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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5560 vote 0 2010.04.29 (08:42:32)

( * 필자는 야구로 밥벌이 하는 사람이 아니며, SK와이번스의 fan 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 )

김동렬 님의 구조강론 <우리는 가르치지 않는다> 와 이어지는 글 입니다.


1. 강팀 아이콘





김성근.jpg

 




2010년 4월 28일 현재 한국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한지 한 달여 지난 가운데, 시즌 초반 독주하는 팀은 SK 와이번스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는 현재 11연승 중이고, 6명의 선발투수(5선발 체제) 중 4명이(김광현, 송은범, 카도쿠라, 글로버) 8개 구단 투수순위 중 10위 안에 들어있고, 마무리 투수인 이승호는 전 구단을 상대로 세이브를 거두었다. 현재 선발투수 1위도 SK 김광현이고(3승, 방어율 0.38), 세이브 1위도 SK 이승호고(10세이브, 방어율 1.59), 타자순위 1위도 SK 박정권(타율 0.388) 이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기록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고, 초반의 상승세가 나중에 얼마든지 뒤집어 질 수 있다.


2009시즌의 우승은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기아 타이거즈.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기아의 나지완이 역전 끝내기 솔로홈런으로 감동적인 우승을 일구어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우승은 기아가 했는데, 왠지 SK가 강팀의 이미지가 남아있다. 현재 성적이 기아가 좋지 못하고, SK가 11연승 중인 탓도 있겠지만, 비단 그 뿐만은 아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우승팀끼리 맞붙은 한, 일 클럽 챔피언쉽(기아 타이거즈 vs 요미우리 자이언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경기에 앞서 발행된 일본 프로야구 전문기자인 키무라의 <야큐 리포트>를 보면, 한, 일 클럽 챔피언쉽은 일본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관심도도 낮았다고 한다. 게임의 성격과 일본 야구협회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그는 게임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아쉬움의 말을 남겼다.


 

반면 한국에서 전해져 오는 KIA에 관한 정보는 씁쓸한 이야기들뿐입니다. 대회가 끝난 후 일부 주전선수들은 벳부 온천에서 훈련 겸 휴식을 취한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온천에 가는 김에 대회에 출전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대회에 출전하는 김에 온천에 들르는 것일까요? 로페즈, 구톰슨, 윤석민, 이용규가 빠진 팀에게 많은 걸 바라면 안 되겠지만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SK가 나오는 게 더 재미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경기만큼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일클럽챔피언십, 아무도 모르는 국제대회?>
에서 발췌





실제로 그 날 경기는 맥빠진 게임이 되어버렸다. 9 : 4 스코어로 요미우리가 승리하기도 하였지만, 키무라가 언급한 것처럼 로페즈, 구톰슨, 윤석민이 빠져서 그런지 단지 친선경기의 의미 이상은 없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나 베이징 올림픽, 한국시리즈에서의 스릴있고 다이나믹한 게임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2010년 1월 21일에는 일본 데이터 야구의 창시자인 노무라 가쓰야(75) 전 라쿠텐 감독과 김성근(68) 감독의 특별 대담도 있었다. 대담이 기획된 데에는 노무라 전 감독이나, 김성근 감독이나 야구에 앞서서 데이터의 활용도가 가장 많은 감독이라는 공통점도 있고, 김성근 감독이 재일교포 출신이라 일본어로 직접 대화가 가능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앞선 키무라의 언급이나 노무라-김성근의 대담을 보면, 일본에서도 SK를 한국야구의 최고봉으로 인지하는 것 만은 사실인 것 같다. 해태-기아 타이거즈가 80~90년대의 강팀 아이콘이라면, SK와이번즈는 현재의 강팀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이다.


 

 

2. SK 왜 강한가?




꼴찌를 일등으로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성근 (자음과모음, 2009년)
상세보기


김성근 감독은 현재 8개구단 감독중에 최고령자이다. 한때, OB 베어스의 감독이었으며,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트윈스의 감독이었다. 그러나 오랜 감독생활 중에서 우승은 SK와이번스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에서야 일궈낸 것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뒤늦게야 빛을 본 것일까?


그의 에세이 <꼴치에서 일등으로>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것처럼, 원래 그는 하위권 팀을 조련하여 중,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구단으로부터 방출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신인 선수를 팀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담금질했던 것이다. 하지만 B급 재원을 가지고 사비 털어가며 훈련을 시켜도 우승은 할 수 없었다.


