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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70 vote 0 2020.08.17 (18:54:29)


    게임과 권력 그리고 보상


    인간은 게임하는 동물이다. 나의 사건을 일으키고 남의 사건에 가담하며 거기서 이득을 취한다. 게임을 설계하는 자는 권력을 얻고 남의 게임에 가담하는 자는 보상을 얻는다. 행복이든 쾌락이든 성공이든 게임의 보상이다. 눈에 보이는 보상은 가짜고 진실은 배후에서 작동하는 권력이다.


    인간의 본질은 권력이다. 보상은 부수적인 소득이다. 사건을 일으키면 호르몬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이 쏟아진다. 긴장하고 집중한다. 업되는 것이다. 그것은 도박꾼이 베팅할 때의 마음이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사건이 종결되면 적절한 보상을 받는다. 보상은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다.


    사건을 설계할 때의 기쁨은 증명할 수 없다. 그것은 본인만 아는 것이다. 필자가 글을 쓰는 이유는 즐겁기 때문인데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다. 누가 내 속마음을 알겠는가? 원인과 결과다. 원인의 기쁨은 증명할 수 없고 결과의 보상은 증명할 수 있다. 통장에 찍힌 돈 액수를 보여주면 된다. 


    도박꾼에게 물어보자. 정선 카지노에 가는 이유는? 필승법이 있다고 우긴다. 거짓말이다. 호르몬 때문에 도박한다. 베팅하는 순간 업되는 거다. 보상은? 없다. 필승법을 주장하는 이유는 대답이 궁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승법은 없고 호르몬이 원인이다.


    도박하는 순간 자신이 운명을 지배할 수 있다고 느낀다. 권력자가 된 느낌을 가진다. 실제로는 탈탈 털려서 거지 되지만 말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호르몬이 인간을 도박에 미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결과의 보상을 바라지만 보상은 남들 앞에 전시하는 수단이고 본질은 원인의 권력이다.


    권력은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해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것이다. 서로 간에 상당한 긴장이 조성되어 악기의 현처럼 팽팽해지는 것이 권력이다. 카지노에 입장하는 순간 마음은 한껏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해진다. 내가 올린 게시글에 백 개의 댓글이 달릴 때 마음은 팽팽해진다.


    적대적인 관계이든 우호적인 관계이든 외부로 링크가 연결될 때 인간의 마음은 팽팽해진다. 그것이 인간을 미치게 한다. 서로 선을 넘어오지 못하게 감시하며 적대적인 긴장도 있고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어가며 즐거운 긴장도 있다.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를 심화시킬 때 권력이 작동한다.


    권력을 부정하는 것은 비겁한 도피다.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소인배의 질병이다. 권력을 생성하는 것은 예술가의 창의다. 권력을 합리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진보의 목적이다. 권력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은 정치인의 능력이다. 권력에 굴종하면 노예다. 인간은 어떻게든 권력과 공생한다.


    노자의 권력부정은 허무주의로 귀결된다. 공자의 권력긍정은 문제해결의 단초가 된다. 낡고 비효율적인 권력은 밀어내야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권력을 창발해야 진짜다. 새로운 권력은 보다 효율적이다. 바이럴 마케팅이라도 새로 개봉한 영화라야 한 명이 열 사람에게 입소문을 전파한다.


    사실이지 인간의 차별은 피부색 때문도 아니고 계급투쟁 때문도 아니다. 인간이 권력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외부와 연결하는 진보의 권력생성과 내부를 쥐어짜는 보수의 권력소비가 있다. 둘은 동전의 양면이자 사실 한 몸이다. 진보가 권력을 만들어내면 보수가 그 권력을 소비하는 것이다.


    진보가 없으면 보수도 없다. 그 역은 불성립이다. 보수가 없어도 진보는 성립된다. 언제나 진보가 머리가 된다. 보수는 꼬리다. 그러나 진보의 성취가 높을수록 보수가 비집고 들어올 공간이 넓어진다. 언제나 진보가 불리한 게임이다. 룰을 만드는 자에게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식이다.


    권력과 공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고 했다. 인생의 게임에서 인간이 권력적 우위에 서는 순간은 한 번뿐이다. 새로 혁신하고 보다 성장할 때다. 그럴 때 인간은 잠시 게임의 주인공이 된다. 을이 아닌 갑이 된다. 그리고 다시 퇴행을 거듭한다.


    권력에 쫓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은 돈이 없어도 고생이고, 돈이 있어도 고생이며, 돈이 없는 상태에서 있는 상태로 변하는 동안 행복하다. 권력이 없으면 황폐하고, 권력이 있으면 집착하고, 권력이 없는 을에서 권력이 있는 갑으로 변하는 동안만 인간은 잠시 행복할 수 있다.


    권력의 가짓수를 늘려 상호작용 총량과 의사결정 총량을 증대시켜야 한다. 북한처럼 권력이 하나뿐이면 전 국민이 을이 된다. 정치권력 외에도 경제권력, 문화권력, 부모권력, 학생권력, 예술권력 등 다양한 권력게임을 일궈야 한다. 낡은 권력을 타파하고 부단히 새 권력을 도입해야 한다.


    외국으로 뻗어나가며 가속도가 걸려야 한다. 멈추면 퇴행하여 을이 된다. 속도가 일정해도 퇴행한다. 점차 화석이 된다. 숨 막혀서 살 수 없게 된다. 인간은 위태로운 게임을 벌이고 있다. 사방에 위험이 가득 차 있고 출구는 하나뿐인데 그 길로 곧장 가면 진보를 이루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


    게임을 설계하고 게임을 개설하고 게임에 참가하면 권력을 얻는다. 게임에서 승리하면 보상을 받는다. 좋은 사회라면 패배해도 보상을 받는다. 게임을 거부하면 노숙자가 되거나 교도소에 갇히거나 자살하게 된다. 나의 게임을 만들고 남의 게임에 가담하고 게임에 이기는 길 외에는 없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8.18 (03:38:04)

"나의 게임을 만들고 남의 게임에 가담하고 게임에 이기는 길 외에는 없다."

http://gujoron.com/xe/1228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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