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문제에 뛰어들어서 한 달 간 아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김동렬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구조론은 곧 '관점'이다" 라고 거의 스포일러를 공개하듯 아예 못을 박고 시작하시는 이번 강의.
서론 본론 결론의 순서가 아니라, 초반부터 결론을 쾅 못 박고서 시작하시는 이유는
이번 강의 내용 자체가 "결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론 즉 기승전결의 기가 전부"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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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사건이 의사결정 과정을 유도해내며,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팀플레이(상호작용)를 해야 하고
팀플레이가 진보를 불러온다는 것.
이 구조론의 프로세스도 이번 강의를 통해서 한 번 더 복습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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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에서 [기]만이 객관적으로 살아있는 단계이고,
[승전결]은 모두 주관적이고 닫힌 혹은 죽어 있는 것.
이란 선생님의 해설이 저에게는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고 신선하고 충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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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에게 고수가 필요한 것도 당연한 것이지만,
뒤집으면 고수에게도 하수가 필수라는 해설도 절 휘청이게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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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살아있는 것이지만
공간은 죽어있는 것.
이 오묘한 말씀도 게시판에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해가 잘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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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을
나무가 자라나고 열매를 맺는 과정에 빗대어 보면 이해가 더욱 쉬울 듯 합니다.
기: 나무 종자일 것입니다. 종자를 땅에 심는 작업.
좋은 종자도 필요하고,
비옥하고 양지바른 땅을 잘 고르는 안목도 필수겠지만,
무엇보다 종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 일 테니까요.
승: 종자가 잎사귀를 틔우고 키도 무럭무럭 자라는 단계.
전: 열매를 맺는 단계.
결: 농부가 열매를 모두 수확해간 이후의 단계.
기 단계에서 종자는 아직 공간에 얽매여있지 않는군요.
하지만 기 이후의 단계에서는, 나무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습니다.
공간에 갇히게 되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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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저의 해석으로는,
승전결은 위치 (육하원칙 중 어디where 를 중요시 하는)의 세계인 것 같습니다. 수렵민의 세계죠.
호랑이가 어디있을까. 곰은 어디에 가면 잡을 수 있을까.
기는 어디, 를 중요시하기 보다는 '어떻게how' 그리고 '언제when'이 관거인 것 같습니다. 농경민의 세계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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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안 되고,
자동차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철학론'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시를 공부하는 저의 입장에서 특히 울림이 컸습니다.
시는 사물과의 상호작용에서 창작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서정시들이 사물에 시인의 마음을 투사하여 감정을 언어화합니다.
이 서정시들이 요즘 비판받고 있기도 합니다.
사물의 고유의 사물성을 시로 승화시키지 않는,
사물을 인간의 마음을 형상화하기 위한 재료 정도로 취급하는,
(예를 들면 연탄시인 안도현의 작품이 이 전형입니다.)
시의 서정성과
시인 vs 사물의 사물성
이 상호 작용에 대해서는 저도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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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렬 선생님, 유튜브 강의 이번에도 아주 잘 들었습니다.
계절로도 비유가 가능하군요!
계절이야말로 시간의 순환의 가장 확실한 표상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_ _)
에너지 - 돈이 생겼다.
사건 - 회사를 창업한다.(외부환경에 대응, 외부에서 강제되는 수가 있으므로)
의사결정 - 사무실 얻고 직원선발(거의 혼자 결정해야 함)
팀플레이 - 사장은 골프치러 다니고 직원들이 일을 다 함.
진보 - 돈을 벌고 신분상승함.
처음 에너지가 필요한건 너무나 당연하므로 누구나 이해할 것.
두번째가 사건인 이유는 내가 다 하는게 아니고 상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
누군가를 만나야 이야기가 되는데 그게 사건.
세번째 의사결정은 상대를 만난 다음에 하는 거.
네번째 팀플레이는 결정한 것을 집행하는 단계는 자기가 다 할 이유가 없음.
마지막 진보는 그러한 과정이 내게 플러스가 되어야 한다는 거.
기승전결은 봄여름가을겨울로도 볼 수 있죠.
한해농사는 봄의 파종단계에서 거의 결정됩니다.
야구로 말하면 봄은 스토브리그인데
류현진 영입 -> 올해농사 대성공
류현진 방출 -> 올해농사 대실패
그런데 봄의 파종이 비슷하다면 여름에 승부가 납니다.
여름의 가꾸기가 비슷하다면 가을에 승부가 납니다.
가을의 수확이 비슷하다면 겨울의 저장이 승부를 냅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여름, 가을, 겨울은 봄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때가봐야 안다는건 모르는 사람 생각이고 투표하기도 전에 이미 결론이 나와 있습니다.
봄은 에너지-스토브리그 때 류현진을 영입하였는가?
여름은 사건-시범경기에서 주전과 2군을 결정하였는가?
가을은 의사결정-페넌트레이스에서 가을야구로 올라갔는가?
늦가을은 팀플레이-최종적으로 우승했는가?
겨울은 진보 - 연봉이 올랐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