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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50 vote 0 2004.02.12 (20:24:17)

히딩크는 체력으로 이겼다. 체력이 달리면 정치도 못하는 시대가 왔다. 정치인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청소차에 쓰레기를 싣기도 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조립하기도 한다. 그래봤자 그 쓰레기 분리수거 잘못된 것이니 도로 내려야 하고 그 조립제품 불량 났으니 버려야 한다.

‘현장정치’라 한다. 그 현장은 노가다현장을 말함인가? 벽돌짐 나르고 공구리 부으란 말인가? 팔 걷어붙이고 일해주겠다는데.. 그 맘이야 고맙지만 일해본 사람은 안다. 그 초보 일하는데 방해만 된다. 떠나주었으면 좋겠다.

가짜다. 현장에는 왜 가는가? 대화하러 가는 것이다. 코드를 맞추러 가는 것이다. 민초들과 눈높이를 맞추러 가는 것이다. 체험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스킨십을 하자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진짜는 따로 있는 법이다.

언론들도 그렇다. 시비를 하려면 바로 해야 한다. 최병렬이 5분간 밥을 퍼줬다면 너무 많이 퍼준거다. 그 일하는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사진 찍으러 왔으면 사진만 찍고 떠나주는 것이 예의다. 남 일하는데 5분 씩이나 개기면서 방해하고 그래서 될일인가?

언론들이 입을 모아 정치인들의 이미지정치를 비판하고 있다. 쇼라고도 한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쇼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가 한 것 아닌가? 정치인을 비판하려면 일하러 가서 일은 안하고 왜 사진만 찍고 오느냐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대화하러 가서 왜 대화는 안하고 일만하고 오느냐고 꾸짖어야 한다.

정치인은 노가다 뛰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정치를 해야한다. 그 정치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 것이다. 대화를 해야한다. 들어줄 말은 들어주고 와야 한다.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와야 한다.

언론은 그 비뚤어진 입 꿰매야 한다. 왜 일을 안했느냐고 호통을 칠 것이 아니라, 왜 대화를 나누지 않았느냐고 호통을 쳐야 한다.

둘이다. 하나는 체험을 공유하므로서 민초들과 정서적인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 즉 코드를 맞추는 것이다. 곧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둘은 그야말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건의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장정치다.

그들이 이곳으로 올 수 없으므로 내가 그곳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사진촬영은 기념에 불과하다. 사진 가지고 시비하지 말고 실제로 이루어진 대화내용를 가지고 시비해야 한다. 정치인을 비판하려면 그 정치를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정동영, 쇼는 그만두고 말을 하라
정동영은 현장을 더 뛰어야 한다. 가서 일해준다면서 남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대화를 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굽어보는데 익숙한 당신,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는 훈련을 해야한다.

그 현장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내가 생각하고, 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내가 느끼고 그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내가 기뻐하고 그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을 내가 슬퍼할 때 비로소 그 현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흔히들 ‘먹고사니즘’이라고 한다. 먹고사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잘못된 이야기다. 책상물림 먹물들의 착각에 불과하다. 진짜는 따로 있다. 진정 그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절실한 것은 소속과 참여다. 쌍방향 의사소통이다.

일방적인 계몽이나 훈화가 아니라, 비록 논리가 서지 않고 말이 사리에 맞지 않더라도 그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자세 말이다.

그 사람들이 무서워 하는 것은 ‘소외’다. 연탄 한 장이 없어도 겨울을 날 수 있지만 대화 한번도 없이는 이 겨울을 날 수 없다. 쌀이 없으면 라면으로 때울 수 없지만, 마음을 다독거려줄 친구가 없으면 정말이지 이 겨울을 견딜 수 없다.

정치란 무엇인가?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먹고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강남은 강남끼리, 서울대는 서울대끼리, 수도권은 수도권끼리, 전라도는 전라도끼리, 경상도는 경상도끼리, 이렇게 갈갈이 찢어져서 등돌리고 대화를 안하는 것이 문제다.

정치가의 역할은 언제라도 그 흩어진 것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모두가 하나로 친구가 되자는 것이다. 얼어붙은 마음을 열고 서로 사귀자는 것이다. 정치가는 뚜쟁이와 같다. 뚜쟁이의 수단은 말이다. 그 말을 해야한다.

너희가 막걸리 한잔의 비애를 아는가?
진실을 알아야 한다. 몽매한 농민들이 뭔가를 몰라서 막걸리 한잔에 소중한 내 한표를 팔아넘긴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 오고가는 막걸리 한잔에 그나마 약간의 대화가 있었던 것이다. 그 대화가 그들에겐 그리도 소중했던 것이다.

어리석은 농민들을 비난해서 안된다. 그렇게라도 내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이 그나마 막걸리 한잔이라도 챙겨주는 사람이었기에 내 소중한 한표를 준 것이다. 고무신 한짝에 내 한표를 팔아넘긴 우매한 민초들 욕하지 말라는 말이다.

니들이 피눈물 나는 진짜를 알어?

우끼고 있네 숭한 넘들! 먹고사니즘 좋아허네. 가서 일하지 말고, 가서 선물 따위 주지 말고, 가서 손이라도 만져주고, 가서 등이라도 두드려주고 결정적으로 대화를 나눠주어야 한다. 사리에 안맞는 주장이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주어야 한다. 훈련되어야 한다.

그게 정치다.

정동영의 현장정치? 아직 현장 근처에도 못왔음을 알아야 한다. 먼저 스킨십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눈을 맞추어야 하고 그 다음에 정을 들여야 한다. 아직은 스킨십 단계이다. 눈맞추기 멀었고 정들이기 더 멀었다.

그제서야 그 농민들 말문이 터지고 그 청소원들 입이 열린다. 아직은 그 현장사람들 입이 열리지 않았다. 야전히 말문을 닫고 있다.

정동영, 당신의 임무는 노가다 뛰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입을 닫아걸고 사는 외로운 그들의 말문을 틔워주는 것이다. 그들이 다투어 불만을 터뜨리고, 당신에게 욕설을 하고, 삿대질을 하고, 당신을 만만히 보고, 당신의 머리 꼭지 위로 기어오를 때 비로소 그들의 말문이 트인 것이며, 그 현장이 완성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여전히 현장의 그들은 입을 닫고 있다. 아직은 겨울이다. 그 겨울 당신이 녹여내어야 한다. 더 뛰어야 한다. 아직도 당신은 그들로 하여금 그 가슴 속에 담긴 진짜를 말하게 하는데 실패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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