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263 vote 0 2024.10.16 (16:33:58)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한다고 믿지만 틀렸다. 사실은 언어가 생각하는 것이다. 언어가 생각한다는 믿음은 틀렸다. 언어는 사건을 반영한다. 사실은 사건이 생각하는 것이다. 사건 속에는 권력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사실은 권력이 생각하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한 이유는 권력의 흐름이라는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거기서 탈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권력에 잡아먹힌다. 외부에서 부는 바람에 휩쓸리고 내부에서 조여오는 초조함에 쫓긴다.


    늑대 무리에게 쫓기는 사슴은 직진만 계속하다가 잡아먹힌다. 대장 늑대가 산모퉁이 반대편을 돌아와 길목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권력의 관성에 잡히면 하던 짓을 반복하며 루틴을 지키려고 할 뿐 방향전환을 못 한다. 능동적 의사결정을 못 한다. 


    외부의 권력에 잡혔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 탈출할 수 있는데 내부의 권력에 잡혔다면 스스로 돕지 않으면 안 된다. 나르시시즘에 빠지면 탈출할 수 없다. 루틴에 중독되면 탈출할 수 없다. 자기 자신에게 잡아먹히면 탈출할 수 없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다.


    여럿이 하나처럼 행세하게 하는 것이 권력 메커니즘이다. 양이 열 마리 모여서 떼를 이루면 권력이 발생한다. 여럿이 모여서 이루어진 덩어리 형태를 깨지 않는 방향으로만 진행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뭉친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면 이긴다. 유리한 지점을 장악하려면 병사를 흩어야 한다. 흩어지면 권력이 깨진다. 인간은 권력의 파탄을 두려워한다. 흩어져 있으면서도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잘 훈련된 군대가 필요하다. 원팀을 이루고 팀플레이를 할 수 있다.


    연결을 유지하려면 묶어야 한다. 한신의 배수진은 보이는 지형으로 묶고 잔다르크의 종교적 열정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는다. 보이는 끈으로 묶으면 리스크가 따른다. 궁지에 몰리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는 것이 전략이다. 생각은 전략이다.


    건축가의 설계도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목수들이 자유롭게 일하지만 설계도가 정해주는 규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만 자유롭다. 연결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는 것이 전략이다. 엄마의 지켜보는 시선 안에서 아기는 자유롭다.


    무엇으로 묶을 것인가? 구조로 묶어야 한다. 지정학적 구조든,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든, 개인의 심리적 구조든 구조가 결정한다. 묶으면 관성이 성립하고 풀어서 관성을 이용한다. 먼저 묶고 나중 풀어야 한다. 묶이면 답답해진다. 보이지 않게 묶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067 토론, 참여, 질문교육의 환상 3 김동렬 2024-10-22 1367
7066 코르셋 전쟁 김동렬 2024-10-21 1617
7065 긍정사고와 부정사고 김동렬 2024-10-20 1620
7064 예수의 가르침 김동렬 2024-10-20 1760
7063 예술의 본질 6 김동렬 2024-10-18 2445
7062 한국정신과 일본정신 김동렬 2024-10-17 2432
7061 돈이 새끼를 치는 원리 1 김동렬 2024-10-17 2471
» 언어와 권력 김동렬 2024-10-16 2263
7059 내부지향의 사고 김동렬 2024-10-16 2174
7058 하루키와 한강 1 김동렬 2024-10-16 2618
7057 마광수와 서갑숙 2 김동렬 2024-10-16 2450
7056 오빠가 굥빠다 image 1 김동렬 2024-10-15 2736
7055 철학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4-10-15 2199
7054 문학은 전쟁이다 2 김동렬 2024-10-14 3041
7053 철학은 긍정이다 3 김동렬 2024-10-13 2591
7052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 1 김동렬 2024-10-12 2557
7051 채식주의자 1 김동렬 2024-10-11 3530
7050 홍명보 억까는 무리 김동렬 2024-10-11 2662
7049 한강이 노벨문학상 받은 이유 김동렬 2024-10-10 4337
7048 한글의 의미 김동렬 2024-10-10 2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