기능하지 않는다. 이때 나머지 50은 실제로는 전혀 기능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나머지 50도 기능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리어 방해가 될 뿐이다. 극도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낭비가 우리의 눈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로가 있다. 종로1가에서 3가까지는 4차선이다. 종로3가에서 동대문까지는 2차선이다. 4차선 도로가 중간에서 2차선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때 도로는 실제로는 2차선의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착각한다. 중간까지는 그래도 4차선이므로 그만큼 이익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실제로는 오히려 2차선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4차선도로를 너무 빨리 달려온 차량들이 2차선으로 좁아지는 부분에서 병목현상을 일으켜 심각한 정체를 빚고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전 구간을 2차선으로 해두는 것이 오히려 더 원할한 교통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유럽의 전통있는 소도시들이 길이 2차선으로 좁은데도 불구하고 소통이 원할한데 비해, 한국의 시원시원하게 뻗은 4차선도로가 곳곳에서 막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길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면 좁은 것만 못하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구조론은 이런식의 비효율과 비능률을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원인에서 정확하게 설명해낼 수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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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글은 2003-01-17 2980
32 구조론을 단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2002-12-03 2871
31 구조론으로 본 인터넷업계의 발전단계 2002-10-02 3141
30 공룡이 멸종한 이유 - 구조론의 관점에서 김동렬 2002-09-10 4933
29 20 대 80의 법칙과 구조론 김동렬 2002-09-10 3715
28 구조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2-09-10 3922
27 열역학 제1, 제2법칙에 대한 이해 김동렬 2002-09-10 3607
26 복잡성의 과학 구조론 김동렬 2002-09-10 2928
» 구조론에 대한 간단한 이해 1 김동렬 2002-09-10 2944
24 2장 - 심층구조 김동렬 2002-09-09 3225
23 3장 - 자기복제 김동렬 2002-09-09 3242
22 4장 - 학문 김동렬 2002-09-09 2828
21 5장 - 학문의 집적도별 분류 김동렬 2002-09-09 3763
20 6장 - 사상 김동렬 2002-09-09 2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