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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26 vote 1 2020.08.27 (11:19:53)

    도구가 있어야 한다.


    세상은 사건이고 사건은 연결이다. 어떤 둘의 연결방식이 존재를 결정한다. 자연의 연결방식이 구조라면 인간이 구조를 장악하는 수단은 도구다. 구조는 곧 도구다. 구조는 객관적 표현이고 주관적으로 보면 도구다. 인간이 자연의 구조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도구다.


    세상은 도구다. 도구중심적 사유를 얻어야 한다. 우리는 선택하려고 한다. 선택은 약자의 궁여지책이다. 선과 악이든, 옳고 그름이든, 정치적 올바름이든, 성인지감수성이든 선택하려는 습관은 학생 때 시험 치던 버릇이다. 인생은 OX문제가 아니고 사지선다가 아니다.


    도덕의 선악도, 윤리의 옳고그름도, 정치적 올바름도, 성인지감수성도 먹어주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정답을 찍으려 말고 도구를 이용하는 솜씨를 닦아야 한다. 도구는 인간과 대상을 연결한다. 도구가 없으면 가짜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다. 


    무사인데 칼이 없다면 가짜다. 작가인데 펜이 없다면 가짜다. 주술사는 도구가 없고 과학자는 도구가 있다. 그 차이다. 도구는 두 가지다. 단무지를 자르려면 칼이 있어야 한다. 칼이 도구다. 칼이 인간과 단무지를 연결한다. 그런데 칼 안에도 도구의 도구가 있어야 한다. 


    손잡이가 없는 칼은 믿을 수 없다. 손잡이는 도구 안의 도구다. 칼 밖에도 도구가 있어야 한다. 칼을 다루는 솜씨다. 그 기술을 구사하는 손과 그 손을 다루는 마음이다. 세상은 온통 도구의 연결이다. 자동차는 엔진과 핸들이 도구다. 사회는 엘리트와 권력이 도구가 된다. 


    엘리트라는 엔진이 있다면 권력이라는 핸들링이 있다. 핸들의 독점과 세습, 월권이 문제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문제다. 엘리트를 양성하는 한편 적극 핸들링해야 한다. 많은 경우 엘리트의 부재에 따른 권력의 부재가 문제다. 공산국가나 원시 사회주의는 권력이 없다. 


    원시 사회주의는 민주적으로 권력을 창발하는 미덕이 있다. 말이 그렇고 실제로는 권력을 만들지 못한다. 지도자가 대중의 눈치를 볼 뿐 권력이 없다.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는 지도자는 쫓겨나기 마련이다. 집단이 의사결정을 못 한다. 그래서 점차 집단이 잘게 쪼개진다. 


    리더를 따르지 않는 그룹이 지속적으로 이탈하여 마침내 부족원이 100명 이하로 줄어든다. 그 사회는 망했다. 마르크스는 망한 사회를 이상사회라고 주장한다. 하긴 아담과 이브 둘이 있을 때가 좋았지. 이는 문명의 부정이다. 부족민은 작은 의사결정에 너무 시간을 끈다.


    부상을 입혀서 염소 한 마리 배상하는 문제로 동네사람이 다 모여서 일주일을 끄는게 보통이다. 의사결정을 못한다. 왜냐하면 '동네방네 사람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애고애고. 애통하고 분통하오. 원통하고 절통하오.' 하고 뒹구는 감정에의 호소 수법을 쓰기 때문이다. 


    누가 더 사람을 잘 울리나 하는 신파극 대결로 간다. 망한다. 부족민이 모여서 일주일을 토론하니 낭비가 크다. 공산주의는 권력을 창발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독재자에게 위임한다. 걸핏하면 회의를 소집하니 에너지 낭비다. 회의가 결론을 내리는 일은 절대로 없다. 


    회의는 참가자의 진을 빼서 굴복시키는 수단이다. 참가자 숫자를 늘리면 된다. 화장실이 부족하므로 다들 초조해진다. 쿠바의 카스트로가 여섯 시간을 연설해 버리면 다들 오줌보를 잡는다. 자본주의는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권력을 세습하며 갑질하는 병폐가 있다. 


    작곡가들은 저작권료를 너무 많이 가져간다. 일본 만화가들은 히트작을 내면 출판사의 공무원이 되어 서포터를 지원받으며 신작을 내지 않는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25년째 연재 중인데 초반에 반짝하다가 최근 10년은 스토리가 진척된 것이 없다. 그냥 공무원 짓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권력을 남용하고 중간권력이 비대해져서 마피아가 된다. 국가 안에 사설국가가 존재한다. 조폭이든 군벌이든 재벌이든 족벌이든 학벌이든 권력의 타락이다. 업자든 목사든 검사든 의사든 시민단체든 어둠의 권력을 쥐고 신도와 국민을 인질로 잡는다.