지금의 SK의 전력은 단지 김성근 한 사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솔직히 김성근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8개 구단중에 감독의 요구를 90% 들어주는 프론트는 SK 밖에 없다고 한다.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무명의 선수까지도 부상치료를 위해 일본의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하면, 프론트에서 군소리 없이 수용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일단 김성근이 감독을 맡았던 팀 중에 김성근의 스타일을 존중해주고, 지원해주는 팀은 SK가 최초가 아닌가 싶다. 보통 스폰서를 하는 기업은 구단을 제품이나 기업홍보의 목적으로 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량을 투자해서 결과를 보길 원하는 생리 때문이다. 이전의 김성근 감독의 퇴진의 이유가 대부분 구단주와의 마찰에서 비롯된 것을 생각하면, SK는 김성근에게 감독으로서 엄청난 자유와 재량권을 준 셈이 된 것이다.


SK의 야구가 강한 또 한가지 이유는 선수층이 두껍다는 것이다. 2군과 1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실력을 끌어올려서, 시즌중에 주요선수가 부상을 당하더라도, 그를 대신할 수 있는 백업 선수들이 많다. 게다가 학교로 치자면, 나머지 공부와 같은 개념의 '특타'라고 하는 강도높은 타격훈련을 시즌중에도 끊임없이 실시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다. 전쟁에서 좋은 지휘관은 뛰어난 몇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게 맞다. 하지만 그렇게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된 만큼 스타일리스트가 사라진 부분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프로 스포츠에는, 팬들은 '스타'가 필요로 하는데, 김성근의 야구에는 이승엽과 같은 대형 홈런타자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


프론트의 무한지원이나 훈련으로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은 다른 팀에서도 작정하면 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SK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외국인 선수와의 싱크로율을 높이는 것이다.  타 구단에 비해 SK에는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진에도 일본인이 유독 많은 편이다. 김성근 감독이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것이 한때, 그를 일본식 야구라고 비난하는 꺼리가 되기도 하였지만, 외국인 선수영입이 일반화 된 현재에는 오히려 일본인 코치, 선수와 직접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였다. 김성근이 일본을 잘 안다면,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의 불펜코치로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이만수 수석코치는 미국인 선수와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팀 내 통역이 있겠지만, 지도자가 통역을 거쳐서 소통하는 것과 직접 소통하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언어의 소통 뿐만 아니라 정서의 이해를 말하는 것 임.)

 




3. 야구의 구조



야구의 구조.jpg


 

야구는 선수들이 하지만, 사실 크게 놓고 보면, 야구는 선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최초에 FAN이 있기 때문에, 기업은 FAN을 바라보고 야구에 투자를 하고, 자본이 모여서 프로야구가 생기고, 프로야구협회가 생긴다. 그리고 룰에 따라서 선수들은 게임을 하고, 멋진 경기는 흥행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FAN하고 흥행하고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FAN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흥행은 그런 사람들과 잇슈와 자본과 파급효과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구단주가 하는 일은 감독, 코치, 선수들과 계약하고, 야구 인프라를 지원하고, 투자한 만큼 최대한의 홍보효과를 내도록 고민하는 것이 일이고, 협회와 심판은 흥미로운 게임이 되도록 시즌마다 룰을 개정하고, 심판으로 하여금 룰을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 일이다. 올해 생겨난 12초 룰이나,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 같은 것 말이다. 감독이 고민하는 부분은 선수의 육성과 부상에서 부터 그날 게임의 전략까지 총 지휘를 하는 것이다.


김성근의 야구라는 것은 현재 갖추어진 재원 안에서 최대한 밀도를 높이는 것이고, 이전에는 우승을 못했는데, 요 몇 년간 우승을 하는 것은 한국 야구가 80~90년대보다 재원의 폭이 넓어진 데에 기인한다. IMF 이후 한국의 대기업은 내수위주에서 수출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하면서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 자체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그것이 좀 더 과감하고 장기적인 투자로 이어지게 되었고, KBO는 외국인 코치나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룰을 개정하였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코치, 선수의 재원이 넓어지고, 외부 투자가 안정화 되니까, 운영과 효율의 문제에서 최적화 되어있는 팀이 전력이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4. 관리야구와 자율야구


제목이 'SK, 한국 프로야구의 최대한' 이라고 했는데, 좋게 본다면 현재 SK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강팀이라는 얘기라고 볼 수 있지만, 나쁘게 본다면 현재의 SK가 작은 땅덩이의 한국 프로야구로서의 한계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삼성이 한국의 경제 시스템으로 성공할 수 있는 최대한이고,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얻은 메달수가 남한으로서의 최대한 인 것 처럼...


