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사람들이 주성치 시리즈를 좋아하면서
성냥팔이 소녀를 비판하는 게 굉장히 이상합니다.
둘은 거의 같은 거잖아.
근데, 이말년시리즈와 주성치시리즈가 성공하는 이유가 있고
성냥팔이 소녀가 망한 이유가 있습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일단 이야기가 너무 어려워.
이런 류의 풍자 영화는 이야기가 쉬워야 하는데
성냥팔이 소녀는 너무 많은 걸 넣은 것.
SF 한스푼, 판타지 한스푼, 호접지몽 철학 한스푼, 코미디 한스푼, 병맛 한스푼, 게임 한스푼, 아 시발 한스푼.
반면 주성치와 이말년의 시리즈는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매우 아주 쉽습니다.
쉬운 이유는 풍자영화이기 때문. 관객들이 이미 원작을 알고 있다는 거.
이게 딱 병맛 영화의 시작점입니다.
병맛영화는 알고있지만 그것을 재해석하는 겁니다.
근데, 모든 이야기는 재해석이 있냐 없냐에 의해
이야기성이 성립하냐 아니냐로 갈립니다.
이야기가 성립하려면
1. 그게 뭔지 알고 있다
2. 근데 그걸 다르게 볼 수 있지롱
즉, 모든 이야기는 재해석을 근간하며
그것은 곧 구조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구조는 없던 게 생기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어떤 것이 새로운 맥락에 의해
재해석되고 재정렬되는 순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최민식과 같은 명배우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도 비슷합니다.
새로운 작품이 나와도 관객은 전작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입체적 캐릭터로 해석하게 됩니다.
배우들은 기존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툴툴거리지만
역으로 그걸 잘 이용하면 입체적 캐릭터가 될 수도 있는 거죠.
사람들은 클리셰를 싫어하지만
아는 사람은 클리셰를 재해석하면
그곳에 새로움의 발판이 있다는 걸 압니다.
어차피 모든 것은 재해석에 의하기 때문에.
장선우는 영화 찍을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일단 시나리오 쓰는 능력이 안 되는 사람입니다.
결정적으로 컴맹이라서 가상현실을 이해할 능력이 안 됩니다.
자기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되는데 그것도 못하는 답이 없는 자.
사실은 리얼의 예고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