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366 vote 0 2013.01.28 (20:19:09)

우리가 부조리라는 말을 쓰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탈출구이자 해답이라고 보기 때문이 아니겠소?

 

그러나 그 어떤 철학자도 막연히 부조리 타령을 할 뿐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똑부러지게 이야기해주지는 않았소.

 

묻고자 하는 바 부조리란 무엇이오?

여기서 실존주의니 까뮈니 샤르트르니 이런것들을 주워섬길 필요는 없소.

 

우리는 본능적으로 부조리의 의미를 알고 있지 않소?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오.

 

부조리는

깨달음과 통하는 것이며

선문답이며

병맛이며

리얼리즘이며

진리이며

미학이오.

 

demotivy.jpg

 

부조리

 

 1359104102_045_1.jpg

 

부조리

 

부조리는 인생에 답이 없다며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답이 없다는 사실 그 안에 진정한 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유쾌해지는 것이오.

 

그림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사람들은 말하오.

그러나 그림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이 어찌 그림이겠소?

 

마찬가지로 인생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이 어찌 인생이겠소?

인생에 의미가 없으므로 깨달음이 있는 것이오.

 

깨달음도 없다고 말하면 그것은 잘난척 하는 먹물의 허무주의에 불과하오.

의미가 없기 때문에 깨달음이 있는 것이오.

 

위하여가 없기 때문에 의하여가 있는 것이오.

부조리가 말장난이 되어서도 곤란하고 회피수단이 되어도 곤란하오.

 

도망치지 않기 바라오.

부디.

 

뭘 보고 부조리라고 하는 것이오?

 

조리 - 집단주의

부조리 - 개인주의

 

조리 - 천국구원

부조리 - 현세개혁

 

조리 - 애국자

부조리 - 강한개인

 

조리 - 윤리도덕

부조리 - 미학감성

 

조리 - 교훈감동

부조리 - 완전성의 깨달음

 

보시다시피 부조리의 개념은

원래 인간의 본능은 무의식적으로 상부구조에서 답을 구하게 되어 있는데 그것을 비판하는 것이오.

 

개인의 자각이 아닌 집단적 광기로 치달은 결과

이차대전으로 인류는 완전히 맛이 갔소.

 

그러므로 부조리는 일체의 집단적인 정의, 윤리, 대의, 도덕, 규범을 부정하고

반항하는 데서 시작하오.

 

그러나 그것은 부조리의 출발점일 뿐 귀결점은 아니오.

재임스 딘의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대서 거기서 뭐 결론이 나와주는 것은 아니오.

 

질문은 계속되오.

당췌 부조리란 무엇이오?

 

세상이 왜 이렇게 부조리하지?

이건 부조리가 아니오.

 

그건 전형적으로 합리주의 사고방식이오.

세상 탓하고 세상에서 답을 구하려다 전쟁이 난 것을 반성하는게 부조리인데 아직도 세상 탓을?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15門15門

2013.01.28 (22:09:59)

신기하게도 방금 본 영화를 생각하며 고민하던 주제여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진링의 13소녀라는 영화였는데 난징 대학살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일본군이 쳐들어와 어쩌다보니 교회에 창녀들과 수녀원 소녀들이

같이 살게 되어 서로를 증오하고 돈을 밝히는 장의사가 신부님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배경이 됩니다.


난징에서 도망가자니 사방에 일본군이 깔린 이 답없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점차 서로를 의지하며 희망을 찾아보지만 더욱 암담한 상황이 다가옵니다. 

바로 일본군 축하파티에 수녀원소녀들을 데리고 오라는 명령이죠. 

성가대가 목적이라고 말은 했지만 물론 이유는 그게 아니죠. 

그러자 그 절망적인 상황속 에서 창녀들은 제의합니다.

자신들이 소녀들 대신 그곳으로 가겠다고.


그래서 창녀들은 신부가 된 장의사의 도움을 받아 소녀로 탈바꿈합니다.

홍등가에 발을 들이기전 그토록 찾고 싶었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들은

거울을 보며 기뻐합니다. 결국 그녀들은 소녀들 대신 죽음을 택하고 그녀들의 죽음으로 

인해 탈출에 성공한 소녀는 그네들을 추억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파리목숨처럼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일은 정말

괴롭더군요. 처음에 저는 그런 전쟁을 일으키게 만든 그 시대가, 필연적으로

그 시대를 잉태한 인간의 삶 자체가 부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부조리라는 말에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전쟁터 속에서도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일본군에게 끌려가기 전에도 

소녀가 된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는 창녀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전쟁 속에서도 화장을 하고 죽으러 갈 상황에서도 

거울을 보고 13명의 자신들이 죽는다고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도 아니고

단지 13명의 소녀가 살 뿐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런 부조리한 선택을 합니다.


