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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667 vote 0 2012.10.31 (01:17:10)

    음악의 깨달음

 

    깨달음이 멋진 이유는 몸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상큼한 전율이 느껴진다. 뇌가 반응할 때 신체도 반응한다. 그러므로 깨달음은 과학적으로 검증된다. 실험으로 입증할 수 있다.

 

    고양이 앞에서 놀이개를 흔들면 달려든다. 이는 고양이의 지능적인 판단이 아니라 신체반응이다. 남자들은 여자의 큰 젖가슴을 보면 기계적으로 눈이 간다. 깜짝 놀라게 된다.

 

    가슴을 슴가로 표현하는 유행이 있는데 그 이유는 가슴을 볼 때 호흡이 멈추기 때문이다. 섬찟하고 놀라는 거다. 섬찟, 섬뜩의 섬은 깜짝 놀랄 때 숨을 멈추는데서 생겨난 단어다.

 

    필자처럼 자동차만 타면 잠에 빠지는 사람도 있고, 차만 타면 멀미하는 사람도 있다. 아기는 요람을 흔들어주면 잠이 든다. 역시 신체의 반응이다. 뇌가 무엇을 판단한건 아니다.

 

    혀는 단맛을 느끼면 삼키고, 쓴맛을 느끼면 밀어내고, 짠맛을 느끼면 모으고 신맛을 느끼면 섞는다. 깨달음은 이와 같다. 가장 쉽게 반응을 끌어내는 감각이 시각, 청각, 촉각이다.

 

    반응의 강도는 청각이 가장 세다. 지금까지 그림 위주로 논하였으나 깨달음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다. 시각과 청각, 촉각은 반응의 출발점이고 고도화되면 감정이다.

 

    감정은 시각보다 청각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누드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는 시각반응보다 비명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게 되는 청각반응의 강도가 더 세고 오래간다.

 

    청각은 기쁨과 슬픔으로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 시각은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으면 그만이지만 청각은 계속 들리기 때문이다. 청각적인 위협이 더 세고 본질적인 위협이다.

 

    그러한 센스의 개인차는 크다. 그림을 보고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테스트로 알 수 있다. 건물의 벽을 그리되 앞면을 보여주고 뒷면을 그리라면 못 그리는 사람 있다.

 

    앞면이 凸면 보나마나 뒷면은 凹다. 이게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앞면이 上면 뒷면은 下다. 앞면이 볼록하면 뒷면은 오목하다. 이런 반응이 둔감한 사람은 디자인을 못 느낀다.

 

    잘못 디자인된 자동차를 보고도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그러한 시각적 반응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는 거다. 보고 있어도 괴롭지가 않다.

 

    이발소 그림을 보고도 표정의 변화가 없는 사람이 있다. 괴로움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음악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원래 반응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길치가 길을 못 찾아 가듯이, 자동차의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듯이 센스는 개인차가 있다. 필자가 그렇다. 음악은 음치, 박치에 전방위치라서 원초적으로 안 된다.

 

    예능프로인 나가수의 방청객 중에 눈물을 흘리며 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필자는 납득하기 어렵다. 가족이거나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을 정도다.

 

    깨달음을 음악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큰 유감이다. 음악에도 구조가 있다. 순수성, 활동성, 대칭성, 방향성, 창조성에 따라 박자, 리듬, 화음, 멜로디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그 하나는 이름이 없다. 굳이 갖다대자면 조성과 비슷한 건데 필자는 일단 그것을 ‘동그라미’라고 부른다. 감정의 동그라미다. 그림으로는 인상주의가 예술의 최종단계다.

 

    인상도 감정이다. 배우가 연기를 해도 먼저 감정을 잡아놓고 연기를 시작해야 한다. 가수가 노래를 불러도 먼저 감정을 잡아야 한다. 시인이 시를 써도 감정을 잡아야 한다.

 

    모든 예술에 감정은 공통된다. 감정이 인간으로 하여금 행동으로 옮기도록 충동질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깨달음 역시 전율하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작곡가가 곡을 만들어도 감정을 잡아야 한다. 감정의 동그라미가 있다. 동그라미는 내부의 조형적 질서다. 음의 높이와 길이와 크기가 대칭의 소실점에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감정은 오르면 내려야 하고 빠르면 쉬어야 하고 크면 줄여야 한다. 감정 안에 결이 있다. 감정은 호흡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대부분의 감정은 호흡과 연결되어 있다.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답답하거나 짜증이 날 때는 호흡이 교란된다. 숨을 못 쉬므로 괴롭다. 긴장해도 숨을 못 쉰다. 불안초조해도 숨을 못 쉬고 무산소운동을 해도 숨을 못 쉰다.

 

    감정은 일차적으로 호흡을 교란하여 인간의 행동을 정지시키고 사건에 주목하게 한다. 의로운 자가 의를 행하는 이유는 고통 때문이다. 나라가 망했는데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으면 밥이 넘어가지 않고 숨을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의한 자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그러한 고통이 없기 때문이다. 불의한 자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굳게 맹세했고, 설사 그 맹세가 진정성이 있는 맹세였다 해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통은 없고 귀찮음은 크기 때문이다. 이명박근혜는 약속을 지키기로 진심으로 결심을 했다 해도 결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간단히 잊어먹어버리기 때문이다.

 

    작곡가가 곡을 만드는 방법은 시인이 시를 쓰는 방법과 같다. 배우가 연기하는 방법과 같고 가수가 노래하는 방법도 같다. 먼저 감정을 잡아야 한다.

