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36 vote 0 2018.12.17 (12:04:44)

      
    패배자의 즐거움


    로또가 당첨되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두는 법이다. 낙첨될 경우에 대비해서는 미리 생각할 이유가 없다. 떨어지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하기 전에 그 돈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전쟁에서는 오직 이길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전쟁에 지면 죽고 죽으면 무덤 속이다. 무덤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언론사 기자는 집요하게 질문하곤 하지만 정치인이 선거에서 지고 난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질문할 필요가 없다. 정치인의 대답도 뻔한 것이다. 이제 진실을 말하자. 패배자는 승리자를 만드는 일을 한다. 그것은 치명적인 유혹이다. 많은 사람이 결말이 뻔히 보이는 패배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왜인가?


    승리자를 생산하는 역할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 유혹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자궁이 있다. 즐거운 패배자들이 그 자궁의 역할을 맡는다. 왜 당신은 늘 패배하는가? 당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승리자의 생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제라도 집단을 의식하여 강자를 생산하고 또 지도자를 생산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망한다. 이기려고 하는게 아니라 이기는 자를 생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일은 보람차고 즐겁다. 당신의 무의식이 당신을 망치는 방법이 그러하다. 이기려고 하면 이기는데 지려고 하기 때문에 지는 것이다. 승리자를 생산하는 일이 무척 즐겁기 때문에 나란히 손잡고 한사코 이기지 못하는 길로만 가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대형 잭팟이 터지면 빵빠레가 울리고 종업원이 와서 축하해준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도박꾼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그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털어간 도둑을 축하해준다. 자신이 패배함으로써 승자를 생산할 수 있었던 사실에 행복해 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빈부차가 있는 것이다.


    로또의 낙첨자는 당첨자를 생산하는데 성공하고 전쟁의 패전국은 승전국을 생산하는데 성공하고 선거의 낙선자는 당선자를 배출하는데 성공한다. 표피적으로는 불만을 갖지만 무의식은 만족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죽는다. 산 자를 생산하는데 성공하고 웃으며 죽는다. 그 본능의 병을 극복해야 이기는 자가 될 수 있다. 


    부분은 전체를 건드리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 아이는 막대기로 뱀을 툭툭 건드린다. 그 놀이는 즐겁다. 뱀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윤서인과 변희재는 대한민국을 집적거린다. 그 짓거리는 즐겁다. 대한민국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강자가 반응할 때 인간은 흥분한다. 약자가 강자를 건드려 반응을 끌어낼 때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망한다. 메시의 해트트릭에서 영감을 얻기보다 약팀의 선전에서 감동을 얻으려고 한다. 함께 부둥켜 안고 운다. 거기에 약자의 기쁨이 있다. 그 기쁨에 중독되고 만다. 진보가 망하는 공식이 그러하다. 진보는 언제나 약자다. 그 심리적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므로 망한다. 부분에 서면 지고 전체에 서면 이긴다. 


    부분에 서서 전체를 건드리는 데서 오는 쾌감을 얻으려고 하므로 패배하고 만다. 강한 상대의 격렬한 반응을 끌어내고자 하다가 망한다. 리더에게는 다른 호르몬이 나온다. 천하인의 호연지기라야 산다. 승자의 호르몬이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정상에서 전모를 보는 시선이라야 한다. 전체에서 부분을 바라보아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8.12.17 (16:25:02)

"이기려고 하는게 아니라 이기는 자를 생산하려고 하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806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632
6805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1159
6804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329
6803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231
6802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6147
6801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506
6800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5091
6799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724
6798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574
6797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755
6796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191
6795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2117
6794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1981
6793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777
6792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236
6791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0909
6790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8946
6789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866
6788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8006
6787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