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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71 vote 0 2017.10.22 (20:01:24)

     

    페르미의 역설


    외계인은 어디에 있나? 일단 외계인이 어딘가에 있기는 있다고 보는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외계인이 지구인과 접촉한다는건 다른 이야기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외계인은 지구를 방문하거나 혹은 지구와 통신을 시도하는 지구보다 훨씬 과학기술이 발달한 고도의 문명인이다. SF마니아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그런 외계인은 없다.


    A급 외계인이 없다는 증거는 우리가 그들을 보지 못한 사실이다. B급 외계인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구를 방문할 형편이 안 된다. 우주에는 1천억X1천억의 항성이 있는 만큼 외계인은 매우 많아야 하고 그중에 일부가 지구에 생명이 살만해진 10억 년 전부터 지구를 다녀갔어야 한다. 지구는 외계인에 의해 오염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흔적은 없다. 왜 외계인은 지구에 흔적을 남기지 않을까? 일단 우주에 생명체가 충분히 진화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설이 유력하다. 골디락스존 개념이다. 1. 은하 중심부에서 적절한 거리. 2. 주변에 초신성이나 블랙홀이 없을 것. 3. 태양과 같이 특별히 목숨이 긴 항성에 붙어있기. 4. 항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


    5. 목성과 같은 방패행성. 6. 달과 같은 거대 위성. 7. 적절한 자전속도. 8. 강력한 자기장의 보호. 이상은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할 수 있는 조건이고 외계인이 지구와 연락하려면 몇 가지가 추가된다. 하나는 태양이 사실은 은하계 안에서 1퍼센트에 드는 대형 항성인 점이다. 태양보다 큰 것은 죽어서 적색거성으로 부풀은 것이다.


    원래부터 큰 별은 숫자가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항성은 사이즈가 작아서 행성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으며 이 경우 여러 가지로 생명체가 견디기 어렵게 된다. 골디락스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려면 금과 같은 중금속이 있어야 하는데 중금속은 그냥 초신성폭발로 생긴다. 여러 차례의 초신성폭발을 거쳐야 한다.


    은하계 중심부는 초신성폭발이 잦아 위험하므로 은하게 주변부라야 한다. 이렇게 몇 가지 조건만 추가해도 은하계에 있다는 1천억 개의 항성은 충분히 많은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것저것 추리다보면 남아나는 것이 없다. 결정적인 사태는 빛의 속도가 너무 느린 점이다. 10만 광년인 우리은하의 크기에 비하면 빛은 굼벵이다. 

 

    빛은 은하단위에서 적당한 통신수단이 되지 못한다. 외계인이 지구와 연락하는 프로젝트를 띄우려면 500광년 안쪽이라야 한다. 500광년이라도 신호가 왕복하면 1천 년이다. 지구에서 전파를 쏴봤자 1천 년 후에나 답신을 받는다. 혹은 지구가 이상하게 낮에만 밝지 않고 밤에도 밝아졌어. 전기를 쓰나벼. 알아차리려면 500년 후다.


     지구로부터 500광년 안에는 골디락스존을 충족시키는 행성이 잘 없다. 광속을 넘을 수 있는 양자통신수단을 가진다 해도 송신기와 수신기를 설치해둬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직접 찾아오지 않고 로봇을 보낼 것이다. 우주공간을 항해하면서 항해중에 진화하는 생명형 로봇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우주선 안에서 진화하여 지구 근처에서 조립될 것이다. 우주선 모선을 지구에 착륙시키지 않고 지나칠 것이다. 광속으로 가면 착륙비용이 또한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지구를 스쳐지나며 뭔가를 슬그머니 뿌려놓을 것이며 그 티끌들이 모여서 AI가 되고 로봇이 되고 지구의 자원을 긁어모아서 발사체를 만들 것이다.


    그들은 당장 지구와의 통신을 꾀하지 않고 보다 수준높은 통신을 기대하며 지구의 발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인들이 기껏 안테나 따위로 어째보려고 하니 기도 안 차서 일단 무시하고 어쩌나 지켜보는 거. 결론은 유의미한 지구방문 외계인의 존재는 없다는 거다. 만약 있다면 그들은 당장 우리에게 목격되어야 한다. 


