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93 vote 0 2021.09.04 (21:08:47)

    소크라테스는 빼기의 달인이었다고 한다. 산파법으로 알려진 그의 논박술은 부당하고 부차적인 것을 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한다. 서점가에 그런 내용의 책이 나와 있는 모양이다. 구조론은 한마디로 빼기다. 살을 빼면 뼈가 남는다. 바로 그것이 구조다.


    아닌 것을 제거하면 최후에 남는 것이 정답이다. 욕망은 플러스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자오락에 빠져 있는 모양이다. 전자오락욕이라는 욕망이 있을까? 출세욕, 명예욕, 식욕, 성욕이라는게 정말 있을까? 식욕과 성욕은 물론 증명할 수 있다. 그런데 상당 부분 거짓이다.


    욕망은 플러스다. 마이너스가 답이다. 갑자기 식욕을 주체할 수 없다면 남자친구가 없는 거다. 갑자기 성욕이 넘친다면 무언가 불안한 거다. 물론 개인 간의 호르몬 차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무언가 결핍이 있고 그에 따른 분노를 식욕과 성욕으로 달래고 있다.


    자녀가 없거나 친구가 없거나 역할이 없거나 무언가 없다. 구조론으로 보면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감소해 있다. 우주 안의 모든 사건의 원인은 하나다.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가 빠져서 간격이 멀어졌다. 영역이 없거나 가족이 없거나 무언가 없어서 겉돌고 있는 것이다.


    환경과의 관계에서 무언가 깨져 있다. 욕망은 결핍의 보상이다. 소년이 전자오락을 욕망하는게 아니라 환경과의 긴밀한 관계를 상실했다. 이런 점은 관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다, 자유다, 정의다, 평등이다, 행복이다, 공정이다, 페미니즘이다 하고 끝이 없다


    자꾸만 무언가를 추가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잃어버린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위에서 잃은 것을 아래에서 찾으려 하는 실패다. 개인의 위는 집단이다. 집단에서 무언가를 잃었을 때 개인에게서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한다. 한국은 갈수록 집단과의 관계가 깨진다.


    핵가족화에 출산거부다. 무언가를 잃고 있기 때문에 대신 무언가를 먹고 있는 것이다. 플러스는 끝이 없다. 계속 뭔가 주문된다. 마이너스가 진실하다. 본질은 환경이 변화한 것이다. 환경과 맞물리는 톱니가 빠져서 겉돌게 된다. 그때의 불안감이 욕망으로 나타난다.


    야망, 탐욕, 의지, 신념 따위는 개소리다. 뭔가를 플러스해서 되는 일은 없다. 무언가 깨져 있고 겉돌고 있다. 톱니가 빠져 있고 나사가 빠져 있다. 답은 마이너스에 있다. 어차피 조금은 빠져나간다. 거기 조절장치가 있다. 우리는 덜 빠져나가게 조절할 수 있을 뿐이다.


    더하더라도 빼고 난 다음에 더해야 한다. 먼저 살을 빼고 근육을 더해야 한다, 먼저 근육을 만들고 다음에 살을 빼자는 식은 안 된다. 창고에 물건을 쌓아도 그렇다. 먼저 뺄 것을 빼고 그다음에 적재해야 한다. 실제로 일을 해보면 이 문제는 의외로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것이 우주의 근본모순임을 알아야 한다. 우주 안의 모든 질서는 이 하나의 모순에 의해 일어난다. 소크라테스의 빼기는 여러 가지 지식 중의 하나가 아니고 모든 지식의 기초가 되는 근본지식이다. 모두 여기서 가지를 쳐 나가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726 기정과 탱킹 2 김동렬 2024-02-27 1213
6725 존재는 도구다 김동렬 2024-02-01 1214
6724 소크라테스 김동렬 2024-02-22 1217
6723 신의 권력 김동렬 2023-11-29 1224
6722 직관 논리 믿음 김동렬 2024-03-29 1227
6721 한국 정치의 비밀 김동렬 2024-04-01 1227
6720 조국당이 이기는 이유 1 김동렬 2024-04-03 1231
6719 인간의 고통 김동렬 2023-11-28 1233
6718 오자병법 손자병법 2 김동렬 2024-02-26 1233
6717 교언영색 한동훈 image 김동렬 2024-03-13 1233
6716 정치란 이렇게 하는 것이란다 김동렬 2024-03-12 1237
6715 클린스만 잘한다 김동렬 2023-11-23 1261
6714 인간의 충격 김동렬 2023-11-26 1261
6713 노무현 이후에 노무현이 없다 김동렬 2024-04-04 1268
6712 국힘당과 집단사고 김동렬 2024-04-05 1274
6711 바보를 바보라고 불러야 한다 김동렬 2024-03-22 1276
6710 서편제와 동편제의 비밀 image 1 김동렬 2024-02-20 1283
6709 마동석 액션의 의미 김동렬 2024-02-20 1288
6708 테크노 낙관주의 비판 1 김동렬 2023-11-24 1299
6707 과학자의 조국 image 1 김동렬 2024-03-21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