다음은 구조론연구소의 김동렬 소장의 글 중 야구와 관련 된 일부분이다.



 

가르치기와 안가르치기. 야구로 치면 김성근 감독의 관리야구와 이광환 감독의 자율야구다. 어느 쪽이 나은가? 김성근의 SK가 지금 1위를 하고 있으니 패서라도 가르치는게 성적은 낫다. 왜냐하면 원초적인 기량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량이 안 되는 애들은 일단 가르쳐야 뭐라도 반응이 나온다. 기량이 되는 애들은 내버려두어도 연봉만 넉넉히 주면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


결국 관리야구란 애초에 기량이 안 되는 B급 자원을 데려다놓고 연봉을 짜게 주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거고, 자율야구란 원초적으로 기량이 되는 A급 자원을 데려다가 연봉을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왕창 주니까 되는 거고. 본질은 기량과 연봉의 함수관계 하나라는 말씀.


공격은 가장 뛰어난 천재 1인이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수비는 어리버리한 구멍 하나가 혼자서 팀을 망가뜨린다. 그러므로 수비가 약한 팀은 공격전술을 구사하여 수비쪽으로 공이 넘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라운드 절반만 쓰고 상대방 팀이 중앙선을 넘어오지도 못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영수 같은 암기과목은 수비전술이 먹히고 예술과 같은 창의과목은 공격전술이 먹힌다는데 있다.


그리고 어떤 과목이든 상위 10프로 안으로 들어가면 창의가 먹힌다. 수비적인 교육으로는 꼴등을 중간까지 끌어올릴 뿐, 중상위권을 정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 이는 수비축구가 득점을 못해서 16강은 가도 4강은 못 드는 이치와 같다. 기아나 넥센처럼 수비는 좀 되는데 점수를 못내서 지는 거. 롯데처럼 공수밸런스가 안 맞아서 공격이 될 때는 수비가 엉망. 수비가 될 때는 공격이 침묵. 그러다가 우연히 밸런스가 맞으면 연승도 하고.


창의적인 교육과 암기위주 교육이 있다. 창의적인 교육은 가장 뛰어난 1인이 전체에 파급효과를 주어서 덩달아 잘하게 되는 거다. 그러므로 창의적인 교육을 하려면 인성을 닦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결국 동료의 머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구조론 연구소 <우리는 가르치지 않는다> 발췌




한국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안정되고, 수준 높은 수비전력을 갖춘 팀은 두산과 SK 정도다. 실책이 적고, 안정된 수비로 일단 대량실점은 피하고, 공격이 되는 날은 쉽게 이기고, 공격이 안되는 날은 작은 점수차로 아깝게 진다. 선수비, 후공격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스프링 캠프부터 입안에 단내 나도록 반복훈련을 한다.


반대로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8개 구단중 가장 자율적인 야구를 하는 팀이지만, 우승을 노릴 만큼의 전력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종종 팀의 부진의 이유가 그런 자율성에 있는게 아니냐는 화살을 맞기도 한다.


김성근의 관리야구와 로이스터의 자율야구. 메이저리그라면 로이스터의 방식이 당연한 것인데, 한국에는 잘 안통한다. 반대로 SK가 메이저리그의 한 팀이 된다면? 지금의 방식으로는 성공하기가 힘들 것이다. 과거 8,90년대 해태타이거즈의 우승은 줄빠따 맞아가면서 악으로 깡으로 이뤄낸 것이고, 현재 SK의 강세는 손바닥이 찢어지도록 특타하면서 이뤄낸 것이다. SK가 한국이라는 닫힌 환경에 최적화 되었을 뿐이다.

야구의 구조02.jpg

 


결국 로이스터가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스폰서는 거액의 연봉으로 A급 재원을 데려올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고, 스폰서가 투자하는데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야구의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FA제도는 일정기간 팀에서 활약한 선수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FA를 신청하는 순간 팀으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당하고, 구단주는 보상금 문제로 선수들의 이적을 발목잡게 된다. 잘못된 제도임에도 KBO는 손을 대질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자율야구를 하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버린다. 그러니 쥐어짜는 김성근식 야구는 구조의 문제가 낳은 방법론 인 것이다. (수 십 년 야구감독 하면서 이것저것 안 해본게 있겠는가?) 때문에 김성근식 야구를 탓할 수가 없다. 이미 상부구조에서 선택의 폭이 정해졌을 뿐.

