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있었단다.
아무 것도 아니었겠지..
그 꽃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서 그 꽃과 나는 각별한 관계가 되었겠지..
그 각별함이 의미라고 하는 것이겠지..
의미..
보온상수라는 시인이 있었나 보다.
보온병일 수도 없는 아무 의미없는 그것을
상수가 이름을 불러 주었지..
보온병~
사랑해..
외로운 보온병은 상수의 품에 안겨 하나가 되었지..
포탄으로 거듭난 보온병은 상수의 각별한 의미가 되었지..
오래오래 서로 사랑하길 바래~
행복해야돼~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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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모욕하면 안된다.
꽃은 저만치 혼자 피어 있다.
진달래 꽃..
그대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대가 그 꽃을 사랑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꽃이 고개를 돌려 그대를 바라봤다는 것은 그대 착각이다.
꽃은 그대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이미 거기 있었다.
그대가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르나 저주의 욕을 퍼붓거나
꽃은 항상 저만치 그렇게 피어있다
저만치는 <이미>이고 그렇게 피어있는 것은 <존재>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대는 그 존재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
존재론과 인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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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은 존재를 건드릴 수 없다.
이건 외워야 한다.
그대가 사랑하든 미워하든
그대는 존재의 꽃을 건드릴 수 없다.
인식은 다른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인식이 존재를 어떻게 하지는 못한다.
내가 그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 꽃이 나에게로 와서 하나의 의미가 되었다?
천만에~
그대가 영향을 끼친 것은 그 꽃이 아니라
그대 옆에 있는 어떤 여인이다.
그대가 그렇게 이름을 불렀을 때..
그대 품에 안긴 것은 꽃의 존재가 아니라
또 다른 인식의 여인인 것이다.
인식은 존재를 건드릴 수 없다.
인식은 인식에게만 가닿는다.
그것이 인식론과 존재론이다.
아니, 인식과 존재의 관계다.
인식은 존재 때문에 존재하지만..
존재는 인식과 행불상수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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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존재론이다.
그래서 강은 굽이굽이 흘러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식은 무엇인가.
그 흐르는 강물을 찍은 사진이거나 혹은 동영상이다.
인식은 찍은 것이다.
강물은 그 인식의 카메라가 잘 찍었든 못 찍었든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굽이굽이 흐른다고 하는 것이다.
설사 굽이굽이 흐르는 동영상을 찍는다 해도
강물이 잠시 포즈를 취한다거나 연출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존재는 인식과는 전혀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은 존재가 냉정하다고 한다.
웃기는 소리다.
자동차 기름 게이지와 같다.
그대가 아무리 애를 써도 기름 게이지는 자꾸만 내려갈 뿐이다.
존재는 그대가 애를 쓰든 아니든..한방향으로 만 진행할 뿐이다.
존재에 화를 내면 안된다.
왜?
불경스러우니깐?
천만에..
존재는 그대가 불경하다하든 아니면 칭송을 하든..그냥 간다.
인식은 존재를 어쩌지 못한다.
인식은 인식에게만 영향를 줄 수 있을 뿐이다.
귀신은..
귀신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가짜는 가짜끼리 노는 것이다.
딴나라는 딴나라끼리 통하지 진짜 나라에서는 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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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그대는 꽃이다.
꽃은 존재다.
그대는 존재다.
누가 그대에게 "장미야~"라고 부른다면
그대는 고개를 돌려 그 부르는 소리를 바라 보겠지만..
그대는 장미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크다.
그대는 꽃이다. 그대는 존재다.
누가 그대를 "아들아" 하고 부른다면..
그대는 "네"라고 대답 하겠지만..그대는 그 실상을 안다.
그대가 아들이 아닌 것을 그대는 안다.
아들은 인식이지만..꽃은 존재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동시에..
꽃에게는 의미가 발생하지만..그건 찰나에 불과하다.
인식의 이름에 인식의 대답을 했을 뿐이다.
그 꽃의 진짜 이름은 부를 수도 없고 대답할 수도 없다.
존재는 부를 수도 없고 대답할 수도 없다.
인식만 서로 부르고 답할 뿐이다.
인식이 서로 부르고 답한다..고 말하지만..
만약 존재없이 인식끼리 서로 대화한다면 그건 귀신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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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저만치 피어있다.
인식으로 그 꽃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
존재로 그 꽃을 불러라.
강물의 그 깊은 언어로 굽이굽이 꽃을 불러라.
그대 역시 존재다.
존재가 존재에게 하는 방식으로
꽃을 불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