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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008 vote 0 2004.04.18 (19: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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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추는 노무현을 볼 날은 언제? 춤 추는 강금실, 출처는 개인홈피


레닌의 낙관론과 스탈린의 비관론

혁명전야다. 조직의 귀재 스탈린은 철저하게 비관론자였다. 허풍선이 레닌은 터무니 없는 낙관론자였다. 누가 옳았는가?
 
스탈린 입장에서 보자.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조직은 일망타진되어 죄다 시베리아로 끌려가 버렸는데, 안전한 외국에서 편하게 놀던 레닌이 돌연 귀국해서 때가 되었다며 선동을 일삼는다.
 
비관론자 미둥님이 보기에 서프 필진들은 선동가 레닌이다. 강철의 스탈린이 옳고 허풍선이 레닌이 틀렸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혁명이 성공한 것은 볼세비키가 강해서가 아니라 로마노프 왕조가 자멸했기 때문이다. 로마노프들은 최병렬, 홍사덕, 조순형, 추미애였던 것이다.
 
만약 로마노프왕조에 윤여준이 있었다면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로마노프왕조에 박근혜가 있었다면 레닌은 개망신을 당하고 쫓겨갔을 것이다. 스탈린이 옳고 레닌은 틀렸다고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옳다/그르다’는 논의는 의미없다. 레닌도 필요하고 스탈린도 필요하다. 선동가 낙관론자도 필요하고, 조직가 비관론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혁명의 시기에는 일단 낙관론자가 먹게되어 있다.
 
낙관론자 김일성은 무모한 싸움을 벌이다가 러시아로 쫓겨갔다. 비관론자 박헌영은 모진 탄압을 견뎌내며 지하에서 조직을 건설했다. 한 줌도 안되는 김일성의 무리는 대접을 받고, 박헌영의 막강한 조직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일견 모순처럼 보여진다. 레닌이 선동으로 모아온 부동표들은 언제 배신할지 알수 없다. 스탈린이 건설한 조직은 탄탄하다. 그러나 음지에서이다. 양지로 드러나지 못하는 스탈린의 조직은 의미없다.
 
역사의 필연이 있다. 혁명의 시기에는 일단 레닌이 먹는다. 그러나 혁명이 끝나고 나면 스탈린의 조직이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레닌의 시대는 짧았고 스탈린의 시대는 길었다.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 것.. 스탈린은 조직을 건설해서, 조직의 힘으로 혁명을 성사시킨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에 이런 예는 없다. 혁명은 혼돈 속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는 법이며, 대개 적들의 자살골로 하여 일어난다.
 
스탈린의 조직은 혁명에 소용되는 것이 아니라, 혁명 이후의 집권에 소용된다. 예컨대 이번 총선에서 전대협출신이 많이 들어간 것이 그러하다. 전대협이 혁명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조직이 지금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낙관론자도 필요하고 비관론자도 필요하다. 낙관론자는 전면에서 선동을 일삼고 비관론자는 배후에서 조직을 건설한다. 혁명의 시기에는 낙관론자가 밥값을 하고 혁명 이후의 시기에는 비관론자가 밥값을 한다.
 
실제로 스탈린과 레닌은 여러번 충돌했다. 좌파들이 좋아하는 이론으로 논하면 스탈린이 옳고 레닌이 틀렸다. 다만 로마노프왕조의 바보들이 자살골을 계속 넣어줘서.. 결과적으로 레닌이 지갑을 주운 것이다.
 
그렇다면 서프도 지갑을 주웠는가? 비관하여 민주당과 힘을 합쳐야 한다고 믿고 스탠딩이니, 시대소리니 했던 저쪽 논객들이 옳았는가? 좌파들 방식의 이론투쟁으로 논하면 스탈린이 옳고, 미둥님이 옳고, 시대소리가 옳다.
 
그러나 역사의 필연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역사는 기계론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확률론으로 간다. 서프는 기계처럼 딱딱 맞추어서 건설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자원을 끌여들여 무질서하지만, 되는 쪽의 확률을 높여왔다.
 
서프의 자원가용은 확률로만 말한다.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100프로의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결과적으로 일부는 되었고 일부는 안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역사의 방식이다.
 