 

    감정의 동그라미를 그리면 저절로 곡은 만들어진다. 조형적 질서를 조율하는 조절부를 둔다는 거다. 감정이 호흡과 충돌하면서 내부의 조형적인 질서를 만들어낸다.

 

    감정은 고조와 이완의 밸런스로 호흡과의 충돌을 조율해 나간다. 감정은 옅음과 깊음, 좁음과 넓음, 빠름과 느림, 굳셈과 여림이 있다. 그 안에 완전성이 있다. 동그라미다. 하나의 프레이즈가 하나의 감정단위가 된다. 프레이즈들 사이의 대칭을 계속 만들어가면 교향곡이 탄생한다.

 

    음은 높이와 길이와 강약을 가진다. 이에 따른 시간적 대칭성이 리듬이다. 그것을 한 순간에 공존시키면 화음이다. 여기에 주제에 따른 호흡을 부여하면 멜로디가 된다.

 

    주제에 따라서 호흡이 정해진다. 모차르트의 경쾌한 호흡과 베토벤의 장중한 호흡이 있다. 그 호흡이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멜로디는 주제가 있다. 주제에 꿰므로 선율이 된다.

 

    리듬과 하모니와 멜로디를 음악의 3요소라고 한다. 다섯가지라야 구조론과 맞다. 하나를 음(박자)이라고 한다면 나머지 하나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필자는 그것을 감정과 호흡의 대립에 따른 조형적 질서로 본다.

 

    리듬은 특정한 음에 대해 상대적이다. 화음은 음계가 절대적으로 정해져 있다. 멜로디는 여기에 주제를 태워 한 줄에 꿴다. 그 주체는 사람이므로 사람의 호흡이 중심이 된다.

 

    음악의 인상주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싸이가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자 세상이 깜짝 놀란다. 중요한 것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상주의라는 것이다. 그 안에 감정이 있고 그에 따른 조형적 질서가 있다.

 

    감정의 옅음과 깊음, 가쁨과 여유로움, 굳셈과 부드러움이 있다. 강남스타일 안에 감정의 조형적 질서가 있다. 감정을 먼저 정하고 다음 거기에 멜로디를 태우고 화음과 리듬을 조절한다.

 

    감정의 내재한 조형적 질서를 찾아내는 것이 모든 예술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귀결점이다. 물론 이발소 그림을 보고도 전혀 괴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설명할 수 없다.

 

    최악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로디우스를 보고도 밤잠이 편하게 오는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반면 그것을 알아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대화는 풍성해질 수 밖에 없다.

 

    필자는 불협화음을 들어도 그다지 괴로움을 느끼지 못한다. 슬픈 음악을 들어도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다. 약간 차분해지는 정도이다. 그만큼 대화의 폭이 협소해지고 만다.

 

    마찬가지다. 깨달음은 인생 전체를 통털어 전방위적으로 민감하게 한다. 더 많은 것을 더 깊이 느끼게 한다. 매 순간 신과의 대화를 느끼게 한다. 짜릿짜릿 하다. 그래서 삶이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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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잘못 디자인된 자동차를 보면 괴로워집니다. 그래서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풍성해집니다. 그 사람의 삶은 풍성해집니다. 


    청각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불협화음을 들으면 매우 괴로워집니다. 그래서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즐겁습니다. 그 사람은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됩니다. 


    깨달음은 상황 그 자체에 대해서 맞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두 말이 필요없고 바로 통합니다. 몸에서 반응이 옵니다. 그 어떤 쾌락보다 유쾌합니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도 훈련하면 상당히 느끼게 됩니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훈련하면 상당히 느끼게 됩니다. 깨달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일을 훈련하면 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id: 비랑가비랑가

2012.10.31 (03:26:43)

소리에 관한 깨닫는 경지가 올라가면 

소리의 파동이 그냥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고 머리로 들어와서

가슴으로 들어와서 에너지 파동으로써 소리가 보이고 느끼게 된다던 글이 떠오르네요.

이게 '관음'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레벨:2]soul

2012.10.31 (03:43:08)

"시각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잘못 디자인된 자동차를 보면 괴로워집니다. 그래서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풍성해집니다. 그 사람의 삶은 풍성해집니다. "


너무 공감합니다. 



[레벨:21]스마일

2012.10.31 (09:53:02)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팝송이 있었는데 비디오는 라디오의 소리가 없었으면

지금보다 영향력이 줄어들 것라고 생각합니다.

라디오는 단지 소리만 나오는 것인데 TV가 나온 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극적인 부분을 더 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의 클라이막스에서 음악이 없었다면 극적 긴장감은 더 떨어질 것 이고,

극의 분위기나 상황을 배우보다 음악이 더 잘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 또한 음악입니다.

음악이 없었다면 기쁨의 한 축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배우 홍광호씨는 뮤지컬에서 성악풍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그 배우는 온 몸을 악기로 쓰는 것 같아요.

그 배우가 노래를 부르면 깊은 바다에 빠진 느낌,

온 몸의 살갗이 닭살처럼 돋으면서 뭐라 표현할 수없는 먹먹한 느낌에 가슴이 아리는데.....

 

저는 태고에 빅뱅이 일어났을 때

그때에 소리도 함께 태어나서

인간의 근원을 움직이는 것 중에 소리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레벨:10]큰바위

2012.10.31 (21:08:46)

글을 읽었는데,

울림과 떨림이 있다.

 

정간보도 아니고,

콩나물 대가리도 아닌데,

울림과 떨림이 있다.

 

김동렬 선생은 음악인인가? ^^

음치라면서....... 사람의 마음에 공명을 울리다니......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2.10.31 (22:40:27)

감각의 순서는 촉각=>청각=>시각=>후각=>미각 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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