그런데 그 부조리한 선택을 하는 인간을 믿자 강해집니다. 아름다워집니다. 창녀들이

수녀원 소녀들보다 순결한 느낌마저 받습니다. 죽은 사람은 그녀들인데 남은 우리가 

더욱 초라해지는 기분마저 듭니다. 그리고 그제야 제목의 13소녀가 살아난 수녀원

소녀들이 아닌 죽은 13인의 창녀들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문득 저도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을 떠올립니다. 

나도 그들처럼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을 수 있을까? 웃을 수 있을까?

뜬금없이 죽음을 떠올리며 거울 앞에서 미소를 짓는 연습을 하는 제가 참 한심해

보이기도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1.28 (22:43:53)

이 영화는 전형적인 계몽주의 영화입니다.(안봤지만)

어용감독 장예모는 요즘 철지난 반공영화(한국식으로 말하면) 만들고 있는데

 

영화의 작품성이나 가치를 떠나서 논할 때 이 영화가 전혀 깨달음의 영화는 아닙니다.

13인의 결정은 부조리한 선택이 아니라 은화 주고 금화 받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김기덕 감독과는 포지션이 완전히 반대된 영화입니다.

김기덕은 수녀가 창녀와 자리를 바꾸는데 이 영화는 창녀가 수녀와 자리를 바꾸죠.

 

그 방법으로 창녀를 두 번 죽이지요.

물론 그게 이 영화의 목적은 아니지만, 현대예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철저하게 인간차별 그 자체입니다.(감독의 의도는 아니나)

창녀를 짓밟는 영화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반일 주제를 뺀다면)  

 

천한 아랫것들이 목숨 바쳐 공주님을 구하고 천국 가는 영화를

21세기에도 봐야 한다면 끔찍한 거죠. (반일주제 빼면 별 0개가 적당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15門15門

2013.01.28 (23:12:38)

거울을 보고 미소짓기 연습을 하던 제가 정말 한심하군요^^

김기덕은 수녀가 창녀와 자리를 바꾸는데 이 영화는 창녀가 수녀와 자리를 바꾼다는

말씀에서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저에게 순간 스친 것은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그 등장인물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죠. 그 13인의 의지는 그녀들의 의지가 아닌

장예모 감독의 의지니까요. 그 시점에서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새롭게 뒤바뀌네요.

마치 가상 현실 속에 푹 빠져있던 느낌이랄까요?


정말 김기덕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영화다' 로군요.

저 같은 경우 오늘 문제인 '부조리' 보다 이 '영화는 영화다'란 생각이 더욱 화두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3.01.28 (22:54:50)

최근의 중국 영화는 100%로 반공 영화임.너무 재미가 없어 10분 보다가 다 접었슴.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1.28 (23:00:43)

부조리는 모순을 느낄때 강하게 인식되는거.
내가 느끼든 느끼지 않던 부조리는 늘 있지만 내가 혹은 집단이 그런 부조리를 접할때 사람은 완전히 변하오.
부조리에 저당잡힌 김용준이나 박그네는 실상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정도로 비겁하오. 그런데 그 비겁의 터널을 건너니 오히려 그것이 편해져 버린것이고...

부조리에 뭔가를 갈망하던 이들은 다시 부조리를 접하고...
모순이 층으로 모순져서 다가오는데...
이때 결이 보이오. 순리라는게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게되오.

부조리가 내안에서 엄청난 힘으로 부딪힐때 인간은 절망하거나 깨닫거나...
그 낙차의 힘이 희망이오.
[레벨:7]iness

2013.01.28 (23:09:31)

부조리는 곧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요청 아닐까요?


부조리에 대가리 넣고 죽을 때 까지 고민해봤자..

부조리는 말 그대로 답이없음.. 걍 없음. 막다른길. 

부조리는 이미 죽은 시체일뿐이죠.


부조리를 발견했다면, 새로운 출발점에서.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프롤로그를 써야될듯.


[레벨:15]오세

2013.01.28 (23:12:13)

전송됨 : 트위터
빈의자라는 것이 있소
말그대로 빈 의자

상담자는 내담자 앞에 빈의자를 갖다놓소
거기엔 아무런 의미도 포지션도 입장도 없소
오직 빈 의자가 있을 뿐이오

내담자는 빈의자와 마주하오
그 자리에 그 누구라도 앉힐 수 있소

부모를 앉히고
형제를 부르고
잊혀진 첫사랑을 채우고
세상을 앞에 세우고
종국엔 신을 소환하게 되어있소
그렇게 텅 빈 의자 하나를 마주하고 인간이 신과 만날 수 있소.


