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핑계만 생기면 서로 밀어냅니다. 제 자리에 멈춰서서 모든 사람이 각자의 영역을 가지려고 하는 즉시 팀은 와해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서 팀의 리더는 성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구성원이 나가지 않게 하느냐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내분이 생겼을 때, 초기진압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구성원이 자신의 일에 불만을 덜 가질지를 고민하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또, 잘하는 놈은 더 갈구고, 못하는 놈도 필요에 따라 갈구고, 때로는 아무도 하지 않는 화장실 청소도 자기가 해가며, 어떻게든 흩어지지 않게 만드려는 마치 가족에서 가장이 하는 것을 하는게 리더라는 겁니다.

어처피 성과는 팀플레이를 잘하면 나오는 보너스 같은 겁니다. 성과와 팀웤 사이에는 밸런스가 있습니다. 성과를 따지면 팀웤이 흐트러지고, 팀웤을 살피면 성과를 신경 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선순위는 언제나 팀웤입니다.

잘난 놈은 알아서 하도록 냅두고 가끔 챙기며, 못하는 놈은 열심히 챙겨서 행군 끝까지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게 리더의 역할인 겁니다. 그리고 리더가 이런 역할을 다할 때, 권위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집단이라는게 결국 젤 드러운 일을 하는 사람 말을 듣게 되어 있는 겁니다.

제가 봤을 때, 리더는 기술이라기보다는 관점입니다. 무조건 예스맨도 안 되고, 완장맨도 안 됩니다. 집단의 생기를 읽고 그 생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챙기는게 리더의 관점인 겁니다. 여기에는 정해진 룰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적절한 행위를 할 뿐입니다.

성과를 내려고 하니깐 성과가 나질 않게 됩니다. 일단 구성원들은 친해지는게 우선입니다. 근데 친해지려고 하면 또 친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리더가 집단이 공유하는 잠재된 사건을 발견하고 그것을 드러내며, 사람들이 이에 따라나서며 세가 불어나고, 여기에 질서가 생기고, 곧 팀 구성원의 손발이 잘 맞게 될 때, 사람들은 친해집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팀을 운영하면 팀원 챙기느라 개고생하게 되는데, 이때 역할 분담해줄 친구 찾으면 재수입니다. 팀이 일하고 성과를 내기까지는 일정한 투자를 한 만큼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근데 사람들이 이 시간을 잘 못 참습니다. 그들이 모두 리더의 관점을 가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이 FTA협상을 해도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이때 온 나라가 합심해서 대통령을 공격합니다. 이럴 때 정말 괴롭죠.


그러므로 상황에 따라 시간을 적절히 끌던가, 에너지가 허용하는 선에서 새로운 사건을 벌이던가 하는 옵션들을 사용해야 합니다. 안 그럼 짤립니다. 실질적으로 짤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권위를 잃는 겁니다. 인간은 리더의 권위를 끌어내릴 핑계만 생기면 말을 안 듣습니다. 그때부터 눈빛 공격을 합니다.

성과는 미친 개가 물어가게 던져놓으면 됩니다.


[레벨:7]오자

2017.09.18 (11:13:29)

도덕적 열위성이 있으면 안되겠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7.09.18 (21:27:24)

제 글은 일정하게 그렇게 읽힌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제가 쓰고서도 논지가 왔다갔다 하는게 보이네요.

결론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태도는 리더가 팀원을 남으로 보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저도 예전에는 팀원들에게 소위 꼬투리를 잡히지 않고자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고 부단히 개고생했었습니다. 

근데, 작정하고 달려들면 없는 죄도 만들어 내는게 인간입니다. 


오히려 핵심은 리더가, 팀원과의 관계가 아니라, 사건과 팀과의 관계에 집중하여,

집단에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부여할 때, 결과적으로 팀은 내분이 원천차단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꼬투리 잡힐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집단이 일하도록 하여 꼬투리를 쳐다볼 이유 자체를 없애는 것입니다.


다만 팀이라는 것은 씨앗을 심은 후 일정기간 동안은 수확을 할 수 없고, 

이때의 초조함으로 도덕공격이 발생하므로, 리더가 도덕적 우위를 유지할 필요는 있습니다. 

다만 그게 핵심은 아니라는 거죠. 


이때, 일거리를 리더가 부여한다고 했는데, 

이것보다는 일거리를 발견할 팀을 조직한다는게 좀 더 진보한 표현이 되겠습니다. 

일거리를 리더가 팀원에게 부여한다면 

그건 팀원이 아니라 직원을 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레벨:7]오자

2017.09.19 (18:04:58)

도덕적 우위성을 가져야 할 필요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도덕적 열위성을 가지고 있으면 함께 하는데 민망할 듯합니다.

(조직이 비도덕적 부분을 처리해야 할 경우 리더가 감당해야 할 수도...)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632 구조론에 바탕한 새로운 역사해석 시도. 4 김미욱 2018-06-21 1880
4631 구조론 목요모임 image ahmoo 2018-06-21 1454
4630 교장과 교감의 부당한 권력 횡포를 막아야 교육이 바로섭니다. 2 이상우 2018-06-19 2213
4629 내일 학교폭력과 아동학대로 인한 갈등 중재 하러 갑니다. 이상우 2018-06-14 1627
4628 구조론 목요모임 image 1 ahmoo 2018-06-14 1493
4627 경남도지사 후보의 고군분투기! 1 달타(ㅡ) 2018-06-13 1897
4626 이런 영화 한편 만들고 싶다. 아제 2018-06-13 1610
4625 미국 군수업체 image 1 눈마 2018-06-13 2000
4624 안희정, 정봉주, 박수현, 이재명 건을 보면서... image 4 국궁진력 2018-06-11 3016
4623 벨기에 여행기 image 5 챠우 2018-06-08 2349
4622 구조론 목요모임 image ahmoo 2018-06-07 1524
4621 친구가 그대를 규정한다. 2 아제 2018-06-05 2132
4620 생명의 바운더리. 아제 2018-06-04 1750
4619 자한당 가고 다음은 조중동 보내기인데... 1 큰바위 2018-06-02 1832
4618 구조론 목요모임 image ahmoo 2018-05-31 1528
4617 <사람이 원하는 것 - 약한고리를 보호해야 한다> image 아란도 2018-05-25 1815
4616 트럼프에 대한 한 가지 일화 image 3 락에이지 2018-05-24 3986
4615 핸드폰에서 구조론 사이트 첫 화면을 열면... 4 다원이 2018-05-24 2054
4614 구조론 목요모임 image ahmoo 2018-05-24 1463
4613 대구 체험학습 휴게소 사건에 대한 생각의 변화 6 이상우 2018-05-22 2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