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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의 경우

원문기사 URL : https://news.v.daum.net/v/2020071905120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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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렬  2020.07.19

이런 예는 많습니다.

뻔뻔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해야할지 전략이 수립되지 않아서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잡아떼는 경우도 흔합니다.

소련에 포섭된 미국 부부간첩이 끝까지 잡아떼다가 사형된 일도 있지요.

소련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라고요? 천만에.

원자폭탄에 대한 정보를 소련에 넘겨 육이오 전쟁을 유발했다는 혐의입니다.

로젠버그 부부사건인데 이 부부간첩 때문에 소련이 핵개발을 했다는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장폴 사르트르알베르트 아인슈타인장 콕토파블로 피카소프리다 칼로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줄을 이어 이 재판이 잘못 되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교황 비오 12세까지 나서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로젠버그 부부의 사면을 부탁하기도 했다.


왜 부부는 끝까지 체제와 싸웠는가?

자신의 간첩협의는 확실하고 부인은 무죄인데 왜 그 점을 주장하지 않았나?

간첩은 맞지만 핵개발 정보는 독일 물리학자 클라우스 푹스가 넘겨주었는데 왜 본인이 덮어썼나?


여기서 딜레마는 작은 혐의를 인정하고 부인을 빼내거나 형을 감면받느니

매카시와 싸우는게 더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입니다.


진보당 사건으로 사법살인을 당한 

죽산 조봉암도 북한과 내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박정희도 북한과 내통하다가 걸리자 연락책인 친구를 사형에 처했지요.


쌍둥이의 경우 컨닝을 한 것도 맞지만

컨닝만 가지고는 부족하므로 공부를 매우 했는데 그 점을 알아주지 않아 억울하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한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끝까지 뻗대는게 인간입니다.

사건의 경중을 판단하지 못한다는 거지요.

즉 검찰이 덮어씌우는 혐의가 10개인데 그 중에 하나라도 사실이 아니면

왠지 억울하다는 느낌 때문에 절대 승복하지 않습니다.

그게 어린이들의 특징입니다.

자신이 99를 잘못했더라도 상대방 잘못 1을 찾아내면 승복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형 선고는 놀랍지 않습니다. 사형선고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인들이 한국전쟁을 납득할 수 있으려면 미국인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집단적 공포는 더욱 강렬해야 했기에, 로젠버그 사건은 존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로젠버그 부부가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


로젠버그 부부는 매카시즘의 광기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간첩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미국을 구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지요.

미국의 소련공포증이 더 근본적인 질병이라는 말입니다.

미국이 얼마나 미친 나라인지 증명해서 미국공포증으로 균형을 맞추는 거지요.


인간의 존엄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습니다. 

그게 거짓말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거지요.

미쳐 날뛰는 자들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보여주는게 의미있다고 믿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가?

사건은 복잡하지만 우리는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단순한 판단을 선호합니다.

그냥 로젠버그 부부가 악질 간첩 악마 사탄이기를 원합니다. 

그게 아니면 순진한 천사, 선녀, 히어로, 인권상, 희생자인 거지요.

그 중간은 생략입니다.


쌍둥이도 똑같은 심리입니다.

우리는 악마인가 사탄인가 공부를 전혀 안하고 컨닝만 했나?

악마도 아니고 사탄도 아니고 공부도 조금 했기 때문에 승복을 못하는 거지요.

결정적으로 승복하면 어떻게 빌고 사죄하고 삼보일배를 하고 주변사람에게 고개 숙이고 그래야 하느냐?

얼굴에 철판깔기로 하면 답은 나왔습니다.


철판 깐다 - 평소처럼 하면 된다.

사죄 한다 -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언제까지? 자살해야만 진정성 있는 사죄가 되나?

삼보일배를 하면서 해남에서 휴전선까지 기어가면 되나?

이건 견적이 안 나오는 거지요.


인간은 단순한 동물입니다.

어떻게 하는 이유는 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견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략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친절하게 조언해줘야 바른 행동을 합니다.


양심이 없기 때문이다. 나쁘기 때문이다. 뻔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공허하게 관념적으로 몰고 가면 안 됩니다.

양심이 없다는둥 나쁘다는둥 뻔뻔하다는둥 하는 말은 느낌일 뿐 구체성이 결여된 레토릭입니다.

어쩌라고? 사죄하라고? 사죄는 어떻게 하는 거지? 일본이라면 도게자를 하면 되는데.

잘못했습니다 한 번 말하면 이 사태가 끝나는겨? 그게 아니잖아.

사죄한다는건 양심이 있다는 뜻이고 양심을 증명하려면 10년 동안 교육부 앞에서 멍썩 깔고 석고대죄를 해야 하나? 

인간은 합당한 액션이 생각나지 않으면 거기에 따라서 인식을 바꿉니다.

흔한 인지부조화라는 거지요.

반대로 어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액션에 맞추어서 지식을 정립합니다.

진중권은 왜 그러나? 그걸 할줄 아니깐.

변희재는 왜 그러나? 그걸 할 수 있으니깐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액션의 문제이며 액션은 해 본 사람이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