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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602 vote 0 2003.12.29 (22:15:41)

‘감상법’.. 냉소적인 표현이다. 구라 김주필이 이런 표현을 잘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당 경선.. 냉소해도 좋다는 거다. 기대하지 말자는 거다. 민주당이 조순형, 추미애를 투입해서 재미를 좀 보았기로 서니 그걸 냉큼 따라한다면 유치한거다.

『 그림의 오른쪽 백성, 돈나 싸가지 엄는 백성으로 생각되오만! 』

김두관이 8명 후보에 끼지 못했다고 말들이 많은데.. 우습다. 그는 아직 ‘검증된’ 정치인이 아니다. 기껏해야 정치지망생에 불과하다. 넘볼걸 넘봐야지.. 최낙정, 김두관, 이런 원초적 아님들은 더 기다려야 한다. ‘정치’가 뭔지 배우려면 아직 멀었다.

지금 상황에서 유권자의 심리는.. 최낙정, 김두관 따위 ‘천지를 모르고 날뛰는 철부지(?)’들에게 ‘언제 한번 날을 받아서, 호되게 신고식을 치러줘야 하는데’.. 이런 거다. 그 심리를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그 신고식 끝나기 전 까지는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

다른 386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매를 맞으면서 크는' 타이밍이다. 지금 뜨려고 키높이구두 신고 설치는 386들은 크게 화를 입을 것이다. 안희정, 이광재들도 마찬가지다. 변명하려 하거나 빠져나가려 하는 즉 죽음임을 알아야 한다.

운명의 신고식이 기다리고 있다. 전화위복으로 삼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매를 내릴 때 그 매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하여간 실망스럽다. 특히 김근태.. 필자의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결국  '정치적 사익’을 쫓은 것이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꽁수이다. 이대로 정동영이 당선된다면 김근태는 당의장 정동영을 인정할 이유가 없는 거..

크게 한 판을 겨루지 않았으므로 결과에 승복할 이유가 없는 것.. 유권자들은 언젠가 한번은 둘이 정식으로 대결하여 건곤일척의 명승부를 연출해 보이기를 희망하게 된다는 거.. 그런 심리에 기대어 장기전을 꾀하기. ㅎㅎㅎ

다른 사람도 아닌 김근태 정도 되는 사람이 이런 유치발랄한 계산을 한다는 것은.. 서글프다.

미야모도 무사시의 ‘오륜서’를 빌자면 .. 짧은 칼을 쥔 자가 긴 칼을 쥔 자를 상대할 때는 절대로 접근전을 해야한다. 상대방에게 거리를 주는 즉 죽음이다. 지금 상황은 정동영이 긴 칼을 잡고, 김근태가 짧은 칼을 쥔 형국이다.

무조건 안으로 파고들어서 상대방의 멱살을 잡아야 김근태에게도 한 번의 기회가 온다. 이대로 거리를 두어 정동영을 자유자재로 풀어놓으면 .. 최악이다. 노무현은 시시각각 룰을 바꾸는 사람이다. 김근태가 노리는 두 번째 기회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와바리의 법칙’으로 논하면.. 김근태와 정동영 두 사람 다 두루뭉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상호보완이 안된다. 이 경우 근친교배가 된다. 상승효과가 없다. 상생이 아니라 상극이다. 그러므로 파고들어서 접근전을 해야하는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과거 DJ와 YS가 그랬듯이 상호보완이 되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 경우 아무리 겨루어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 둘은 일정한 거리를 벌리고 반복하여 대결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적대적 의존관계가 되어 둘 다 이기는 셈이 된다. 상생이다.

김근태와 정동영은 적대적 의존관계가 될 수 없다. 역할이 겹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번 뒤처지면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러므로 최대한 접근전을 벌여야 한다. 승부엔 지더라도 난타전을 벌여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안겨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본인에게도 기회가 돌아온다.  

역으로 보면 추미애의 '간격 벌리기'는 현명한 결정이다. 정동영과 추미애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정동영에게 없는 것이 추미애에게 있고 추미애에게 없는 것이 정동영에게 있다.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이 경우 유권자는 둘 다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 경우 상대방과 거리를 벌리고 상대를 자유자재로 풀어놓아도 본인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다. 순수하게 정략 그 자체로만 본다면 추미애의 몇가지 결정들은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 하는 고수다운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하여간 이번 우리당 당의장 경선은 김근태하수가 싱겁게 게임을 포기하므로서 정동영이 행운을 잡은 결과가 되었다.  

나와바리의 법칙을 극복하라!
어떤 경우에도 인물은 하늘이 내는 것이다. 겨루려면 사람과 겨룰 것이 아니라 하늘과 겨뤄야 한다. 상대를 쳐다보는 즉 선수를 내주고 후수가 된다. 정동영이 좌향좌 하면 추미애는 우향우 하고, 정동영이 1보 앞으로 하면 김근태는 뒤로 1보 하고..

필자가 수십번도 넘게 이야기한 ‘나와바리의 법칙’에서 단 1 센티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렇게도 졸렬할 수가..!

순전히 운인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정동영은 두 번이나 ‘선수(先手)’를 잡았다. 추미애와 경쟁해서 한번, 김근태와 경쟁해서 한번.. 정동영이 정치를 알아서 그렇게 스탠스를 가져간 것인지 아니면 단지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추미애, 김근태가 바보여서 이렇게 된 건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정동영만 꿩먹고 알먹고 새집털어 군불때게 된 것이다.

(추미애의 경우 본인에게 유리한 정략적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이미 안티를 만들었기 때문에 대통령은 절대로 될 수 없다. 정치거물로 뜨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충분히 영악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당의 당의장 경선은 큰 의미가 없다. ‘민주당 따라배우기’식 흥행을 기대해서 안된다. 그건 유치한 거다. 진짜 흥행은 노무현, 강금실, 이창동, 박주현들이 차례로 투입되는 내년 2월 이후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예고편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서프의 힘은 미약하다. 이 작은 힘을 사용하여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겸허해야 한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서프에 힘이 있다면 그 힘은 결정적인 시기에 단 한번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 한번의 타이밍을 위하여 지금은 힘을 아껴야 한다.

쓸데없이 우리당 경선에 참견하여 힘을 뺀다면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우리당? 아직은 남의 당이다. 당의장 경선? 그들만의 집안잔치에 불과하다. 한발짝 뒤로 발을 빼고 여유를 갖고 관객의 입장에서 느긋하게 지켜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정 주고 상처입지 맙시다. 바랠걸 바래야지. 안그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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