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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76 vote 0 2021.05.09 (18:36:23)

    고쳐쓴 글입니다.


    세상은 사물object이 아닌 사건event이다. 정지해 있는 사물이 아닌 움직이는 사건이다. 이에 근본적인 시각교정이 필요하다. 사건과 사물은 진행방향이 다르다. 사건은 진행할수록 범위가 좁혀지고 사물은 움직일수록 범위가 넓어진다. 애초에 방향이 다르므로 갈수록 차이가 벌어진다. 이 세계를 방문하는 자는 준비되어야 한다. 뇌구조를 통째로 갈아엎지 않으면 안 된다. 사건 중심으로 사유하는 관점을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건은 내부를 보고 사물은 외부를 본다. 내부를 수색하면 막다른 곳에 이른다. 거기서 사건이 종결된다. 반면 외부는 무한히 연결된다. 사물은 확산방향이고 사건은 수렴방향이다. 외부로 확산되면 알 수 없고 내부로 수렴되면 결론이 난다. 사건은 알 수 있고 사물은 알 수 없다. 사물의 외부연결은 확산방향이다. 사건의 내부종결은 수렴방향이다. 사물은 플러스고 사건은 마이너스다. 


    사건은 내부가 있고 내부에는 구조가 있으며 구조는 의사결정을 한다. 거기에 시간적인 진행과정이 있다.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고 우선순위의 질서가 있다. 내부적으로 돌아가는 메커니즘이 있다. 사물은 그것이 없다. 하나도 없다. 사물은 밖에서 자동차의 껍데기를 살펴보는 관점이고, 사건은 자동차 내부로 들어가서 직접 운전해 보는 관점이다. 사건의 관점이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게 한다.


    사물의 자동차는 외부의 어떤 환경에 두느냐에 따라 가치가 변하지만, 사건의 자동차는 내부의 엔진과 마력과 토크로 정확히 평가된다. 사물의 플러스가 상대평가라면 사건의 마이너스는 절대평가다. 사물의 금반지는 외부의 누구 손가락에 끼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사건의 금반지는 내부가 24금인지 18금인지에 따라 가치가 확정된다.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건으로 보고, 마이너스로 보고, 수렴으로 보고, 범위를 좁혀보는 관점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경찰이 범인을 잡을 수 있다. 사물로 보고, 플러스로 보고, 확산으로 보고, 범위를 넓혀보기로 하면 음모론에 빠져버린다. 사태는 미궁에 빠져버리고 범인을 잡을 수 없게 된다.


    세상을 물질이 아닌 에너지로 보고, 정靜이 아닌 동動으로 보고, 외부에서 지목되는 대상이 아닌 자체의 메커니즘으로 보고,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보고, 귀납이 아닌 연역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 그대는 낯선 세계에 초대받은 것이다. 우리는 공간의 정지해 있는 사물을 분간하는데 익숙할 뿐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사건을 추적하는데는 익숙하지 않다.


    관점이 잘못되었다. 원인에 서서 결과를 바라봐야 하는데 대개 결과에 서서 원인을 바라보는 오류를 저지른다. 연역과 귀납의 차이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포착했을 때는 사건이 이미 종결된 다음이므로 자연히 결과를 보게 된다. 틀렸다. 원인을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홀리지 말아야 한다. 보이는 대로 보면 안 되고 특별한 방법을 써야 한다. 그것은 모형을 사용하는 연역이다. 


    연역과 귀납은 사유의 방향이 다르다. 연역은 완전한 전체의 모형에서 출발하여 부분을 하나씩 쪼개는 마이너스다. 귀납은 쪼개진 부분을 모아서 전체를 구성하는 플러스다. 완전한 전체의 모형에 대한 감각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뇌 안에 프로그램을 새로 깔아야 한다.


    세상은 사물object의 집합이 아닌 사건event의 연결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세상을 사물의 집합으로 보는 오류를 저지른다. 객체의 반대편에 주체Subject가 있다. 인간의 사유는 주체와 객체의 대칭을 따른다. 자극하고 상대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공간의 정지해 있는 사물을 분간할 뿐 시간을 타고 움직이는 사건을 추적할 수 없다.


    우리는 주체와 객체의 공간적인 대칭에 매몰되어 사건의 시간적인 진행을 놓친다. 관측자인 나를 지우고 객체 안에서 작동하는 또 다른 대칭을 추적해야 한다. 권투선수라면 나와 상대의 대칭을 버리고 상대의 몸과 주먹의 대칭을 추적해야 한다. 그럴 때 날아오는 상대의 주먹을 피할 수 있다. 축구시합의 골키퍼라면 나와 키커의 대칭을 버리고 키커와 공의 대칭을 추적해야 한다.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읽어낼 수 있다.


    사건의 추적은 마이너스다. 먼저 나와 상대의 대칭을 찾은 다음 나를 지운다. 다음 상대의 몸과 손에 쥔 칼의 대칭을 찾은 다음 몸을 지운다. 다음 상대의 칼과 그 칼의 움직임에 따른 대칭을 찾은 다음 칼을 지운다. 나도 사라지고 상대도 사라지고 칼도 사졌을 때 칼날의 궤적이 보인다. 뺄 것을 잘 빼야 상대의 다음 동작을 미리 읽어낼 수 있다. 뺄 것을 빼지 않으므로 뇌에 과부하가 걸려 헤매게 되는 것이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다. 하수는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하고 있고 고수는 한 가지만 생각한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간다. 사건의 추적은 현재 확인된 결과에서 단서를 얻어 대칭을 차례대로 연결하여 과거에 격발된 원인을 되짚는 것이다. 미래는 다가오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고 자연히 과거를 주목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므로 자연의 순리와 맞지 않다. 이것이 귀납의 오류다. 인간의 사유는 모두 이 함정에 빠져 있다. 자연은 원인에서 결과로 가는 순방향인데 인간의 추론은 결과에서 원인을 되짚는 역방향이므로 실패한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했을 때는 살인사건이 벌어진 후다. 그 상태에서의 추론은 사건의 흐름과 방향이 반대된다.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듯이 자연의 순리를 따라가야 한다. 자연의 시간이 미래로 가므로 인간의 사유도 미래로 가야 한다. 완전성의 모형을 사용하는 연역추론으로 그것은 가능하다.


