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0008 vote 0 2007.12.14 (14:57:26)

이번 선거 기권이 맞다

[대선 앞두고 예민한 시기입니다. 지능이 모자라는 독자라면 오해할만한 내용이므로 투표일까지 펌과 링크를 금지합니다.]

드러난 사실은 ‘개혁+호남’의 연합이 붕괴했다는 사실이다. 명백히 붕괴한 것이다. 호남에서 DJ의 영향력이 약화된 만큼 현재로서 복원의 가능성은 없고 이 구도의 복원이 옳다는 근거도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연합이 붕괴된 이유 중 하나는 2002년의 전략적 투표에 따른 결과를 유권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데 있다. 우리는 15프로 지지율 가지고 우여곡절 끝에 집권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5년간 마치 과반수라도 얻은 것 처럼 행세했다.

이러한 사실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 15프로 세력에게 정권을 두 번 줄 수는 없다. 15프로 정권의 탄생을 가능케 한 그 우여곡절 상황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상(非常)이지 정상이 아니었다.

이길 수 있으면 이기되, 이기지 못하면 비상상황을 정상상태로 되돌려 놓기에 주력함이 맞다. 그래야 앞으로 판을 짜기가 편하다. 국민의 마음 속에 있는 ‘술수로 집권한게 아닌가 하는’ 의문부호를 풀어주어야 한다.

가장 좋은 투표는 1) 전략적 투표로 승리하는 것이고 2) 승리하지 못할 바에는 전략을 버리고 진실을 드러내어 착시현상을 교정하는 것이다.

전략의 기본은 치고 빠지는 것이다. 치고 또 치는 전략은 없다. 5년 전에 쳤으니 이제는 슬쩍 빠져야 한다. 지금은 전황이 불리한 만큼 거품을 걷고 최대한 진실을 드러내기에 주력할 때다.

승산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정동영에게 투표한다. 승산이 없으므로 거품을 걷어내고 복기라도 확실히 해봐야 한다. 전략적 투표는 착시현상을 가져오게 하고 집단의 오판을 낳는다. 정동영으로 된다고 착각한 호남의 오판이 그 예다.

개혁+호남의 연합에서 가장 큰 지분은 호남이 가진다. 호남 전부가 노무현을 지지해서 투표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조건이 붙는다. 조건있는 돈을 받으면 반드시 뒷탈이 난다. 결국 이렇게 뒷탈이 났다.

그러므로 전략을 두번 써서 안 된다. 어차피 질 것이면 호남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참에 확인시켜두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문국현으로 단일화 해서 진다면 호남은 조건있는 돈을 두 번이나 조달해 준 셈이 된다.

변부자가 허생에게 만금을 빌려줘도 한 번 빌려주지 두 번은 아니다. 한 번도 억울한데 호남이 미쳤다고 두번이나 호구노릇을 하겠는가? 원하지 않으면서 마지못해 노무현에게 투표한 일부 호남의 억울함을 지금 풀어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 이번에 정동영으로 가야 뒷탈이 없다. 정동영으로 단일화 되면 못해도 5프로는 올라간다. 지금 20프로에서 최대 25프로까지 올라갈 것이다.

문국현으로 단일화 되면 호남사람들 투표 안한다. 대략 15프로 지지를 받을 것이다. 호남이 이번에도 전략적으로 나가서 문국현에게 95프로 주면 영남은 가만있겠나? 전략은 극약과 같은 것이다. 극한상황에서나 한 번 쓰는 거다.

왜 정동영은 인기가 없나?

정동영이 부진한 이유는 호남이 정동영을 버렸기 때문이다. 호남이 정을 버린 이유는 정에 의해 호남의 체면이 구겨졌기 때문이다. 비호남이 정동영을 떠받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정을 주장한 호남의 체면이 깎인 것이다.

호남이 지역주의로 떼를 써서 가능성 없는 정동영을 밀었다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다. 내가 호남이라도 정동영은 버린다. 이번에 호남이 정동영을 95프로 몰표줘서 이기면 몰라도 그래서 지면?

영남사람들이 뭐라 하겠는가? ‘역시 호남은..’ 이런 말 나오면 그게 영남이 지역주의로 회귀하는 구실이 되는 것이다. 특정 지역의 몰표는 경우에 따라서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은 정을 버려서 5년 전의 몰표가 지역주의 때문이 아님을 증명하고, 호남이 특별히 민주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어버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그만큼 영남의 지역주의가 약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옛날에 딸을 시집보냈는데 시댁에서 소박을 맞으면 친정에서도 내쫓아버리는 일이 많았다. 결국 친정으로 가는 도중 길 가의 소나무 가지에 목을 매서 죽어야 했다. 자결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가 무엇이겠는가?

지금 정동영은 혼자 독박을 쓰고 자결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그러므로 정동영이 대권포기의사를 내비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그런데도 그 독박을 꼭 쓰겠다고 우기는 문국현은 무엇인가?

문국현은 정동영 진영에다 말했다고 우기겠지만 실제로는 유권자를 모욕하는 것이다. 문국현이 정동영에게 직격탄을 날릴 때 그 직격탄을 누가 맞는가? 호남 유권자가 맞는다. 유권자를 모독하는 자는 정치할 자격없다.

어차피 질 게임이면 기권해서 명박의 정통성을 낮추는 것이 최선이고, 정동영을 찍어서 일부 호남의 오기를 풀어주는 것이 차선이며, 문국현 지지는 똥이다. 문국현 찍으면 5년 후에도 호남과 원수될 뿐이다.

결론적으로 여전히 승산이 있다고 믿는 분은 정동영에게 투표함이 맞고, 승산이 없다고 믿는 분은 영남을 둘로 쪼개는 방향으로 판을 가져가는 것이 맞다. 어떻게 해야 영남이 쪼개지겠는가? 나는 오직 그 방향으로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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