 




5. 빅 리그, 빅 마켓


확실히 현재 SK는 한국 프로야구의 최적화 된 성공모델을 제시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더 진보해야만 한다. 팬들은 더 재미있는 게임을 원하고, 더 화려한 스타를 원한다. 인터뷰 할 때, 감독 챙기고, 선배 눈치보는 스타는 재미가 없다. 프로 스포츠는 선수의 연봉이 게임의 판을 키운다. 판돈이 있어야 거하게 베팅을 한다.


구단이 연봉을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줄 수 없는 이유는 결국 한국 프로야구의 시장이 작기 때문. 사장의 탓이지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못해서가 아니다. 단기전에서 한국, 일본이 미국, 쿠바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WBC와 올림픽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다. 장기 레이스라면 재원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된다.




로이스터.jpg




시장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아시아 국가들간의 클럽 챔피언쉽 시리즈로 시작하여, 점차 빅리그를 창설하는 단계까지 가야한다. 각 팀들이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을 비행기로 오가며 게임을 치르고, 게임이 각 나라의 방송으로 중계되면, 스폰서는 글로벌 규모의 광고효과 때문에라도, 투자를 확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야구는 입력되는 에너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결국 동아시아의 빅리그와 미국의 메이저리그의 우승팀이 실력을 겨루는 진정한 월드시리즈까지 가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야구는 도태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은 하루 12시간 공부하는데, 핀란드 학생은 하루 4시간 공부하고도 학업성취도가 높다면, 지금의 쥐어 짜내기식 교육이 비효율적인 것이다. 하루 12시간 공부하는 아이가 하루 12시간 반복 훈련하는 야구선수를 보며 어떤 삶의 희망을 얻을 수 있을까? 예술이든 스포츠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4.29 (09:14:06)

김동렬 님과 다른 의견일지는 모르지만, 자율야구냐 관리야구냐는 그것이 감독의 성향이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상부구조에서 에너지의 량에 따라 결정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진보할 수록 개인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지, 김성근 감독이 괴팍하여 특타훈련을 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김성근을 탓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단지 그 시대에 최적화가 그 지점에서 형성된 것 입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이 특타를 하건, 특타 할아버지를 하건, 상관없이 진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 만은 분명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4.29 (09:36:40)

전에도 말했지만 김성근 감독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야구를 반성하고 부단히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는 거지요. 그 종착역은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주장한 선발야구, 홈런야구입니다.

이런 말 하면 홈런은 원래 SK가 더 많다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아니고 스타선수를 길러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올시즌 김성근 감독이 선발야구 위주로 가져가고 박정권을 비롯해서 홈런타자를 키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성근이 달라졌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옵니다.(김성근이 달라졌다는 제목은 매년 나오는데 매년 달라짐)무슨 뜻이냐 하면 SK를 싫어하는 팬들도 김광현은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김광현야구는 편하기 때문입니다.

선발이 완투하고 홈런타자가 홈런치면 경기가 단순합니다. 경기가 단순해야 팬들이 좋아하고 팬들이 만족해야 야구로서의 최종적인 성공입니다. 팬들이 만족하지 않는 승리는 의미가 없어요. 결국 야구의 주인공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입니다.

감독이 선수보다 나으면 히딩크만 조명되고 한국은 16강탈락하는 2006년 월드컵과 같아서 의미가 없지요. 김성근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그 최종적인 종착역은 단순한 야구이며, 스타를 양성하는 야구이며, 감독보다 선수가 조명되는 야구이며, 선발야구, 홈런야구, 팬들이 좋아하는 야구입니다.

야구의 주인공은 스타이고, 그 스타의 주인은 팬이니까. 답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지요. 김성근이 과연 그 목표까지 도달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은 그 길로 가고 있습니다.

###

어쨌든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진 채로, 고립되고 폐쇄된 한국의 실정에 맞도록 특화된 형태를 정답으로 보고, 그걸 찬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위험한 갈라파고스 신드롬입니다.

한국에만 있는 사교육 열풍 등 괴이한 현상은 일종의 갈라파고스 신드롬으로 자신있는 특정 신체부위만 발달시켜 점점 물개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물개는 북극의 환경에 최적화되어서 그곳을 벗어나면 죽지요.