비관론자도 필요하지만 비관을 늘어놓아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 아니라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조직을 못 만드는 것이 서프의 약점이고 조직을 만들 줄 아는 것이 노사모의 장점이다. 둘은 역할분담으로 가는 것이 맞다.
 
전략가는 전략 좋아하다가 망한다
필자가 전략이랍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이지 전략 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본질에서 이겨야 이기는 것이다. 서프 필진들이 남프로 옮겨갔다면 민주당을 더 확실하게 사망시켰을 것이다.
 
전략가가 빼어나 보이는 것은, 질 싸움에 뛰어들어 역전승을 이끌어내어서가 아니라 실은 이기는 편을 미리 알아보고, 원래부터 이기게 되어 있는 쪽에 가담하기 때문이다.
 
서프 필진들만 우리당에 올인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내노라 하는 책사들도 전부 우리당으로 건너왔다. 이강래, 천정배, 김한길, 이해찬들이다. 역술가 황태연, 참치 김경재는 책사도 못되는 사이코들이고.
 
서프 필진들이 잘한 거 없다. 다만 역사를 꿰뚫어 알므로 해서 이기는 쪽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윤여준도 마찬가지다. 윤여준이 잘한 것은 포지셔닝의 설정과 타이밍의 선택 두가지 뿐이다.
 
윤여준, 그는 나서지 말아야 할 때 나서지 않았다. 흉칙한 것들이 자살골 넣고 떨어져 나간 다음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서 해결사인 척 포즈만 취했다. 윤여준이야 말로 지갑 줏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윤여준은 최병렬, 홍사덕의 자살골을 막지 못했다. 물론 서프도 정동영, 문성근의 자살골을 막지 못했고, 박풍을 저지하지도 못했다.
 
어쩌면 서프는 군악대 비슷하다. 이기는 싸움에 나발을 불어서 더 큰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지는 싸움을 역전시킬 수는 없다. 그러므로 역사가 결정한다. 역사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윤여준, 그는 멱살잡이 싸움을 방관하다가, 싸움판 끝나면 바닥에 떨어진 동전이나 줏는 사람이다. 경계할 필요는 없다. 윤여준, 그는 역사의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끝내 성공할 수 없다.
 
역사를 믿고, 역사가 가는 방향으로 자신의 포지셔닝을 설정하고, 때를 기다리는 거 뿐이다.
 
거품도 나중을 위해서는 보약이 된다
2002년 국민경선 직후 노무현 지지율이 67프로 까지 올라갔다. 거품이다. 그러나 의미있는 거품이다. 100에서 67을 빼면 33이 나온다. 이 33이 한나라당의 마지노선이다.
 
한번이라도 노무현을 지지해 본 사람은, 설사 한나라당 찍었더라도 나중 언제든지 노무현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옮겨오지 않았지만 이는 유권자의 균형감각이 작용한 때문이다.
 
거대여당에 대한 견제심리 말이다. 이건 원래 야당 프리미엄이다. 행정수도가 여당 프리미엄이듯이 야당프리미엄도 일정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노무현은 67까지 가봤지만 이회창은 한번도 50을 넘겨본 일이 없다. 바로 그 차이였다. 서프의 낙관론은 그래서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가 이기고 있을 때는 거품이라도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려 놓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유익하다.
 
네티즌 자봉단의 성공과 실패
홍사덕은 잡았는데 이재오는 잡지 못했다. 개혁당세가 강한 곳은 네티즌들의 자봉이 성공했고, 개혁당세가 약한 곳은 보탬이 되지 못했다. 문제는 조직이다. 서프의 바람 만으로 부족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는 조직이 받쳐줘야 한다.
 
조직이란 것이 별거 아니다. 걍 얼굴 아는 것이 조직이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는 어색해서 같이 일 못한다. 술이라도 한잔 하고 얼굴이나마 익혀놓는 것이 나중에 크게 보탬이 된다.
 
게시판 글질만으로 부족하고 만나서 얼굴을 익혀놓아야 한다. 개혁당이 우리당에 흡수되므로 해서 우리가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서프가 우리당과 더 밀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조직의 생리 상 가능하지 않다. 인터넷당을 건설해서 우리당과 제휴하는 것이 맞다. 문성근, 명계남을 중심으로 선거때만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한시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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