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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67 vote 0 2004.04.13 (20:23:51)

오늘 한 사람이 희생되었습니다. 하늘도 울고 있는 듯 합니다. 박근혜가 탄핵을 철회했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습니다. 헌재가 판결을 미루면 열명이 죽고, 탄핵을 가결시키면 오십명이 죽습니다.

왜 사람이 죽습니까?

탄핵을 저지른 저들 193인은 모르고 한 짓입니다. 저들도 인간인 이상 알았다면 탄핵을 강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른다고 용서되는 일은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탄핵은 결코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실존적 문제입니다. 인간의 존엄성 차원의 일이라 이거에요. ‘왜 사느냐?’ 말입니다. 국가는 하나의 가정입니다. 가정이 깨지면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그림은 바다표범 사냥장면.. 이 야만을 방관해서는 자기존엄의 부인이 된다.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형과 주먹다짐을 한 일이 있지요. 어머니는 울면서 말렸습니다. 당신께서 죽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전 그때 이해 못했습니다. 형제간의 다툼이 왜 당신께서 몸을 버리실 일이 되는지.

그때 어머니의 말씀을 깨닫는데 20년이 걸렸습니다.

90년 초 3당야합 때가 생각나는군요. 강경대 열사의 죽음 이후 수십여명이 분신했습니다. 한 여인이 죽었습니다. 그때 조선일보는 말했습니다. ‘정신이 이상한 30대 이혼녀’가 신문에 이름을 내기 위해서 자살했다고요.

저는 조선일보의 만행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그 분이 여성이고 이혼녀라는 이유만으로 정신이상자로 몰아간 것입니다. 인간이 이 보다 더 사악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민노당은 탄핵유도론이니 하며 양비론의 입장을 취했지요. 저는 이런 거 잘 안잊어 먹습니다. 탄핵은 결코 정치술의 차원이 아닙니다. 민주화과정에서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을 맞닥드린 것입니다.

프랑스가 300년 동안 싸워서 이룬 것을 우리는 50년으로 압축시켜야 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수십만명의 피로 이룬 것을 우리는 최소한의 피로 성취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는 고통입니다.

폭압의 전두환 때는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전두환 때도 가만 있던 시민들이 왜 한결 누그러진 노태우 때 죽음을 결행했을까요?

왜? 무엇 때문에?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87년 우리는 민주주의의 맛을 봐버린 것입니다.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때 그 시절 우리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것입니다.

왜 치명적인 YS 때도 가만 있던 사람들이, 노무현정부에 와서 죽음의 고통을 느끼는 것입니까? ‘국민참여’의 맛을 봐버렸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않는다면 차라리 체념하고 살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노태우가 전두환 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길을 선택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이것이 인간이란 존재의 실존적 고민이란 말입니다.

짐승같이 살려면 그냥 살면 됩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된 거에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보겠다는 꿈을 가져버린 거에요. 그런데 3당야합의 노태우는 다시 짐승으로 만족하랍니다. 어찌 살 수가 있겠습니까?

어떤 일이든 그래요. 안하려면 몰라도 한번 손을 댔다면 그것을 윤리적으로 또 미학적으로 완성시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인간의 존엄성이에요.

왜 인간이 존엄한 존재인가?

그것이 완성의 100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욱 더 간절하게 그것을 그리워하고 그 사랑을, 그 삶을, 그 가치를, 기어이 아름답게 100프로 완성시키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 간절함 앞에서 인간은 평등한 것입니다.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권위주의 시절에는 차라리 괜찮았어요. 그냥 체념하고 살았다 말입니다. ‘우리가 가만 있어도 위에 있는 높으신 분들이 다 알아서 잘 해주겠지’ 하고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탈권위주의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은 말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 말을 잊어먹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말을 농담으로 듣지 않았다 말입니다. 국민이 대통령인데 그 국민이 탄핵당한 거에요.

국민인 내가 참여하고, 국민인 내가 판단하고, 국민인 내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내 대통령을 내가 뽑아놓고, 때로는 하는 일이 맘에 안든다고 잔소리도 하고, 때로는 잘한다고 격려도 해주고.. 그러는데 갑자기 이상한 것들이 나타나서 대통령을 격리시켜 버린 겁니다.

이래도 살 맛이 나겠습니까?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입니다. 잔소리를 해도 내가 하고, 혼을 내도 내가 하고 칭찬을 해도 내가 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렇게 마음을 먹고 지켜보는데 그걸 막아버린 거에요. 막 100에 도달하려는 순간 99에서 막혀버렸는데 어찌 복장이 터지지 않겠습니까?

이건 결코 대통령 한 사람을 지키자는 운동이 아니에요. 인간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자는 겁니다. 민주주의를 몰랐다면 그냥 살 수 있어요. 짐승처럼 살려면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한번 민주주의를 알아버린 이상, 완전한 민주주의가 안된다는 것이 노태우정권 때 수십여명을 희생을 낳은 분신의 교훈입니다. 그 많은 죽음들을 두 눈 뜨고 지켜보고서도 깨달음이 없었단 말입니까?

권위주의로 가기로 하면 괜찮아요. 그냥 체념하고 사는 거지요. 그러나 우리는 이미 탈권위주의의 맛을 봐버린 거에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겁니다. 이거 완성시키지 않으면 안됩니다. 왜? 간절해서. 그리워서. 안타까워서.

그 때문에 사람이 죽고 있습니다.

적들의 탄핵은 사람을 죽이는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보람을 없애버린 겁니다. 이래서는 살맛이 안나는데 어찌 살겠습니까? 박근혜와 추미애가 탄핵을 철회했다면 살릴 수 있는 목숨이었습니다.

헌재가 결정을 미루면 열명이 죽고, 탄핵으로 결정하면 오십명이 죽습니다. 이거 알 아야 합니다. 박근혜 추미애는 몰라서 저지른 겁니다. 그거 모르는 사람은 제발 부탁이니 정치하지 말아주세요.

적들의 탄핵이 사람을 죽이자는 일이라면, 우리의 민주수호는 사람을 살리자는 일입니다. 탄핵을 막아서 사람을 살립시다. 내가 내 손으로 뽑은 내 대통령입니다. 잘못해도 내가 야단치고 꾸지람을 해도 내가 내손으로 하게 해주세요.

살아보겠다는 사람에게 사는 보람을 돌려주세요. 눈물로 호소합니다. 사람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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