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322 vote 0 2009.02.18 (09:51:37)

 

신과 인간

신(神)은 사(私)가 아니라 공(公)의 존재다. 인간이 세포들의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신은 신의 세포들의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인간은 잘해야 그 신의 작은 세포 하나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신은 국가나 민족, 네티즌처럼 하나의 그룹 개념이다. 시공간 안에서 특정하여 따로 분리해낼 수 있는 '그놈'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신과 인간은 ‘너와 나’로 대등한 일대일 관계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간이 신을 상대함은 어떤 동아리, 범주, 그룹을 상대할 때와 같아야 한다. 신이 방송국이라면 인간은 라디오와 같다. 신과 인간의 관계는 라디오 대 라디오의 수평적 관계가 아니다.

그러니 그대 밤새 기도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라디오와 라디오는 소통하지 못한다. 자연에서 수평적 소통은 없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자연에서 소통은 언제라도 아래로 내려갈 뿐이다.

그러므로 의지는 신에게서 인간에게로 흐를 뿐 인간에게서 신으로 역류하지 않는다. 방송국과 라디오는 소통하지만 일방적이다. 방송국은 라디오에 전파를 송출하지만 라디오는 방송국에 송신하지 못한다.

신은 인간을 이용하지만 인간은 신을 이용하지 못한다. 방법은 인간이 스스로 방송국이 되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라디오인 그대가 또다른 라디오들을 거느리고 방송국의 포지션으로 올라서야 한다.

세상 앞에서 자기 자신의 독립적인 채널을 개설하고 낳음의 존재, 창조적인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비로소 완전해진다. 신의 일부인 인간이 신의 세포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세포가 된다. 신의 일원이 된다.

KBS나 MBC는 방송국이고 네티즌들은 라디오로 그 방송을 듣는다. 방송국의 의지는 라디오를 통하여 네티즌에 전달되지만 네티즌의 의지는 방송국에 전달되지 않는다. 가끔 시청자 엽서를 받아준다지만 현혹되지 말라.

네티즌이 아프리카에 방송을 개설하고 전파를 송출하면 그 네티즌의 목소리는 KBS나 MBC에 전달될 뿐 아니라 스스로 그 방송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신과 소통하는 방식은 그 뿐. 신의 역할을 나눠가지기.

국가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려 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일원인 당신이 그 국가를 위하여 무언가 기여해야 한다. 신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려 할 것이 아니라 신의 일원인 당신이 신을 위하여 기여해야 한다.

인간은 신에게 기여한 만큼 발언권을 가지게 된다. 그대가 개설한 독립적인 채널의 크기만큼, 낳음의 크기만큼 신은 응답한다. 신은 실로 당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http://gujoron.com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7319 갤럽조사 여론평정 김동렬 2025-01-24 3824
7318 젤렌스키 트럼프 푸틴 시진핑 김동렬 2025-03-01 3826
7317 대칭구조 김동렬 2025-04-17 3832
7316 일론 머스크와 이재용 2 김동렬 2025-02-04 3837
7315 황현필과 해방전후사 김동렬 2025-02-24 3851
7314 이재명과 유승민, 잡초와 엘리트 1 김동렬 2025-02-24 3854
7313 굥의 전쟁 2 김동렬 2025-03-18 3871
7312 신의 입장 image 김동렬 2025-02-21 3885
7311 이재명호의 다르마 1 김동렬 2025-04-21 3897
7310 김경수 임종석의 법칙 김동렬 2025-02-03 3903
7309 프란치스코 예수 게이 1 김동렬 2025-04-21 3909
7308 명절전쟁의 이유 1 김동렬 2025-01-26 3912
7307 윤석열 감옥공천 김동렬 2025-01-18 3916
7306 타블로와 이재명 1 김동렬 2025-02-19 3920
7305 인간의 진실 김동렬 2024-11-05 3923
7304 이재명 조절의 정치 김동렬 2025-02-27 3927
7303 김경수와 문까들 김동렬 2025-02-02 3972
7302 토마스 만의 보수주의 김동렬 2024-12-14 3982
7301 윤석열 대선보이콧 지령 김동렬 2025-01-22 3986
7300 이재명과 김문수, 왕과 거지 김동렬 2025-03-04 3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