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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1]이상우
read 1959 vote 1 2018.03.16 (11:42:31)

아내 반에 욕을 입에 달고 살고 사타구니 근처를 긁고 잔인한 말을 하는 애가 있다고 한다. 친구에게 막말하고 교사에게도 욕설 - 다행히 C8땡땡은 아니고 씨x만 -을 한다. 작년 담임 선생님도 이 아이와 실랑이하느라 지쳤다고 한다.

아내는 힘든 문제 상황을 넘어가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상황을 알아차리고 자기 감정을 조절해서 부드럽게 잘 넘겼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내는 이게 환경보다는 유전적인 측면이 많다고 한다.

반대로 나는 유전적 측면도 있지만 환경(교육)으로 충분히 상황을 낫게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열쇠는 문제상황에 있지 않다. 문제상황에서 흥분하지 않고 아이를 대하는 것은 중수다. 문제상황에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교사도 점점 지친다. 여기서 애랑 싸우면 - 물론 가끔 싸울 수도 있지만 - 교사 수준도 떨어지고 애도 더 나빠진다.

해결방향은 두 군데다. 하나는 시간이고 하나는 공간이다.

시간은 문제상황의 앞 뒤에 포인트를 둔다. 아침에 아이를 반갑게 맞는다. 간단히 안부도 묻는다. 편안하게 대해준다. 존중의 마음을 전하고, 아이가 자신을 좋게 생각할 수 있는 자극을 적절히 준다.

수업 마치고 이 아이는 남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고 한다.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 남으면 심문과 정죄, 잔소리가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남아서 아까 얘기 안하고 그냥 과자 먹고 사는 얘기나 나눈다. 그리고 아이 존재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고 교사 자신의 얘기도 좀 한다. 굳이 갈등 상황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긁어 부스럼이다. 여기까지가 시간적 접근이다.

공간적 접근은 집에서 부모들이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부모에게 애가 문제있다고 말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 반감만 커지므로, 학교에서 교사가 어떻게 시간차(아침, 수업 직후 둘만의 데이트)를 고려해서 아이를 대하는지 알려준다. 수업시간이나 친구들과 다퉜던 스펙터틀한 상황에서 교사가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했고, 아이를 존중하고 바르게 이끌어주기 위해 노력했는지 들려주면 학부모의 교사 신뢰는 순간 100%가 된다. 자기도 못하는 것을 교사가 했을 때 처음에는 창피하지만, 이건 미안하고 고맙고 삶 자체가 감사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교사가 굳이
모델이라고 하지 않아도 교사의 모델링을 부모에게 들려주고 가정에서 어떻게 하시는지 알아본다. 집요하리만큼 찬찬히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게 묻는다. 자녀를 걱정하는 불안한 부모님의 마음을 공감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에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하고 나서야 가정에서 아이에게 윽박지리고 체벌하는 등 아이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조금씩 줄일 수 있다. 그러다보면 집에서 강한 자극에만 말을 듣던 아이가 학교에서 교사의 부드러운 말에도 자신의 문제행동을 조금씩 수정한다.

학교에서 80~90%의 아이들은 교사와 아이와의 관계로 풀 수 있다. 그런데 10~20% 아이들은 교사의 고품격 소통능력, 문제해결력, 협력적 해결능력을 필요로 한다. 10~20%의 아이들이 교사 에너지의 80%를 소모시킨다. 여기에 학부모까지 교사를 불신하고 공격하면 교사는 감당할 여력이 없다. 교사는 아이를 위한 다음 카드가 있는가? 다음 카드가 있으면 교사의 마음은 엄마품의 아기처럼 편안하다. 당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레벨:8]열수

2018.03.17 (00:49:37)

훌륭한 선생님의 좋은 해결책입니다. 저는 교육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이선생님의 해결안에 동의합니다.

강형욱씨가 유기견과 친해지는 교육을 하는 것을보았는데  이선생님의 방법과 같더군요.

무엇을 가르치려거나 친해지려는 행동을 하지않아도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함께하는(같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더군요.


응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8.03.18 (19:20:45)

애들 이해는 책에도 안나오고 강의에서도 못배운 것을 동렬님께서 배운게 컸지요. 

더 정밀하게 할 필요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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