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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40 vote 0 2021.09.01 (16:28:54)

    일본군은 결사항전을 주장하다가 원자탄 두 방을 얻어맞고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아프간의 탈레반은 어제의 적이었던 미군과 협력하고 있다. 반면 어제의 동지였던 IS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어 있다. 북한도 순식간에 친미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츤데레를 모를 뿐.

 

    민족주의는 거짓말이다. 이념은 거짓말이다. 관념은 거짓말이다. 정신력은 거짓말이다. 그것은 대중을 동원하는 정치기술에 불과하다. 인간은 원래 죽어보자고 말을 안 듣는 동물이다. 말을 듣게 만들려면 권력을 나누어야 한다. 무슨 이념이라는 것은 권력을 나눠 먹는 기술에 불과하다. 


    동네 양아치들에게 반공이라고 써서 완장을 하나씩 채워주면 의기양양해 하면서 골목을 돌아다닌다. 그런 거다. 본질은 물리적 원인이다. 그것은 지정학적 원인이나 돈이다. 석유가 터지면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항구를 확보하고 도로가 뚫리면 사람의 생각이 달라진다. 


    이념이나 관념도 물리적 원인이 된다. 그러나 이념이나 관념 그 자체가 아니라 이념으로 동원된 집단의 결속된 힘이다. 이념은 동원수단이고 동원되면 쪽수를 믿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념으로 동원된 군중이 2차적으로 물리적 힘을 도출할 수 있지만 본질은 물리적 원인이다. 


    관념은 하루에 열 개도 지어낼 수 있다. 관념이 힘을 가지는 것은 관념이 어때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게 먹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그게 먹힌다고 믿는 이유는 역시 물리적 환경 때문이다. 넓은 곳에서는 먹히지 않고 좁은 바닥에서는 먹힌다. 


    섬과 대륙은 움직이는 방향이 다르다. 섬은 상대가 코너에 몰려서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고 믿을 때 움직이고 대륙은 도미노처럼 이어져서 이웃 마을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움직인다. 내가 왼쪽을 칠 때 상대가 오른쪽으로 회피할 것으로 예상되면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비좁은 곳에서 내가 어느 쪽을 공격하든 상대가 옴쭉달싹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움직인다. 또는 넓은 곳에서 내가 A를 치면 A는 B를 칠 것으로 판단되면 경쟁이 붙어서 미친 듯이 움직인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예측은 빗나갔다. 장개석의 모택동 몰이도 실패로 돌아갔다. 


    해방 직전 독립투사들은 장개석 진영으로 백여 명이 갔고 모택동 진영으로 8천 명이 갔다. 사회주의 이념 때문이 아니라 모택동이 총을 줬기 때문이다. 장개석은 선전임무를 줬다. 독립투사들은 그저 총을 쏘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념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단 본질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리적 변화가 본질이고 이념은 대중을 동원하는 기술이다. 인터넷이든 스마트폰이든 기관총이든 전차든 비행기든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면 사람은 흥분한다. 흥분한 군중을 광장에 끌어모을 때는 걸맞는 구호를 제시해야 한다. 그게 이념이다. 좋은 이념은 사람들을 잘 끌어모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 총 보고 오는 거지 구호 듣고 오는게 아니다. 단 그 총의 존재가 애매해서 이념이 필요한 것이다. 총은 있는데 화약이 없다면 낭패다. 그런 식이다. 박정희가 내세운 ‘잘살아 보자’는 구호 때문에 사람이 모인게 아니라 마을마다 나눠준 시멘트 포대가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새마을은 사기고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갔다. 사람들은 실물을 봐야 움직인다. 현장에서의 물리적 변화에 이념적 선전을 더하면 금상첨화가 되지만 현장에 가보지도 않는 책상물림이 세 치 혓바닥을 놀려 이념놀음으로 사람을 꼬시려고 한다면 한심한 거다. 지식인의 오만과 몽상이 그것이다.


    아프간 협력자를 데려온 정부의 일처리는 탁월했다. 혼란한 이동과정에 패닉에 빠져 아기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옷을 준비하고 인형까지 선물했다. 이런 적극적인 행동은 한국인만 가능한 주체성 행동이다. 시킨 일만 하는 일본인의 타자성과 다르다.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일제히 그쪽으로 간다.


    죽어보자고 말 안 듣는 병사를 어떻게 심리적으로 제압하여 사고 못 치게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어놓을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일본인의 발달한 메뉴얼이 나온 것이며 반대로 어떻게 민중의 자발적인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 혁명을 거친 나폴레옹의 강점이다. 


    귀족문화와 혁명문화는 방향이 다른 것이다. 원래 전투의 모든 편제는 병사들이 도주하지 못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야전에서 기동이 제한된다. 이길 수 있어도 대형이 깨질까봐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영국군은 반복훈련으로 해결했고 프랑스군은 혁명으로 해결했다.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도주하지 않는 막강한 군대가 등장한 것이다. 이후 전술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형에 따른 지정학적 구조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듯이 문화의 의사결정구조에 따른 심리적 지정학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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