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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80 vote 0 2002.10.23 (12:57:19)

이 글은 최용식선생님의 21세기 경제학 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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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에 대한 비판은 자제해 왔습니다. 숨겨둔 곶감을 미리 빼먹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러나 찬바람 불면 우리로서도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는 짱박아둔 곶감이라도 빼먹어야 할 판입니다. 날자가 며칠이나 남았나요? 정치는 기세싸움입니다.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거 알지만 어디 통제가 됩니까? 한사람이 비판하면 다 따라서 비판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작전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흐름을 따라 되는 것입니다. 김민석의 배신으로 그러한 흐름과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이제는 이넘 저넘 다 깔 수 밖에 없습니다. 형편이 그렇거든요. 너무 전술적 판단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치는 경제와 다르거든요. 경제는 통제될 수 있지만 정치는 통제가 안됩니다. 동교동 치고 싶어서 치는 것이 아니고 멍준이 때리고 싶어서 때리는 것이 아닙니다. 고양된 분위기를 끌고가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일을 벌이는 겁니다. 그게 정치에요. 지금은 승부가 걸린 때입니다. 바둑에서 패싸움을 하는 거지요. 이 패싸움이라는 것이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는 겁니다. 멍준도 때리고 동교동도 치다보면 어디서 무슨 수가 나는 겁니다. 김민석의 배신처럼 뜻밖에 상대의 패착과 악수가 나오는 겁니다. 최선생님은 이론적으로 접근해서 "자꾸만 팻감을 쓴다고 수가 나겠느냐?"고 나무라겠지만 정치에는 수가 납니다. 정치는 생물이거든요. 정몽준의 지금 상황은 한두번만 더 집적거리면 악수를 둘 상황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미 몽준의 완착이 많았지요.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노무현에게는 외길이지만 멍준에게는 지금이 갈림길입니다. 웬만한 고수라도 이러한 지점에서는 반드시 패착을 둡니다.

하여간 저는 여전히 태풍의 핵은 노캠프가 보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 점을 평가합니다. 노캠프가 실책이 있었어도 그게 판단미스라기 보다는 역부족이었다고 봅니다. 올바른 판단을 했어도 그 길을 계속 갈 능력이 없었다고 보는 거지요. 최선생님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능력이 노캠프에는 애초에 없었다고 봅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세요.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하는 겁니다. 중요한건 노무현 앞에는 외길이 있고 정몽준 앞에는 갈림길이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경험칙을 적용하면 이러한 경우 외길을 둔 사람이 무조건 이깁니다.

"역부족으로 일이 잘 안풀릴 때는 무조건 하고 외부에서 개입하는 변수를 차단하여 선택해야 하는 경우의 수를 줄인다."

이겁니다. 이는 공부 못하는 애가 자신있는 한과목에만 집중하는 것과 같습니다. 최선생님은 공부 못하는 애에게 산수도 해라 물리도 하고 화학도 해라고 무리한 주문을 한 경우입니다. 옳은 말씀이라도 실천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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