    진보는 인문계 출신이 많고 보수는 이공계 출신이 많다. 이공계 보수는 자동차의 엔진만 중요하다고 말하고, 인문계 진보는 자동차의 핸들링만 중요하다고 말한다. 운전만 잘하면 된다고 떠들며 기술을 등한시한다. 이공계는 기술만 중요하다고 떠들며 소통을 등한시한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신소통이 일어나야 한다. SNS 개발자는 보수 이공계고 그 SNS로 소통하는 사람은 진보 인문계다. 이공계는 우리가 개발해주니까 니들이 그것 가지고 떠들지 이러고 인문계는 우리가 써주니까 니들이 직장밥 먹지 이런다. 서로가 역할을 깎아내린다.


    알아야 할 것은 도구가 칼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단 칼이 도구다. 칼 안에 손잡이가 도구다. 칼 밖에 요리사의 솜씨가 도구다. 좋은 칼이라도 요리사를 잘못 만나면 깍두기만 썬다. 이공계 보수는 요리사의 솜씨를 인정하지 않는다. 칼이 좋아서 회를 잘 떴지.


    인문계 진보는 칼의 품질을 인정하지 않는다. 요리사 실력이 좋아서 회를 잘 떴지. 대화가 단절되는 장면이다. 우리는 도구의 다양한 측면을 놓치고 편향된 시선으로 한쪽만 보고 있다. 보수를 아우르는 진보가 진짜 진보다. 보수를 적대하는 진보는 도구 탓을 하는 가짜다. 


    보수를 적대하는 진보는 칼을 미워하는 칼잡이다. 붓이 형편없어서 내가 시를 못 썼지. 이러는 시인은 가짜다. 보수라는 칼을 핸들링할 책임이 진보에 있다. 보수를 장악하고 통제할 책임은 진보에 있다. 자동차를 장악하고 핸들링할 책임은 운전사에 있다. 차만 탓하랴?


    엔진이라는 구체적 도구가 있는가 하면 운전기술이라는 추상적 도구도 있다. 보수는 눈에 보이는 도구만 인정하고 추상적 도구를 부정한다. 권력은 구체적이면서도 동시에 추상적이다. 로열티라는 것은 자연에 실제로 있다. 말로 구라쳐서 삥을 뜯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은 에너지의 낙차다. 물은 언제나 낙차를 따라간다. 자연은 언제나 지름길로 간다. 고속도로가 국도보다 기름값을 아끼고 시간을 절약한다. 그만큼 톨비를 받는다. 그건 인간이 지어낸 말이 아니고 실제로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다. 고속도로와 국도의 차이가 없다고?


    지름길과 둘러 가는 길의 비용차이가 낙차다. 자연은 절대적으로 지름길을 선택한다. 다 같은 도로가 아니고 고속도로와 국도와 지방도는 다르다. 낙차가 있다. 권력이 있다. 톨비를 받는 근거가 있다. 눈으로 볼 수도 있다. 국도는 텅텅 비었는데 고속도로에 차 밀린다. 


    보면 모르나? 권력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자연법칙이다. 도구를 객관화하면 구조다. 인간의 도구가 존재하는 것은 자연에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구는 구조를 반영한다. 구조는 대칭구조다. 대상에 대칭이 숨어 있다. 없는 경우는 없다.


    자동차는 보디와 샤시의 대칭이 있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의 대칭이 있다. 사람 내부에도 정신과 육체의 대칭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사랑과 권력의 대칭이 있다. 사랑을 앞세우면 권력이 죽고 권력을 앞세우면 사랑이 죽는다. 부부간에 계약서를 쓰기도 한다.


    그만큼 사랑이 다친다. 사랑한다며 파트너를 압박한다. 파트너가 직장 잃는다. 엔진성능으로 돌파할 것인가 핸들링 기술로 돌파할 것인가? 언제나 갈등한다. 남편 월급으로 해결할 것인가 부부애정으로 덮어둘 것인가? 어쨌든 북한의 운전면허는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엔진은 부실한 대신 정비기술이 탁월하다. 육체가 엔진이라면 정신은 핸들링이다. 그 정신 중에도 과학이 엔진이라면 철학이 핸들링이다. 권력이 엔진이라면 사랑은 핸들링이다. 엔진만 있다고 되는게 아니고 핸들링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그러나 대개는 극단에 선다.