물개처럼 이상하게 진화한 경우 환경이 변하면 전멸입니다. 세계시장에서 안 통하지요. 일본처럼 자기네 시장에 특화시켜 세계시장에서 밀려나는 실패를 범하면 안좋죠. 부단히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4.29 (09:43:59)

확실히 올해 SK의 5선발체제는 작년까지의 벌떼 마운드와는 확 바뀐 것 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말이 작년 우승한 기아의 6선발체제를 벤치마킹 했다고 하니까요. 선발에 하루 휴식을 더 주면서, 이닝을 더 길게 가져가면서, 결과적으로 구원투수를 아끼고 경기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전에 구조론연구소에서 연장 무승부를 '패'로 승률을 계산하는 룰 개정에 김응룡과 김성근의 이견에 관하여 쓰신글에 댓글이 200개가 넘게 달렸던 뜨거운 논쟁을 기억합니다. 정말로 김성근 감독이 생각이 바뀐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 SK에서 무승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4.29 (09:52:21)

당시 촛점이 무승부룰이 KBO의 김성근죽이기냐 그냥 의도없는 결정이냐, 그리고 SK에 유독 무승부 경기가 많았던 현상(특히 전반기)이 김성근식 야구의 결과냐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냐였습니다.

저는 KBO의 의도라고 보고, 작년 전반기 SK 경기에 무승부가 많았던 것은 김성근의 고집으로 보고, 후반기와 올시즌에 무승부가 줄거나 없는 것은 김성근의 적절한 변신과 대응이라고 봅니다. 즉 모두 우연이 아니라는 거죠.

감독이 작전을 내면 낼수록 당연히 1점차 승부로 되고 그 경우 무승부 확률이 올라갑니다. 내버려두면 타자가 욕심내서 홈런을 치거나 혹은 못치는데, 치면 큰 점수차로 이기고, 못치면 큰 점수차로 져서 무승부가 없지요.

김성근은 진화하고 있는데 로이스터는 퇴화하고 있군요. 몇년후 김성근은 신인은 관리야구, 고참은 자율야구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4.29 (19:44:16)

야구이야기는 참 재미있소.
어제 케이블 재방 무릅팍에 나온 이만수 이야기를 들으며 오싹오싹했소.
꿈을 품고 나가는 사람 하나, 같이 판을 벌리는 동료, 열광과 오열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세상.
놀이가 싸움을 덮어버리는 세상.
늙어도 이만수는 소년이었소. 야구에 푹빠진 사내 아이의 함박 웃음.
웃다 울컥했소.


이건 좀 다른 이야기오만,
야구는 메이저리그를 따라가는 처지오만,
스타는 뭔가 다른 진도가 가능해 뵈오.
뭔가 격발이 되면, 폭발할 수 있는 저변 에너지가 있소.

스타를 첨 보는 사람도 확 사로잡을 그런 궁리가 필요하오.
일테면 꿈의 구장 같은 거.
뭐 거대하지 않드라도, 세계최대 쵝오고화질 비젼 깔아두고 사람도 모으고,
맵을 한 눈에 보이도록 해도 좋고, 게임이 영화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도 좋고,
막간에 팬들끼리 백명전을 벌리는 것도 좋고.(물론 게임으로)

뭔가 대중이 열광할 수 있는 뭔가 한 꼭지만 나와주면, 다음 세대 스포츠 판도를 바꿀만한 있어 보이오만,
요즘 좀 그래 뵈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4.30 (01:35:20)

오늘 승리로 SK는 12연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SK가 연승하고 있는 상황은 지난 시즌 막판의 19연승과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대체로 팀이 연승하는 경우는 전체적인 사기가 오르고, 기세로 밀어붙이는 느낌인데, 작년의 SK가 그런(부상선수가 많은 가운데 쥐어짜내기 식의) 느낌이었다면, 최근 연승은 기세가 아니라, 잘 짜여져 빈틈이 없는... 일전의 전쟁관련하여 강론한 글 중에, 매 전투마다 건축물을 쌓아올리듯 견고한 로마기병 같은 느낌이 듭니다.

2009시즌과 2010시즌의 김성근 감독에게 변화가 생겼다면, 그 변화가 어디에서 왔을까를 생각해보니, 2007, 2008 시즌을 우승하긴 했지만, 2009시즌까지도 김성근 감독은 도전자의 마인드가 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무라 전 감독과도 대답을 하고, 비로소 한국의 거장 감독으로 대접을 받으니까, 이후부터 챔피언의 위엄이 생긴 것 입니다.

긴 감독생활 중에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터라, 더욱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김응룡은 우승을 많이 경험해봐서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해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입니다. 챔피언의 위엄이 있다는 것은 여유가 생겼다는 것, 그것이 결국 2010년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떻게 이길까의 하부구조에서, 야구를 해야하는가의 상부구조로 발상의 전환이 이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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