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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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500 vote 0 2018.03.06 (17:40:54)

 

    컴퓨터가 뭐냐? 정의하기 어렵다. 구조론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정의가 쉬웠다. 컴퓨터는 전자계산기였다. 구조론은 구조에 대한 이론이었다. 지금은 의미가 확장되었다. 컴퓨터가 계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를 처리하고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컴퓨터의 진짜 의미는 복제다. 컴퓨터는 복제장치다.


    컴퓨터의 기능은 구조론적으로 볼 때 입력, 저장, 제어, 연산, 출력이다. 이것이 바로 복제다. 필자는 이 장치가 중국 송나라 때의 직조기에서 최초로 적용되었다고 본다. 물론 필자가 아는 범위 안에서 그러하고 더 이전시대에 서구에 비슷한 장치가 있었을 수도 있다. 중국의 발명으로 알려진 기계는 아랍에서 들어온 것이 많더라.


    송나라 전성기 소주에는 5만 명의 노동자가 직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염색이나 방적에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고용되어 거대한 산업단지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비단에 정교한 꽃무늬를 넣었는데 설계사가 프로그램을 짜면 베틀 위의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소년이 설계도대로 장치를 움직여서 꽃무늬를 출력할 수 있었다.


    이 장치는 현대의 직기에도 큰 변화없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막대에 여러 개의 가락바퀴를 끼워넣은 것을 캐터필러처럼 길게 연결하여 베틀에 걸어놓으면 기계가 돌아가면서 바퀴의 지시대로 베틀을 움직여서 무늬를 출력한다. 송나라 때는 꼬마가 손으로 직접 움직였던 점이 다를 뿐 설계도 대로 무늬를 출력한 점은 같다.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있는 점이다. 지금은 컴퓨터가 0과 1을 읽어 반도체에 전류를 흐르거나 끊지만, 당시에는 직기 위에 올라가 있는 꼬마가 설계도를 보고 인형극의 인형을 조작하듯이 직기를 움직여 날줄이 제자리에 있거나 움직이거나를 결정한다. 그러나 아랍상인들이 죄다 풀어서 무늬를 제거하고 다시 유럽에 수출했다고.


    덧셈은 복제를 반복한다. 3+7은 1을 3회 복사하고 다시 7번 복사한 다음 미리 약속된 방식대로 읽어들이면 된다. 뺄셈은 보수를 더하면 된다. 곱셈과 나눗셈은 덧셈과 뺄셈에 단축키를 쓴 거다. 결국 모든 셈은 덧셈이다. 덧셈은 미리 약속된 위치로 헤드를 이동시키는 것이니 장기와 같다. 장기의 말은 약속된 위치로 이동한다.


    컴퓨터의 원조인 튜링기계도 원리는 같다. 프로그램에 따라 미리 약속된 지시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본질은 재현이며 고도의 복잡한 계산은 미리 약속된 단축키를 잔뜩 쓰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을 알려준 다음 서울에서 부산을 가라고 하면 스스로 찾아간다. 이미 부산에 가본 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현하는 것이며 곧 복제다. 어떤 것을 동일하게 베낄 수 있으면 그것이 구조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형태로 반응하는 것이 구조다. 북이 있다면 어떨까? 세게 치면 센 소리가 나고 약하게 치면 약한 소리가 난다. 같은 조건에서는 같은 소리가 나야 한다. 북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것이다.


    컴퓨터는 조건화된 일을 수행하도록 패턴이 고도화된 복제장치다. 구조는 반대로 원시화된 즉 단순화된 복제구조다. 컴퓨터를 해체하여 패턴의 최소단위를 알아내면 그것이 구조다. 조건에 따라 반응하며 조건을 변화시키면 반응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조건을 줘서 일을 맡길 수 있다. 패턴을 얻어낸다.


    구하는 패턴의 조건을 미리 맞춰놓은 것이 프로그램이다. 구조는 미리 약속된 패턴을 복제하고 도출한다. 그것이 일이다. 사람의 일은 그 사전약속이 없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든 석공이 조각을 하든 마음 속에 구상은 있어도 약속되지 않았다. 에너지가 입력될 때 그것을 처리하여 약속된 패턴을 복제하여 도출하는 것이 구조다.


    컴퓨터는 그것을 고도화한 것이다. 구조가 바둑을 한 개를 두고 장기알 한 개를 이동시키는 것이라면 컴퓨터는 그것을 반복 수행하여 장기 한 판을 두고 바둑 한 판을 두는 것이다. 야구든 축구든 약속플레이가 있다. 작전을 내면 도루를 하든 치고달리기를 하든 혹은 수비 시프트를 쓰든 그것을 한꺼번에 쏟아부으면 곧 컴퓨터다.


    무엇보다 세상이 근본 사건의 복제로 이루어져 있다는 대전제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구조는 조건에 따라 실행하여 패턴을 복제하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처리하여 일하는 사건 안에서 약속된 조건들이다. 컴퓨터는 그것을 고도화시켜 방대한 약속들을 한꺼번에 처리해내는 재주를 보여준다. 구조는 모든 존재의 기본단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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