    엔진만 강조하거나 핸들링만 강조한다. 여기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있다. 인문계 진보의 문제는 산업을 적대하고 기술을 적대하고 엔진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인류의 진보는 엔진과 운전기술이 나란히 가는 것이다. 엔진을 부정하면 안 된다. 차가 좋아야 잘 간다. 


    산업은 보수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틀렸다. 진보가 산업에 나서야 한다. 기술은 보수라는 생각이 편견이다. 그냥 인문계 출신이 소통부족으로 무지한 것이다. 대중과 소통하지 않고 대중을 적대하는 진중권처럼 말이다. 자신이 그 분야에 대해 모른다고 화내면 머저리다. 


    무식한 것은 자랑이 아니다. 위대한 과학자는 그 사람의 정치성향이 진보이든 보수이든 상관없이 문명을 진보시켜 왔다. 과학은 그 자체로 진보다. 과학자들이 보수로 쏠리는 이유는 기여한 것에 비해 정당한 대접을 못 받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검사와 의사의 반역이다.


    진중권과 김어준은 하는 것도 없는데 명성을 얻고 나는 왜 성과를 내는데도 신문에 이름을 내지 못하나 하는 불만이다. 인문계의 소통이 사회의 진보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누가 나서서 떠들어야 사람들이 한 마디씩 보태고 그러다가 소통되어서 발전한다. 


    상호작용을 인정해야 한다. 구조는 자연에 있다. 언제나 대칭을 이루고 둘을 연결하며 항상 지름길을 찾으며 한 방향으로 질주한다. 그 구조를 인간이 장악하는 것이 도구다. 도구 안의 도구도 있고 도구 밖의 도구도 있다. 보통 그중에서 하나만 보고 흥분하여 폭주한다. 


    코끼리 코만 만져보고 흥분해서 난리를 친다. 사건의 전모를 봐야 한다. 이공계의 기술혁신만큼 인문계의 소통혁신도 중요하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죄다 이공계라서 소통능력이 없으니 세계의 왕따가 된다. 문제는 헷갈린다는 거다. 차가 낡아도 웬만큼은 굴러간다.


    운전기술이 좋기 때문이다. 운전기술 믿고 차를 업그레이드하지 않다가 망하는게 공산주의다. 차만 발전시키고 운전기술을 등한시하다가 고립되는게 일본이다. 편중되면 망한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좋다 해도 핸들 놓으면 사고 난다. 산업과 소통은 함께 가야 한다.




[레벨:8]회사원

2020.08.27 (13:35:03)

산업은 보수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틀렸다. 진보가 산업에 나서야 한다. 기술은 보수라는 생각이 편견이다.-> 이 부분을 좀 해결하고 싶다면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8.27 (13:49:49)

우리나라는 남의 나라 기술을 베끼다 보니

기술은 원래 있는 것이고 그 기술을 가져오는 것은 인맥이라는 


김우중식 사고방식에 빠져 있습니다.

기술은 가져다 쓰는 거지 기술을 왜 개발하나? 


'기술이라는 건 필요할 때 밖에서 사오면 되는 건데 왜 쭈그려 앉아서 기술 개발이나 하냐'


유명한 김우중 어록.

인문계 출신이 인맥을 닦아 사람을 빼오면 된다는 생각.


기술개발해봤자 선진국 못 따라잡고 이등기술은 필요가 없어.

한국이 항공 우주 해봤자 미국 못 따라가는데 왜 하냐?


기술에 대한 환상을 버려. 황우석한테 또 속을 일 있냐?

이런 식으로 아주 머리가 굳어 있습니다.


후진국 병이지요.

미국이라면 첨단기술과 진보가 적대적이지 않습니다.


빌게이츠나 월가를 공연히 적으로 돌릴 이유가 없습니다.

기술이 없으니까 기술을 비웃는 거지요.


인문계는 따라잡기 쉽습니다.

지식을 다 공개하니까요. 사실은 그래도 못 따라잡고 있지만.


한국인이 예술을 우습게 보는 것을 보면 인문계도 아득합니다.

그런데 기술은 절대 공개를 안 합니다.


왜? 로열티가 붙으니깐. 첨단기술을 중국에 주겠습니까?

그런데 인문학적 지식은 공짜로 퍼줍니다.


인문학이란 안목을 높이고 인맥을 만들고 소통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안목이 떨어지는 주제에 뒷구멍 인맥에 집착하고 차별하며 소통을 못합니다.


인문학도 안 되는 주제에 기술을 등한시 하지요.

왜? 기술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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