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우리당 일각의 내각제설에 대하여


잘 모를 때는 가만이 있다가 중간이나 가는 것이 방법이 된다.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래서 침묵하고자 한다.


아니 안다. 모르긴 왜 몰라. 나도 들은 것이 있고 본 것이 있다. 그러나 보통은 잘 아는 자가 오판한다. 잘 알기 때문에 도리어 오판하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때만 해도 그랬다. 대선 직전 잘 안다는 신문사 기자들 중의 75프로가 이회창의 당선을 예상했다. 잘 모르는 네티즌들은 다 맞힌 것을 잘 안다는 정치부 기자들이 틀렸던 것이다.


그후 재신임정국 때도 그랬고 탄핵정국 때도 그랬다. 잘 안다는 기자들이 틀렸고 잘 안다는 국회의원들이 틀렸다. 잘 모르는 네티즌들이 옳았다.


내각제 이야기는 우리당 일각에서 작년 이맘때 부터 나돌았던 거다.(올해가 아니고 작년 이맘 때 말이다.)


대통령 측근 몇 명이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개헌 시나리오를 짜고 연정 아이디어를 건의했다는 설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필자도 과거(2001년 이전)에 원론 수준에서 내각제를 지지하는 글을 쓴 적이 있으니 굳이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까지 내각제 꺼낸 사람들 많지만, 내각제 거론해서 재미 본 사람은 없다. 기본적으로 약해보이기 때문이다. 내각제 꺼내면 왠지 박철언스럽고, 이한동스럽고, 김윤환스럽고, 김종필스럽지 않은가?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1) 진보정당의 성장을 위하여 원론 수준에서 내각제를 토론할 만은 하다.

2) 민주화 과정에서의 역사성을 존중하여, 민중의 함성과 열사들의 피로 얻어낸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에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된다.  

3) 선거구제 개편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


현 정세에 대하여 말한다면


1)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민노당은 이득을 본다.

2)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우리당은 민노당에 비해 손실을 본다.

3)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결과는 진보 대 보수 구도로 간다.


대통령 측근 몇 명이 모사하여 내각제를 위해 연정카드를 대통령께 건의했다는 우리당 일각의 설(필자는 이 이야기를 한달 전부터 여러 경로로 들었다. 작년부터 떠돌던 이야기로 알고 있다.)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세상 일이 모사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역사의 무게를 가볍게 보아서 안된다.


필자는 시중에 떠도는 설의 사실여부를 차치하고, 진보정당 입장에서 내각제를 주장하는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민노당이 내각제를 주장한다면 그 부분은 확실히 인정할만 하지만..(필자가 과거 내각제를 원론 수준에서 언급한 것은 명백히 진보정치의 활로를 모색한다는 의미에서였다.)


그러나 진보정치의 관점을 떠나서.. 단순히 대통령 퇴임 후 자기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내각제와 중대선거구제는 현역의원, 금뺏지들에게 무지 유리한 제도이다.) 내각제를 주장하는 사람도(예컨대 박철언, 이한동, 김윤환, 김종필들의 정치수명 연장을 위한 내각제 거론 말이다.) 또 그러한 시중의 설에 솔깃하여 근심에 젖어있는 자칭 우국지사들도 역사의 무게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로 본다.


그들은 가벼운 사람들이다. 진보정치의 관점에서 내각제를 검토하는건 좋다. 그러나 많은 작은 김종필들의 정치생명 연장수단으로 내각제가 거론된다면 틀려먹은 것이며, 또 그러한 시중의 설에 흔들리는 태도 역시 가벼운 것이다.


용이 될 자신이 없는 이무기들은 항상 내각제를 꺼냈다. 그 결과로 그들은 자신들의 이마빡에 ‘나는 이무기요’라는 딱지를 붙이고 말았다. 내각제는 이무기들의 커밍아웃 수단이었던 것.


역사의 무게를 믿고 의연하게 가야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의도로 연정을 말씀하시든 상관없이 그러한 흔들기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우리 정치를 진보 대 보수로 재편할 것이며 그 결과로 민노당이 가장 이득을 본다고 판단하고 있다.


왜인가? 이는 물리법칙이다. 키질을 하면 돌은 돌대로 모이고 티끌은 티끌대로 모이는 법이다. 판을 흔들면 자연스럽게 진보 대 보수로 갈라진다.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 정치지형에서 가장 손해보고 있는 집단이 가장 이득을 본다. 50프로 정도가 대답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 10프로 안팎의 지지세를 보인 민노당의 지지율이 100프로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20프로 이상의 의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략 산수해도 60석이 나온다.


역사의 경험칙으로 말하면 역사란 것은 어떻게든 건드리기만 하면 조금씩 앞으로 가게 되어 있으며, 민노당이 60석을 얻는 것이 현재 우리 국민의 정치성향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화 된다면 현재 10과 60석의 차이인 50석은 우리당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어쨌든 이 게임은 실력(실력은 이미 뽀록났다.)에 비해 의석을 너무 많이 가진 우리당이 민노당을 돕는 결과로 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결과적으로 민노당 돕기.. 말릴 수 없다.


나는 잘 모른다. 잘 몰라서 중간이나 가기로 했다. 그래서 보는 사람 없는 이 작은 게시판에서 조그맣게 말한다. 이 글도 잘 모르고 쓴 글이니 참고는 하되 근거 삼지는 말아주시라. 글쟁이의 긴 겨울이다.

 

덧글.. 내 경험을 말하면 이 글처럼 어디서 줏어듣고 쓴 이야기는 나중 확인해 보면 대개 영양가가 없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623 노무현은 무서운 사람이다 image 김동렬 2004-02-18 18131
6622 예술의 본질 김동렬 2008-08-14 18113
6621 광화문 1만 인파의 외침이 조중동의 귀에도 들렸을까? 김동렬 2002-12-01 18112
6620 노무현 학생층 공략작전 대성공조짐 김동렬 2002-09-12 18096
6619 이 사진을 보면 결과를 알 수 있음 image 김동렬 2002-12-19 18052
6618 서프라이즈 출판기념회 사진 image 김동렬 2003-01-20 18033
6617 구조의 만남 image 김동렬 2010-07-12 18014
6616 박근혜의 마지막 댄스 image 김동렬 2004-03-31 18008
6615 이회창이 TV토론에서 헤메는 이유 skynomad 2002-11-08 18006
6614 걸프전 문답 김동렬 2003-03-19 17978
6613 학문의 역사 -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김동렬 2006-02-03 17972
6612 구조의 포지션 찾기 image 3 김동렬 2011-06-08 17934
6611 후보단일화와 지식인의 밥그릇지키기 image 김동렬 2002-11-19 17933
6610 DJ 민주당을 버리다 image 김동렬 2004-01-21 17931
6609 노무현 죽어야 산다 image 김동렬 2003-08-28 17926
6608 지식인의 견제와 노무현의 도전 2005-09-06 17924
6607 후보 선택권을 유권자가 가지는 방식으로 조사해야 한다 SkyNomad 2002-11-18 17915
6606 Re..태풍이 가고 난 후 image 김동렬 2002-09-14 17915
6605 Re.. 확실한 패전처리입니다. 김동렬 2002-12-09 17907
6604 우리들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모양입니까? 김동렬 2007-09-10 17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