    대개 그렇게 못한다. 모형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4년전 혹은 5년전 선거를 재현하려고 한다. 미래로 가지 않고 과거로 간다. 지난번 선거가 질 단계라면 이번 선거는 입자, 다음은 힘, 그다음은 운동 그리고 량이다. 접혀 있던 것을 하나씩 풀어내는 것이다. 정치인은 반대로 간다. 과거의 노풍을 재현하겠단다. 흘러간 트럼프 돌풍을 재현하겠단다. 마크롱 극중주의 노선을 재현하겠단다. 죄다 과거다. 당연히 망한다. 윤석열 바람도 흘러간 과거다. 과거로 역주행하므로 망한다.


    우리는 세상을 사물의 집합으로 본다. 원자의 집합으로 본다. 집합은 플러스다. 틀렸다. 자연은 마이너스다. 자연에 집합은 없다. 흩어진 자원을 집합시키는 데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자연은 변화한다. 변화에는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는가다. 자연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한 방향으로 간다. 그 방향은 마이너스다. 다른 말로는 엔트로피 증가다.


    세상을 마이너스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대상을 보지 말고 둘 사이의 관계를 봐야 한다. 더 큰 단위로 올라가서 둘이 공유하는 토대를 찾아서 거기에 닫힌계를 지정해야 한다. 자연이 어떤 성질을 가지는 것은 둘 사이의 거리가 어떻기 때문이다. 둘의 간격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 단계 위로 올라가서 거기서부터 하나씩 빼는 방법을 써야 한다. 그러려면 출발점을 잘 찍어야 한다. 내부에 메커니즘을 갖춘 완전성의 모형이 필요하다. 자극하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는 대칭적 사고를 버리고 자체 메커니즘을 따라가는 모형적 사고를 터득해야 한다.


    사과를 얻으려면 먼저 과수원부터 찾아야 한다. 사과보다 과수원이 높은 층위의 개념이다. 높은 단계로 올라가서 거기서 해당되지 않는 것을 하나씩 빼면 마지막에 원하는 사과가 남는다. 바늘을 찾으려면 먼저 헛간을 찾은 다음 지푸라기를 하나씩 걷어내야 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수학이 시간을 단축시켜 주므로 걸리는 시간은 무시하자. 테슬라는 외부의 자석을 가져와서 바늘을 찾는 플러스 법을 쓰고 에디슨은 지푸라기를 하나씩 걷어내는 소거법을 쓴다. 에디슨의 방법이 과학적이다. 지푸라기를 초당 백만 개씩 걷어내는 기계를 만들면 된다. 테슬라는 자석을 가지러 갔다가 길을 잊어먹고 소식이 없다. 막연히 외부를 연결하지 말고 주어진 현장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홍경래군이 정주성에서 포위되었을 때 막연히 청나라 군대를 불러온다는 둥 하며 외부를 끌어들이지 말고 주어진 성벽 안에서 승리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던 것이다.


    미리 준비된 모형에서 하나씩 빼는 마이너스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내게 필요한 것을 들여와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방해자를 제거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다. 부동산 문제든 뭐든 규제를 플러스하기 보다 방해자를 마이너스해야 한다. 플러스로 잠시 시간을 벌지만 풍선효과에 의해 원래로 돌아간다. 객체 내부에서 조절장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플러스해도 시간이 흐르면 시장이 저절로 조절되어 버리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환경에 붙잡혀 있다. 부동산은 시장에 잡혀 있고 범인은 패거리에 잡혀 있다. 그것을 붙잡고 있는 더 큰 단위로 올라가서 내부의 조절장치를 작동시켜야 한다. 시장에서 방해자를 제거하고 패거리에서 배후세력을 소탕해야 한다.


    외부의 개입 없이 닫힌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무조건 마이너스다. 우주유영을 하는 우주인은 자신을 쪼개는 방법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우주공간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그것은 마이너스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주변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사건이 커지면 우주유영하는 우주인처럼 고립된다. 대결이 첨예해져서 결정적인 상황에 몰리면 반드시 우주 안에서 완벽하게 고립된 존재가 된다. 뺄 것을 미리 준비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 플러스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마이너스를 위한 사전작업의 플러스여야 한다.


    플러스로 가는 귀납적 세계관을 버리고 사전에 모형을 세우고 마이너스로 가는 연역적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내게 필요한 것을 구하는게 아니라 내게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기다. 그 방법으로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증대시키고 그다음은 확률에 맡겨야 한다. 환경변화에 잘 대응하면 이기고 환경변화가 없으면 망한다.


    세상은 정이 아니라 동이며, 공간에서 막힌 것을 시간으로 풀어내는 것이며, 안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며, 굳센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것이며, 완벽한 것이 아니라 모순된 것이다. 이익을 플러스할 수는 없고 잘하면 손실을 마이너스할 수는 있다. 평소에는 외부와 복잡하게 얽혀서 그렇지 않으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외부와의 연결이 끊어져서 그렇게 된다. 법칙의 매몰찬 다그침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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