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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72 vote 1 2018.11.18 (15:15:37)



    아우라지


    아우라지는 강원도 정선군의 지명으로 정선군 여량면 여량5리에 자리잡고 있으며, 골지천과 송천이 합쳐져서 한강의 본류(조양강)를 이루는 곳이다. '아우라지'는 어우러진다는 뜻으로서, 두 물줄기가 어우러져 한강을 이루는 데에서 이 이름이 유래했다. 또한 이곳에 있는 나루터를 일컫기도 한다.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 유적지로도 유명하다.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사랑을 나누던 처녀 총각이 싸리골로 동백을 따러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간밤에 폭우로 인해 불어난 물줄기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하자 그립고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하여 "아우라지 뱃사공아 날 좀 건네 주게 /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 사시장철 님 그리워서 난 못살겠네"라는 가사가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기리기 위한 '아우라지 처녀상'과 이 노래의 가사를 비로 새긴 '아우라지 노래 가사비'가 세워져 있다.[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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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위키를 비롯하여 대부분 위키백과의 설을 따르고 있다. 정선군의 안내도 이 설을 따르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식의 민간어원설은 보나마나 가짜다. 어색하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느껴야 한다. 일단 어우러지지 않는다. 


    어우러지다 [동사] 

   1. 여럿이 조화되어 한 덩어리나 한판을 크게 이루게 되다. 

   2. 여럿이 조화를 이루거나 섞이다. 

   3. 여럿이 자연스럽게 사귀어 조화를 이루거나 일정한 분위기에 같이 휩싸이다. 


   일단 여럿이 아니고 어울리지 않으며 조화되지 않는다. 그냥 두 물이 합수할 뿐이다. 송천의 수량이 변변치 않아 합수하는 의미도 없다. 전국에 아우라지와 같은 두물머리가 무수히 있으나 이런 명칭이 붙은 곳은 없다. 


    동강과 서강이 합류하는 영월이나 섬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문막이나 남한강과 북한이 합류하는 양수리나 어디에도 이런 식의 이름은 없다. 비슷한 것도 없다. 당췌 말이 안 된다. 어우러진다는 말은 서로 이질적인 것이 조화되는 것인데 공지천과 송천이 합류하는 아우라지는 이질적이지 않고 따라서 어우러지지 않는다. 


    남녀라면 성별이 다르므로 어우러질 수 있다. 풀과 나무와 바위는 근본이 다르므로 어우러질 수 있다. 아우라지의 경우 골지천이 주류고 송천은 작은 개울이다. 그냥 합쳐지는 거지 서로 어우러질 요소는 없다. 설사 어우러진다고 해도 동사가 뜬금없이 맥락없이 고유명사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언어는 절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우라지의 진짜 의미는? 아울은 여울의 강원도 사투리다. 아지는 가지의 강원도 사투리다. 갈라지는 여울이라는 뜻이다. 여울은 물이 수심이 얕은 돌밭을 시끄럽게 흐르며 소리를 낸다는 뜻인데 개울과 어원이 같다. 여울에는 항상 나루터가 있기 마련이다. 


    여울은 급류이며 급류타기를 해보면 알게 되지만 유속이 빠른 곳 아래는 항상 수심이 깊은 소가 있고 그곳에는 당연히 나루터가 있으므로 사람이 그곳으로 지나다니기에 각별한 지명이 되는 것이다. 


   아지

   [명사] 1. '가지'의 강원도 사투리


    아우라지는 여울+아지이며 의미는 여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연천의 호루고루가 그렇듯이 여울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나루터가 있다. 그래서특별히 지명이 붙는다. 정확하게는 아우라지 나루터였을 것이다. 그냥 어우러진다면 그게 왜 지명이 된다는 말인가? 왜 동사가 갑자기 고유명사가 된다는 말인가? 말이 안 되는 거다. 어폐가 있다.


    아우라지 근처에 싸리골도 없고 올동백도 없으며 처녀 총각이 강을 건너 동백을 따러가기로 약속할 일은 당연히 없다. 동백은 생강나무를 이르는 강원도 사투리다. 생강나무는 야산에 흔히 있다. 생각나무 꽃이 피는 봄에는 큰 비가 내리지 않는다. 매화 다음으로 빨리 피는 꽃이 생강나무다. 산수유보다 먼저고 개나리와 같이 핀다.


    3월 이른 봄에 비가 오지 않는데 무슨 걱정이 있을 것이며 설령 비가 온다고 한들 나루터가 있고 뱃사공이 있는데 무에 걱정이 있다는 말인가? 남녀가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가사내용은 폭우와 상관없이 그냥 동백기름 머리에 바르고 연인을 만나러 나루터 건너 마을로 가고 싶다는 내용으로 봄이 타당하다. 동백꽃이 아니라 동백열매로 본다면 늦가을이나 겨울이라 역시 폭우가 내리지 않는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날 좀 건네 주게 /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 사시장철 님 그리워서 난 못살겠네


    아우라지 나룻터에 뱃사공아 날 좀 건네주게.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지기 전에 동백기름 머리에 바르고 데이트 하러 가고 싶네. 동백은 하나 둘씩 떨어져 낙엽 위에 쌓이는데 나는 사시장철 나루터 건너 데이트 하러 가고 싶어 못살겠네. 


   남자와 여자가 같이 동백을 따러간다는 것은 조선시대에 있을 수 없는 설정이다. 동백은 여자들끼리 따러가는 것이다. 동백기름 머리에 발라 화장하고 나루터 건너 마을로 데이트 하러 가고 싶다는 말이다. 이렇게 뻔하게 가짜라는게 보이는데 왜 정선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거짓을 꿰뚫어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어색한 곳에는 반드시 거짓이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블루

2018.11.19 (09:21:33)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김유정, 《동백꽃》노란~알싸한~표현을 보니 생강나무를 말하는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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