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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54 vote 1 2006.07.06 (23:42:38)


에리히 프롬의 존재냐 소유냐를 읽었을 것이다. 이는 사건에 개입하고자 할 때 어느 수준에서 개입하느냐이다. 전체에 개입하는가 아니면 부분에 개입하는가. 전부를 욕망하는가 아니면 부분을 욕망하는가.

예컨대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다면 부분에 개입함이요 살고싶어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더 크게 보고 사건의 전체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깨달음이 있다면 사건의 전체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 자연스러움과 어색함(부자연스러움) - 존재에 대해.. 대상을 창조, 완성.
● 떳떳함(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수줍음) - 개인에 대해.. 대상을 소유, 지배.
● 우월감(소속감)과 열등감(소외감) - 관계설정에 대해.. 사건에 개입함.
● 고움(사랑)과 미움(거부감) - 사건의 시간적인 지속.. 사건을 받아들임.
● 기쁨(좋다)과 슬픔(싫다) - 개별적인 사건.. 사건을 인지함.

중요한 것은 포섭관계를 인지하는 일이다. 여기서 위가 아래를 포섭한다. 즉 떳떳함은 자연스러움에 속하고, 우월감은 떳떳함에 속하고, 고움(사랑)은 우월감에 속하고, 기쁨은 고움(사랑)에 속한다.

이러한 구분은 그 대상을 단일사건으로 보느냐 주변과 연관시켜 보느냐이다. 기쁨과 슬픔은 단일 사건에 대하여 반응함이다. 예컨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반가움은 이성적인 판단 이전에 본능이다.

미운 사람이라도 오랜만에 만나면 일단 반갑다. 밉다는 느낌은 이성적인 생각과 판단이 개입한 것이다. 미운 사람도 일단 몇 초 동안은 반갑지만 그 사람의 행위에 대응하여 자기 행동을 결정하려고 하면 다시 미워진다.

여행을 가면 첫날은 무조건 기쁘다. 이건 기계적이다. 하루종일 방에 머물러 있다가 밖으로 나가보면 일단은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이 기쁨이다. 기쁨은 개별적인 사건에 대응하여 기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기쁨은 어떤 만남의 형태로 되어 있다. 구체적인 만남이거나 추상적인 만남이거나 어떤 사건이 일어나야 기쁠 수 있다. 여기서 만남이 반드시 시각적인 만남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노래를 부른다거나 일을 한다거나 음악을 듣는다거나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어떻게든 뇌를 새롭게 사용하게 하는 것은 모두 만남이다. 상쾌함, 유쾌함, 시원함, 즐거움을 포함한다.

반대로 모든 형태의 슬픔은 어떤 상실의 형태로 되어 있다. 아끼는 것을 잃어버렸을 때, 좋은 사람과 헤어질 때, 있던 것이 사라졌을 때, 갇혀있을 때, 변화가 없을 때 슬픔을 느낀다. 뇌를 새롭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곱다/밉다는 어떤 사건의 시간적인 지속에 관한 것이다.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기쁨을 지속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기쁨의 지속이라 할 수 있다. 미움은 슬픔의 지속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과 미움은 기쁨과 슬픔보다 고차원의 감정이 된다. 기쁨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나타나지만 사랑은 그 상태를 지속시킬 분명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즉 사유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사랑은 없다. 생각이 얕은 사람에게는 사랑이 얕다. 생각이 깊은 사람에게는 사랑이 깊다. 사랑은 생각의 양과 질에 비례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기쁨보다 복잡한 감정이고 깊은 감정인 것이다.

우월감(소속감)과 열등감(소외감)은 대상과의 관계설정에 관한 것이다. 우월감은 집단에 대한 관계설정이다. 그러나 반드시 이 부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교우위가 들어가는 모든 욕망을 의미한다.

예컨대 낡은 차 보다는 새 차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도 본질에서 같은 것이다. 그것은 성취감이다. 집단에의 소속감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는 의지다. 이는 현재로서 동기가 부여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동기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는 열망이 이에 속한다. 동기를 발견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무언가 일을 벌이거나 놀이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이에 속한다.

떳떳함과 부끄러움은 대상과의 관계에서 보다 자기중심적으로 보려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승리하고 지배하고 명령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이다. 이는 단순한 우월감이나 소속감과 다르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욕망, 권력의지, 상대방이 뭔가 결정할 때 그것을 방해하고 싶은 심술, 자신이 개입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조정하려는 욕망, 가부장의 모든 결정을 자기의 허락에 의해 가능하도록 상황을 통제, 장악하려는 욕망, 어머니의 참견하고 관리하려는 욕구가 이에 속한다.

자연스러움은 예술가가 작품성을 끌어올려 완성하고자 하는 욕망과도 같은 것이다. 자기중심이 아니라 그 대상 자체를 완성하고 완전하게 하려는 의지다. 이 과정에서 자기를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가정에서 가부장이 자신이 전적으로 상황을 장악, 통제, 관리하려는 욕망을 포기하고 되도록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자기가 없어도 각자 자연스럽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욕망을 터득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므로 전부를 욕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부를 욕망하기 위해서는 전모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전모를 보기 위해서는 이상주의를 가슴에 품지 않으면 안 된다. 정상의 모습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번도 정상에 서 보지 못한 사람,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되어보지 못한 사람, 어떤 일의 전체과정에 참여해 본 적이 없는 사람, 무언가를 맡아서 독립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러한 욕망을 가질 수 없다.

여행을 하든, 등산을 하든, 노래를 부르든, 그림을 그리든, 연주를 하든, 끝까지 가봐야 한다. 극점을 찍어야 한다. 100프로 완성시켜 보아야 한다. 그러한 체험이 자기 내부에 쌓이고 쌓여서 넘쳐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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