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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35 vote 0 2020.11.03 (15:20:00)

https://www.youtube.com/watch?v=sqhtTxYILQo&feature=youtu.be&t=50

          

    구조론연구소에서 꾸준히 했던 이야기를 외국 학자의 입에서 듣게 되니 아이러니다. 식민사관에 찌든 한국학자 입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말이다. 역사공부를 안 해서 다들 모르고 있지만 한국사는 꽤나 특이하다. 중국 한족들은 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동쪽으로는 한 뼘도 가지 못했다. 청나라 만주족은 거기가 원래 자기네 땅이니까 예외다. 문명은 중원에서 일어났다. 은허를 기준으로 보면 한반도가 코앞이다. 총균쇠에 의하면 인류는 수평으로 잘 움직이고 수직으로는 안 간다고. 아즈텍과 잉카는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고. 


    수직으로 이동하면 온도가 다른데 기온이 다르면 재배되는 작물이 다르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중국 남쪽은 산악이고 정글인데도 한족들은 줄기차게 남쪽으로 이동했다. 한반도는 서해안으로 개성까지는 죄다 평야다. 북한이 식량을 자급자족할 정도다.


    압록강 넘으면 용천평야, 안주박천평야, 평양평야, 재령평야, 연백평야가 줄줄이 이어지며 방어할 곳이 없다. 5천 년을 버틴게 용하다. 그렇다면 뭔가 있다. 다른 나라에 없는 그 무엇이 한반도에 있다. 그것은 의리다. 의리는 피아구분을 하는 타자성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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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가 뭔지 국어사전을 검색해서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사회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다. 도덕은 그냥 어떤 아저씨가 말을 만들려고 지어낸 것이다. 본능과 어긋나는 도덕을 인간이 지킬 리가 없잖아. 왜 인간은 의리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피아구분이 쉽다. 중국만 해도 귀주성, 운남성, 사천성에서 온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서 피아구분이 어렵다. 일본도 지역색이 강하고 사투리가 심하다. 일본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서 원래 남의 동네에 안 가는데 부라쿠민은 아직도 안 간다.

    관동은 관동의 룰이 있고 관서는 관서의 룰이 있어서 각자 자기동네에서 놀면 된다. 의리고 뭐고 없다. 의리가 없으므로 민중의 큰 결집을 끌어내지 못한다. 닫힌계에서 구조론의 마이너스가 작동하여 각개격파 되므로 아베의 폭주를 막아내지 못한다. 의리는 한국에 특별하다.

    신라 초기는 유목민 방식의 민주적인 화백회의로 다스렸지만 소규모였고, 통일 직후는 쏟아진 전리품에 불교의 힘으로 잠시 흥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고려는 귀족들이 각자 자기 땅을 다스렸기 때문에 삼국지의 오나라와 비슷해서 방어만 잘하고 공격은 못하는게 한계였다. 


    국민의 통합은 달성되지 않았다. 우리편이라는 생각이 없었다. 거란족이 침략하자 현종은 외갓집이 있는 나주로 도망쳤는데 지나치는 길목마다 왕을 죽이려는 살기에 찬 무리들을 만나 고전했다고 한다. 유럽은 나폴레옹 이후에 우리편이라는 생각이 들어 국민국가로 흥했다.


    조선은 의로 일어섰는데 의가 무엇인가? 왜 우리편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편이라고 생각해야 부족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유럽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는 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강도가 아닐까? 일단 기본적으로 낯선 사람을 적대하고 본다.


    그 부족주의를 극복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손쉬운 방법은 인종청소다. 종교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사람을 모두 죽여버리면 나머지는 죄다 우리편이다. 서구에서 허다한 학살이 일어난 이유다. 한국은 의리로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의는 중국에서 나왔지만 한국에 먹혔다.


    조선의 국가 정체성은 가문의 집합이다. 국민은 가문에 속해야 하며 가문이 없는 사람은 천민이다. 중은 출가해서 가문을 버렸으므로 천민이다. 가문이 인간의 일차적 보호장치다. 가문이 없는 자는 천민이니 권리가 없다. 세종은 천민들에게도 권리를 줬다. 여진을 정벌했다.


    여진족을 국민으로 인정하는 데서 생겨난 말이 백정이다. 인간은 각자 가문에 속해야 하며 가문은 가장이 있고 가장들의 대표자는 왕이다. 인간은 가문에 속하고 국가에 속하면 타자가 아닌 우리가 된다. 우리를 따르는 것이 의리다. 우리냐 남이냐로 행위를 판단하는 것이다. 


    조선왕조는 의로 국가를 건국한다는 유교이념을 국민에게 납득시켰고 국민은 이러한 작동원리에 불만이 없었다. 조선 말기 인구증가에 따른 상대적인 생산력 저하로 불만이 있었지만 개인탓을 할 뿐 체제불만은 없었다. 홍경래의 난은 국가모델을 바꾸려는 시도가 아니다. 


    조선왕조의 국민통합이 하나의 제한적인 성공모델이라는 거다. 적어도 15세기 그 시대에 한국은 그 부분에서 앞서 있었다. 철학은 결국 의리학이다. 의학이라고 하면 의사와 헷갈리고 의리학이라고 하자. 도덕이고 나발이고 피아구분에서 시작된다. 누가 적이고 우리편인가?


    - 마스크 안 쓰는 자는 의리가 없는 놈이다.

    - 국힘당 지지자는 의리가 없는 놈들이다.

    - 의리가 있으면 서로 돌봐야 할 우리편이고 의리가 없으면 의리를 가르쳐서 우리편으로 만들거나 혹은 적이므로 물리쳐야 한다.

    - 의리는 부족민의 원시본능에 따라 낯선 사람을 만나면 일단 적대행동을 해서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떠보고 거기에 따라 전략을 세우려고 하는 사회화가 덜 된 자의 피곤하기 짝이 없는 사회화 절차를 교육의 방법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 누군가 한 명은 죽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희생하는 것이 의리다. 


    의리는 원래 임금과 신하의 의리다.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다. 의는 가족관계에서 연역된다. 임금은 아버지면 신하는 자식이다. 부모는 자식을 보호하고 자식은 부모를 돕는다. 맹자가 의 개념을 일반화시켰다. 부모와 자식 관계뿐 아니라 천하가 공유하는 토대가 의다.


    그것은 문명의 진보다. 문명이 속도를 내면 그 여파가 전체에 미쳐 모두가 이익을 얻게 된다. 그 합리성에 의해 결속되는 것이 의다. 결국 의는 사회의 진보할 때의 합리성에 따른 효율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이기가 나오면 기지국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 의다.


    한반도는 바닥이 좁아서 그 의미를 순식간에 납득한 것이다. 중국이라면 인구가 많아서 '그래 너는 쪼다같이 의를 해라. 나는 영리하게 반대쪽으로 가서 얌체짓의 이득을 누릴게.' 하고 트는 이명박들이 많다. 중국사는 배신자들의 역사다. 한국에서 그러다가 금방 털리고 만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솔숲길

2020.11.03 (18:53:24)

현종은 처가집이 => 외갓집이라고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11.04 (08:53:37)

고쳤습니다.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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