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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148 vote 0 2018.06.07 (15:29:05)


    트황상 건드린 홍준표


    홍준표 대단하다. 북미 종전선언을 정면으로 치받아 버렸다. 엄청난 짓을 저지른 거다. 반미도 이 정도 반미면 상을 줘야 한다. 진보는 세력이고 보수는 서열이다. 홍준표는 보수 안에서 서열 3위다. 1위는 트럼프, 2위는 아베, 3위가 자유한국당이다. 서열 3위가 2위를 건드리는 일은 왕왕 있었지만 1위를 건드리면 죽음이다. 


    박정희가 왜 죽었는가? 카터와 대립했기 때문이다. 진보는 서열을 무시하므로 미국을 건드려도 된다. 노무현이 ‘반미면 어때?’ 한 것이 그렇다. 보수는 서열에 의존하므로 하극상이면 바로 김재규다. 박근혜의 몰락도 같다. 박근혜가 최순실의 존재를 왜 숨겼는가? 왜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나자 박근혜 지지율이 추락했는가? 


    박근혜는 공주고 최순실은 하녀다. 하녀가 공주 머리꼭지 위에 올라갔으니 총체적인 서열붕괴다. 이건 서열제도 자체를 파괴한 일이므로 치명적이다. 홍준표가 트럼프를 건드린 것은 단순한 하극상이므로 한 대 맞고 깨갱하면 된다. 그러나 박근혜처럼 서열제도 자체를 파괴한 행동은 진보가 한다는 혁명에 해당되는 거다.


    여러 번 말했지만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많은 독립군이 갑자기 친일파로 돌변했다. 원래는 일본이 서열 1위, 중국이 서열 2위, 조선이 서열 3위였다.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이 서열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조선사람 박정희 청년 흥분했다. 갑자기 혈서를 쓰고 일본군에 자원했다. 자유한국당의 지역주의 놀음도 같은 거다.


    국민 안에 서열을 만든다. 장애인은 2위. 조선족은 3위. 다문화는 4위. 동성애자는 서열 5위로 밀린다. 보수꼴통이 남북통일을 방해하는 이유도 같다. 일부 기독교 계 여성단체가 성소수자를 핍박하는 이유도 같다. 그들은 여성을 서열 2위로 규정하므로 서열이 한참 아래인 동성애자의 방자한 태도를 용납할 수 없는 거다.

 

    소제국주의를 쓰는 나라들도 같다. 북한은 독립투사들에게 평양시내 특수계층 거주권한을 준다는데 역시 서열차별이다. 소련 역시 민족 간에 서열을 만들었다. 중국이 소수민족을 차별하는 이유도 같다. 중국의 지역주의는 한국보다도 심하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 최근에 뜨는 독재자 중 한 명이 르완다의 폴 카가메다. 


    소수 투치족 출신인데 후투족이 투치족 100만명을 살해한 사정으로 지역감정이 극심할 것 같지만 의외로 98퍼센트 지지율로 3선을 먹고 개헌을 해서 2034년까지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놓았다. 왜 그의 인기가 터무니없이 높을까? 물론 경제를 살린 공도 있지만 본질은 따로 있다. 르완다는 남한의 1/4에 불과한 면적이다.


    면적은 작아도 인구는 1천만이나 된다. 사실상 우간다와 콩고를 지배하고 있다. 콩고 반군은 폴 카가메와 한통속이고 카가메가 자기 친구를 콩고 대통령으로 앉혔던 적도 있다. 아프리카 안에서 소제국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고 뭐고 다 필요없고 신분상승이 점수따기에는 최고다. 콩고 내전에 500만 명이 죽었다.


    르완다 학살의 다섯 배다. 이쯤 저질러 놓으면 르완다 국민이 똘똘 뭉쳐 밀어줘야 한다. 500만이 희생된 콩고사람들이 르완다에 복수하겠다면? 크게 나쁜 짓을 하면 큰 지지를 얻는 거다. 이것이 소제국주의 수법이다. 잘 살펴보면 이런 짓을 하는 나라들이 꽤 많다. 우크라이나를 두들겨 패서 스타된 푸틴이 대표적이다. 


    위구르와 티벳을 괴롭히는 시진핑이나 한국을 괴롭히는 아베나 다 지역에서 소제국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홍준표가 얼마나 미친 짓을 하고 있는지 알만 하다. 트럼프를 건드렸다는건 정말이지 보수가 가장 싫어할 행동을 한 것이다. 보수는 서열을 존중해야 한다. 진보는 혁신을 통해 에너지를 끌어낸다.


    보수는 서열에서 에너지를 끌어낸다. 많은 나라에 왕이 존재하는 이유도 같다. 왜 영국과 일본에 특별히 왕이 있겠는가? 왕이 있으니까 암암리에 차별하는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이다. 잉글랜드인은 스코틀랜드인을 멸시하고 부자들은 빈자들을 멸시하고 마초들은 여자를 비웃고 기독교 여성단체는 성소수자를 짓밟는다. 


    준표가 트황상을 씹은 것은 일본인이 덴노에게 침을 뱉은 셈이고 영국에서 여왕을 모욕한 행위와 같다. 하여간 일본이나 영국이나 인간 되려면 왕을 죽여야 한다. 왕을 세우는 목적은 누군가를 짓밟고 위로 올라서려는 차별행위를 공인받으려는 것이다. 그들은 근대인이 아니다. 차별하는 자는 지성인의 친구가 될 수 없다.

  

    왜 인간은 누군가를 차별하려고 할까?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다. 에너지는 만남을 통해 얻어진다. 닫힌계 안에서 만나는 방법은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없다. A와 C가 만나려면 B를 제거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그러므로 섬과 같은 닫힌계 안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보수화되며 반드시 차별행위를 저지른다.


    그렇다면 열린계는 어떤 것인가? 그것은 국경을 넘어야 가능하다. 너와 나 사이에 그어진 금을 지워야 만남이 가능하다. 차별이라는 장벽을 깨뜨려야 만남은 가능하다.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진보와 보수는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의 차이와 같다. 식물은 누군가를 배제해야 서로 만날 수 있다.


    동물은 가로막는 담장을 허물어야만 만날 수 있다. 기독교계 여성단체들이 차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입장에서 오히려 차별을 주장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신을 식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차별한다든가 하는 모순이 그러하다. 약자일수록 더 약자를 차별해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거다.


    부자 중에는 졸부들이 차별을 주장한다. 부자 중에서 약한 부자이기 때문이다. 재벌 중에도 세습재벌이 차별을 저지른다. 재벌 중에서 약한 재벌이기 때문이다. 지배집단 중에서는 마름들이 차별에 앞장선다. 마름과 세리가 지배집단 중에 가장 낮은 식물계급이기 때문이다. 위로 올라갈 수 없다면 밑에 한 층을 파는 거다. 


    홍준표들은 왜 차별행위를 하는가? 강자 집단 속에서 가장 약한 자이기 때문이다. 위로 올라갈 희망이 없으므로 자기 밑으로 한 층을 판다. 강자그룹 중에서 가장 약한 그룹은 강남에 사는 전업주부다. 그들은 약하기 때문에 자기보다 더 약한 계급을 필요로 한다. 위로 올라갈 에너지가 고갈된 강자들이 파렴치를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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