빈의자.
부조리는 빈의자와 같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1.28 (23:20:44)

멋진 표현이오.

인간이 욕망을 부정하고

희망을 넘어설 때 비로소 신의 노래를 듣소.

부조리는 합리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며

합리주의는 reason의 긍정이며

부조리는 reason의 부정이며

reason은 why나 because와 마찬가지로 call에 대한 대응이오.

 

신이 그대를 call했다. - 조까

나라가 그대를 불렀다. - 조까

윤리가 그대를 불렀다. - 조까

돈이 그대를 불렀다. - 조까

(   )가 그대를 불렀다. - 조까

 

전방위로 조까를 구사하는 것이오.

어떤 call이든 응답하면 집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원인측에 서는 것입니다.

[레벨:15]오세

2013.01.28 (23:34:57)

전송됨 : 트위터
부조리는 사실 부조리가 아니오.
부조리야 말로 합리, 이치에 맞고 결에 따르는 것이오.

누구는 졸라 세시간 동안 땀흘리며 불을 피우려해도 안되는걸
원주민 아저씨는 오분만에 하오

누구는 졸라게 성형하고 가꾸고 노력해서 미녀가 되었는데
누구는 날때부터 김태희고

누구는 도끼질을 졸라게해도 하루종일 장작 한 더미 할까말까인데
누구는 도끼질 한 번으로 지구를 쪼갤 수도 있소(물론 조건만 맞아 떨어지면)

부조리한 사례를 찾아보라면 아마 끝이 나지 않을 것이오
그만큼 눈을 돌리면 세상은 부조리한 것 천지.

노력은 배신당하고
권선징악이 아니라 권악징선이고
세상은 요지경
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대로 살고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하지만 그러한 부조리가 사실 신이 보낸 초대장이 아니겠소
빈의자를 우리 앞에 높은 것은
그 자리에 냉큼 앉아 찻잔을 비우라는 것이 아니오

부조리는 신이 마련한 빈의자이고 찻잔이고 공안 아니겠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3.01.29 (16:07:39)

파격!

[레벨:30]스마일

2013.01.29 (16:14:43)

어제 밤이 새도록 부조리가 뭘까? 생각하다가

다다른 결론은

"타인의 충고가 아니라, 나의 본능에 의지하라"

일을 할 때나

책을 찾아서 읽을 때나

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찾아서 해결하거나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것이 제일 좋았기 때문에

"내 본능에 귀 기울여라 "

이렇게 결론이 났습니다.

 

내가 가장 편할 때

내가 가장 만족할 때

역시

내 의지대로 했을 때

그러므로 

내 본능에 의지하라!!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0511
1895 류현진과 정현욱의 차이 3 눈내리는 마을 2009-03-18 6294
1894 에디슨과 잡스의 천재성 image 1 김동렬 2013-12-18 6276
1893 혜민을 특별히 베려하는 이유 9 김동렬 2016-02-23 6261
1892 양영순도 세계진출? image 3 김동렬 2012-12-26 6243
1891 인터넷, 인류 진보. ░담 2009-07-27 6230
1890 president = 대통령 ? image 4 조영민 2010-05-08 6222
1889 검파형 암각화의 비밀 image 1 김동렬 2015-11-04 6218
1888 동이 트다? 2 김동렬 2015-08-15 6199
1887 맞다고 생각하시오? 11 김동렬 2013-07-31 6198
1886 책. 3 아제 2010-07-31 6193
1885 사람무늬 그리고 구조론., 5 오세 2010-08-26 6185
1884 말이 참 많다 1 필부 2008-08-23 6184
1883 최상급의 칭찬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모독이다(마음의 구조 리뷰) 5 오세 2011-02-21 6171
1882 노무현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 4 양을 쫓는 모험 2009-04-30 6169
1881 토요일 구조론 연구모임 공지입니다. image 3 김동렬 2010-05-28 6161
1880 벌인척 하는 벌레 image 4 김동렬 2012-04-16 6153
1879 구조를 보라, 얼마나 할까 ░담 2010-06-04 6152
1878 구조론으로 본 역사관 1. 현재주의 vs 역사주의 3 오세 2012-01-26 6150
1877 구조론적인 사고법 3 김동렬 2009-07-29 6144
1876 예술이란 무엇인가? image 2 양을 쫓는 모험 2009-08-28 6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