    신분을 감춘채 숨어 산다는 식의 소설은 너무 나간 것이다. 구조론적으로 보면 뭐든 확률은 극단적으로 높아지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낮아진다. 극단적으로 높아지면 10억년전부터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이미 망쳐놓았다고 볼 수 있다. 반대면 영원히 그들은 우리를 만나지 못한다. 외계인은 당연히 있지만 그들은 외계에 있다. 


    100년 안에 지구와 접촉할 가능성은 없다. 우리가 바로 30억년전부터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의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한 존재이거나 아니면 우리는 적어도 1만년 안에 외계인을 만날 수 없거다. 30억년 전부터 프로젝트를 하기에는 137억년이라는 우주 역사가 너무 짧다. 초신성 폭발이 몇번 반복해야 충분한 금속이 만들어진다.


    45억 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우주에는 이론적으로 태어날 거주가능 행성의 8퍼센트만 만들어졌으며 92퍼센트는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구는 어쩌면 선두권이다. 많은 별이 태양보다 늦게 만들어졌으며 태양보다 작은 별이다. 그러므로 드레이크 방정식은 다시 계산되어야 하며 외계인 존재확률은 낮아지고 있다. 


    이런 논의에 항상 따라붙는 말이 오만하다는 거다. 너무 자의적이고 너무 지구중심적이고 너무 인간중심적 사고라는 거다. 오만함을 버리고 겸손한 태도로 보라는 충고다. 그런데 필자는 바로 그런 유림질이야말로 계몽주의적이고 오만하며 제자를 제압하려는 스승의 태도이거나 혹은 독자를 제압하려는 지식인의 태도라는 거다. 


    향원들이 완장질을 하는 거다.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 지구는 특별하다. 인간은 특별하다. 문명은 특별하다. 동물의 생식과 인류의 문명은 다른 것이다. 지성은 특별한 것이며 그 지성의 연합체는 더욱 특별한 것이다. 우리는 특별하게 겨우 존재한다. 19세기 중국을 가만 놔두면 언젠가는 스스로 산업혁명을 할까? 불가능하다. 


    구조론으로 보면 다섯 배의 배후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타이밍 문제가 생긴다. 중국인구는 너무 많고 인구에 따른 문명의 확장속도가 너무 빠르므로 조로하여 충분한 배후지를 가지지 못한다는 말이다. 너무 빨리 자라도 안 되고 너무 늦게 자라도 안 된다. 나비와 벌이 알에서 깨어나기 전에 꽃을 피우면 안 되는 거다.


    나비와 벌이 얼어죽고 난 다음에 꽃을 피워도 안 된다. 타이밍 맞추기 어렵다. 인구와 관계가 있다. 인구는 지형과 관계가 있다. 산맥과 바다에 막혀 적절히 이격되어야 한다. 타이밍을 얻으려면 속도조절이 필요한데 속도조절을 하려면 작아야 하는데 사이즈가 너무 작으면 마야나 잉카처럼 약해서 말라죽으므로 적절히 커야 한다.


    너무 크면 적당한 배후지를 확보 못해서 유리천장을 깨지 못하고 수평적으로만 퍼지는 경향이 있다. 나무도 수직전략과 수평전략이 있다. 위로 솟아서 햇볕을 찾을까 아니면 옆으로 퍼져서 면적을 찾을까? 우리는 나무를 대단하게 보지만 사실은 풀이 더 진화한 것이다. 은행나무는 15년을 자라 씨앗을 퍼뜨리지만 풀은 금방이다.


    대나무는 5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 풀은 빠르면 한달만에 꽃을 피운다. 속도조절에 유리하다. 이러한 전략의 문제가 생기므로 여러 가지로 조합이 맞아야 한다. 즉 특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특별하다. 빗살무늬 토기는 한반도에서 먼저 생겼다. 고인돌도 한반도에서 먼저 생기고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이건 특별하다.


    빗살무늬 토기는 당시의 해수면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서해안 수위는 과거에 낮았다. 한국의 넓은 갯벌은 과거 다른 지역에 잘 없다. 구조론은 그냥 숫자만 많으면 확률이 올라가는게 아니라 너무 크지도 작지도 말고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말고 결정적으로 전략의 선택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는 견해다. 특별하다는 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솔숲길

2017.10.22 (20:40:44)

혹시 인간이 외계인?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7.10.22 (20:44:50)

장차 인류로 진화할 수 있는 DNA 소스를 뿌려놓고 튀었을 수도 ㅎㅎ

[레벨:5]kilian

2017.10.23 (03:51:00)

영화 "2001 오딧세이"의 기본 아이디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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